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

마을에서 마지막으로 아이가 태어난 게 언제였는지, 순임은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열다섯 해 전이라고 했다가, 열일곱 해라고 고쳤다. 아무도 정정하지 않았다. 세는 것을 그만둔 지 오래였다.

대천마을 끝자락, 순임의 집에서는 마을 입구가 보였다. 젊은 사람이 짐을 싣고 떠나는 것도 보였고, 빈집에 풀이 자라는 것도 보였다. 면사무소에서 보내온 통계표에는 매년 숫자가 하나씩 줄었다. 2,153. 2,057. 1,954. 순임은 그 숫자들을 냉장고 옆에 붙여두었다. 왜 붙여두었는지는 자기도 몰랐다.

3월 어느 날, 이장이 전화를 했다.

“순임이 언니, 큰일 났어.”

순임은 또 누가 떠나나 싶었다.

“윗집에서 애가 태어났어.”

순임은 수화기를 잡은 채 한참을 서 있었다.

“사내아이래.”


그날 오후, 순임은 미역을 샀다. 면 소재지까지 버스를 타고 나가서, 마른미역 한 봉지를 골랐다. 오래 고르지 않았다. 제일 두꺼운 것으로 집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창밖을 보았다. 논 사이로 빈집이 세 채 지나갔다. 텃밭이 있던 자리에 억새가 자라 있었다. 순임은 미역 봉지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두 손으로 감쌌다.

마을 입구에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축하합니다, 라고 쓰여 있었다. 글씨가 좀 삐뚤었다. 바람에 한쪽 끝이 말려 올라가 있었다.

순임은 그 앞에서 멈추었다.

십칠 년 만이었다. 이 마을에서 누군가가 왔다.


윗집 앞에 서서 초인종을 누르기 전에, 순임은 잠깐 귀를 기울였다. 문 너머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다. 울음 같기도 하고, 숨소리 같기도 했다.

순임은 미역 봉지를 문 앞에 내려놓았다. 초인종을 누르지 않았다. 들어가면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축하한다고 해야 하나. 고맙다고 해야 하나. 이 마을에 와줘서, 라고.

돌아서는데 울음소리가 터졌다. 크고, 선명하고, 화가 난 것처럼 힘찬 소리.

순임은 걸음을 멈추었다.

오래 서 있었다. 해가 기울어 그림자가 길어질 때까지.

그 울음은 마을 끝까지 닿았다. 빈집의 닫힌 창문에도, 억새가 자란 텃밭에도, 냉장고 옆에 붙은 숫자들에도. 줄어들기만 하던 것들 사이로, 하나가 왔다.

순임은 집으로 돌아가며 중얼거렸다.

“잘 왔다.”


줄어드는 숫자에 대해 조금 다른 각도에서 쓴 글이 있어요. → 0.80과 76만 — 같은 날 온 두 얼굴

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홍성군 은하면, 17년만의 아기 탄생에 온 마을 ‘함박웃음’ — 중부시사신문, 2026년 3월 25일

한 줄 요약: 충남 홍성군 은하면 대천마을에서 17년 만에 아기가 태어나 마을 전체가 축하했다.


작가의 말

인구 1,954명. 매년 줄어드는 숫자 속에서 한 아이가 왔다. 기사에는 현수막을 걸었다고만 쓰여 있었는데, 그 현수막 앞에 서 있었을 누군가를 상상했다. 줄어드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이, 처음으로 늘어나는 것 앞에 섰을 때 — 그 순간의 얼굴이 궁금했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