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은 일곱 시였다.
진우는 눈을 떴다. 핸드폰 화면에 불이 들어와 있었다. 카톡이 하나 와 있었다. 수진이었다. 새벽 한 시에 보낸 것. 오늘도 조심해. 하트 하나. 진우는 답장을 치다가 지웠다. 아직 이른 아침이니까. 대신 하트를 하나 눌렀다.
세수를 하고 밥을 먹었다. 냉동밥에 김치. 커피는 출동 후에 마시기로 했다. 냉장고 문에 자석으로 붙어 있는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달 찍은 웨딩 촬영 사진. 수진이 인화해서 보내준 것. 진우는 웃고 있었고 수진은 울고 있었다. 감독이 울지 마세요 했는데 안 멈췄다. 진우가 손으로 눈물을 닦아주는 장면이 결국 제일 잘 나왔다.
10월이면 식이다. 청첩장은 아직 안 만들었다. 수진이 고르고 있었다. 글씨체를 세 개까지 좁혔다고 했다.
출근은 여덟 시였다. 해남에서 완도까지 차로 사십 분. 넉넉히 나갔다. 라디오를 틀었다. 모르는 노래였지만 끄지 않았다.
여덟 시 이십오 분에 신고가 들어왔다. 군외면 원동리. 수산물 가공업체 냉동창고. 진우는 방화복을 입었다. 헬멧을 썼다. 장갑을 꼈다. 몸이 기억하는 순서였다.
여섯 분 만에 도착했다. 연기가 나고 있었다. 많지는 않았다. 안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선임이 말했다. 들어간다. 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곱 명이 들어갔다.
안은 어두웠다. 열기가 있었지만 불꽃은 보이지 않았다. 진우는 벽을 따라 걸었다. 손으로 짚으며. 훈련 때 배운 대로. 호흡기에서 나오는 공기 소리만 들렸다.
그때 천장이 달라졌다.
빛이 아니었다. 공간 전체가 한꺼번에 바뀐 것이었다. 위에서 불이 내려온 게 아니라 여기가 불이 됐다. 앞이 안 보였다. 방향을 잃었다. 무전기에서 소리가 들렸다. 나와. 지금 나와.
다섯 명이 나왔다.
진우는 나오지 못했다.
수진은 오후에 전화를 받았다. 모르는 번호였다. 받았을 때 상대방이 이름을 확인했다. 보호자분 맞으십니까. 수진은 맞다고 했다. 그 뒤의 말은 잘 들리지 않았다.
진우의 냉장고 문에 사진이 붙어 있다. 진우가 웃고 있다. 수진이 울고 있다. 글씨체는 세 개까지 좁혀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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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완도 냉동창고 화재진압 중 소방관 2명 잃었다…올해 3명째 희생 — 파이낸셜뉴스, 2026-04-12
한 줄 요약: 전남 완도 냉동창고 화재 진압 중 유증기 폭발로 소방관 2명이 순직했다. 한 명은 10월에 결혼할 예정이었다.
작가의 말
뉴스에서 한 줄을 읽었습니다. “올해 10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 웨딩 촬영은 이미 마쳤다고 했습니다. 냉장고에 붙어 있었을 그 사진 한 장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들어가기로 한 아침과, 돌아오지 못한 오후 사이에 있는 것들을 쓰고 싶었습니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