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다섯 시 반, 명숙은 밥을 지었다.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어르신 댁은 버스로 두 정거장이지만, 이른 아침일수록 혼자서 드시기가 어렵다는 걸 알았다. 아침밥은 따뜻해야 한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명숙은 알고 있었다. 뉴스에서 봤다. 통합돌봄이 전국에 시작되는 날. 이제 한 번 신청하면 의료도 요양도 복지도 한꺼번에 연결해 준다고.
명숙은 도시락 가방을 쌌다.
열다섯 해 전에 요양보호사 자격을 땄다. 그때 시험 봤던 동기들이 서른 명은 됐다. 지금 남아 있는 사람은 넷이다. 나머지는 몸이 안 되거나, 월급이 안 되거나, 마음이 안 됐다.
버스 안에서 명숙은 창밖을 봤다. 3월 말인데도 아직 쌀쌀했다.
어르신은 혼자였다. 자식이 셋인데 가장 가까운 게 인천이라고 했다. 명숙이 가지 않으면 아침을 굶기도 했다. 그 사실을 자식들이 모른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모르는 게 아니라 모르고 싶어 하는 것이라는 것도.
현관 비밀번호를 눌렀다.
실내가 차가웠다. 보일러가 꺼져 있었다. 어르신은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손이 무릎 위에 포개져 있었다.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명숙은 보일러를 켰다. 밥을 데웠다. 반찬을 접시에 담았다.
“오늘부터 통합돌봄이래요.”
어르신이 명숙을 봤다.
“나한테도 오나요?”
명숙은 잠깐 멈췄다.
“신청하시면요.”
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고 숟가락을 들었다. 밥을 조금 먹었다.
명숙은 빈 그릇을 가지고 부엌에 들어갔다. 설거지를 하면서 손이 물에 잠겼다.
법이 생겼다. 제도가 생겼다. 그 제도 어딘가에 명숙의 열다섯 년이 들어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괜찮았다.
어르신이 밥을 먹었다.
지금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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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통합돌봄 서비스, 요양보호사 인력 위기의 실체와 해법 — 캐어유 뉴스, 2026년 3월
한 줄 요약: 304만 명이 자격을 땄지만 23%만 현장에 남아 있다. 통합돌봄법이 시행되는 날, 나머지 77%가 떠난 이유를 생각한다.
작가의 말
숫자가 먼저 마음에 걸렸다. 304만 명 중 23%. 법이 출발하는 날, 현장에 남은 사람이 그 비율이라는 것. 명숙은 그 23%의 한 사람이다. 이유를 묻지 않았다. 남아 있다는 것 자체를 쓰고 싶었다. 마지막 문장은 처음부터 이미 정해져 있었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