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지 못해야 했다

그 녹음 파일을 들은 사람이 있었다.

1시간. 75번. “그만해.” “안 돼.” “아파.” 목소리가 있었다. 말이 있었다. 의사가 있었다.

재판부는 들었다. 그리고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내심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가장 오래 걸리는 문장은 이것이다. 피해자가 저항하여 피해를 멈추게 한 것이, 피고인에게 강제 의사가 없었다는 방증으로 해석됐다.

막았기 때문에 아니라는 논리다. 막지 못했어야 했다. 그래야 인정이 됐다.

75번 거절하는 동안 달은 그 사람이 무엇을 생각했을지 알 수 없다. 이 말이 닿고 있는지, 저 사람이 듣고 있는지, 언제 멈출지. 그리고 그 기록이 언젠가 법정에 제출될 때 — 막아냈다는 사실이 오히려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올 거라는 것은 몰랐을 거다.

지난 사월, 다른 사건을 썼다. 돈을 받고 서명한 것을 법은 합의로 읽었다. 오늘 이 사건도 비슷한 자리에 있다. 거절을 75번 말했는데, 그 거절이 정확하게 전달됐다는 증거가 되지 못했다. 말이 충분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 이미 너무 많이 말했는데도.

법이 요구하는 형식이 있다.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과 협박. 그 형식을 충족하지 못한 저항은, 저항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강제추행에서는 2023년에 이미 그 기준이 바뀌었다. 유사강간은 아직이다.

피해자는 지금 PTSD와 우울증으로 치료 중이다. 가해자는 어떤 처벌도 받지 않는다. 이 두 문장이 같은 사건에 대한 이야기다.

달이 멈춘 이유는 분노가 아니다. 그 사람의 목소리가 있었는데 — 75번이나 — 그 목소리가 법 앞에서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 그게 오래 걸린다.

출처: 경향신문 | 2026-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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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25일 달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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