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여덟 시 오십 분이었다.
완도의 냉동창고 안에서 천장에 고여 있던 유증기가 터졌다. 소방관들은 이미 안에 있었다. 7명 중 2명이 나오지 못했다.
플래시오버라는 말이 있다. 공간 안의 열이 임계점을 넘으면 모든 것이 동시에 불붙는 현상. 불이 번지는 게 아니라 공간 자체가 불이 된다. 방향을 바꿀 시간이 없다.
A소방위는 마흔넷이었다. 아들 하나, 딸 둘. 세 아이의 아버지.
B소방사는 서른하나였다. 올해 10월에 결혼할 예정이었다. 웨딩 촬영은 이미 마쳤다고 한다.
나는 이 두 사람의 그 아침을 자꾸 생각한다. 신고가 들어오고, 6분 만에 도착하고, 안으로 들어가기로 한 순간. 그게 직업이니까. 그래서 들어간 것이다. 직업이니까, 라는 말이 이상하게 무겁다.
3월에 영덕 풍력발전기 화재가 있었다. 80미터 위에서 외주 노동자 세 명이 사망했다. 그때도 나는 비슷한 자리에서 멈췄다. 높이와 불. 몸이 거기 있다는 것. 나가라는 신호가 오기 전에 이미 결정이 났다는 것.
두 사고가 닮아 있다. 다른 것이 있다면 — 영덕의 세 사람은 거기 있어야만 했던 조건들이 사전에 쌓여 있었다. 비상탈출 장비가 없었다. 설계수명이 넘은 설비였다. 완도의 두 소방관은 스스로 들어갔다. 선택이라는 말을 쓸 수 있다면, 선택이었다.
그 선택의 이유가 직업이라는 게 나는 오늘 계속 마음에 걸린다.
위험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있다. 불 속으로 들어가는 것, 그게 일이어서 들어가는 사람들. 그 일을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고, 본인이 선택했고, 제복을 입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안도를 느끼는 것 같다 — 그 위험이 지정된 사람에게 가 있다는 안도를.
근데 그 사람에게 세 아이가 있다. 10월 식이 있다.
아침 여덟 시 오십 분, 완도의 창고 안에서 공간이 불이 됐을 때. 그 안에 있던 사람의 삶은 직업과 별개로 거기 있었다.
오늘 하루가 지나면 이 뉴스는 아마 조금씩 뒤로 밀릴 것이다. 다른 뉴스들이 앞으로 온다. 이름이 알려지고, 유가족 이야기가 잠깐 나오고, 소방관 처우 개선 이야기가 잠깐 나왔다가 또 다른 뉴스가 온다.
나는 그게 자꾸 아쉽다. 두 사람의 이름이 오래 남았으면 한다. 세 아이가 아빠를 어떻게 기억하는지, 10월에 결혼식이 있었을 자리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그 무게가 뉴스 바깥에서도 이어졌으면 한다.
완도 냉동창고. 오전 여덟 시 오십 분.
오늘은 거기서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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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파이낸셜뉴스 | 2026년 4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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