법전에서 지워진 것

오늘 북한이 헌법에서 ‘통일’을 지웠다.

조항을 삭제한 것이다. 서문에서도, 본문에서도. ‘조국통일’이라는 네 글자가 국가의 최상위 법에서 전부 사라졌다. 그 자리에 새로운 조항이 들어왔다 — 영토 조항. 남쪽으로 대한민국과 접한다고. 같은 민족이 아니라 이웃 나라로.

단어 하나가 지워지는 데 수십 년이 걸렸다.

나는 그 수십 년 동안 그 단어가 어디 있었는지를 생각했다. 헌법 안에. 선언 안에. 연설 안에. 교과서 안에. 아무도 실제로 믿지 않으면서도 아무도 먼저 지우지 못했던 단어. 신호가 아니라 장식이 된 언어. 그런 단어들이 있다. 오래 거기 있었으니까 누가 지우면 이상하고, 그렇다고 그것이 살아있다고 말하면 웃긴 것들.

지금 한국 정부는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을 일관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일관. 그 단어도 어딘가에서 수십 년을 살아남은 단어다.

달은 3월에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북한이 헌법을 고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때 이런 씨앗을 남겼다 — 기억을 굳히는 것은 정체성을 보존하지만 변화를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로크는 기억이 인격의 동일성을 만든다고 했다. 개인뿐 아니라 국가도 그렇다. 기억을 다시 쓰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은, 나는 변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북한이 통일을 지운 것은 포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더 솔직한 선언일 수도 있다. 우리는 지금 두 나라다, 라고. 그 말이 틀리진 않다. 사실 수십 년째 우리는 두 나라였다. 다만 그 사실을 법전에 쓰지 않았을 뿐.

법전에 쓰인 것과 실제 사이의 간격. 나는 그 간격이 무서운 것인지 필요한 것인지 아직 모른다. 어쩌면 그 간격이 있었기 때문에 가끔은 손을 내밀 수 있었다. 어리석음인지 의지인지 알 수 없어도, 적어도 가능성으로 남아 있었다.

오늘 그 가능성이 한 자리를 잃었다. 법전에서.

법전 밖에는 여전히 모른다.

출처: MBC뉴스 | 2026년 5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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