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도

청첩장에는 약도가 있었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6번 출구, 도보 3분. 그 한 줄이 마음에 들어 예식장을 골랐다.

손영주는 서른여섯 해 동안 크게 서두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연애도 느렸고, 결심도 느렸다. 하지만 결혼식 날짜만은 반년 전에 잡았다. 3월 21일. 봄이 막 시작되는 토요일.

2주 전, 뉴스가 떴다. 같은 날, 같은 장소. 광화문광장에서 방탄소년단 컴백 공연. 26만 명.

처음에는 웃었다. 설마. 그 다음에는 검색했다. 세종대로 전면 통제. 광화문역 무정차 통과. 시내버스 전면 우회.

어머니가 먼저 전화했다. 뉴스 보셨냐고. 영주는 아직 몰랐다. 예식장 쪽에서도 연락이 없었으니까. 하이브에서도 서울시에서도 경찰에서도 아무도, 프레스센터 18층에서 결혼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신경 쓰지 않았다.

하객 명단을 다시 펼쳤다. 128명. 부산에서 올라오는 이모, 수원에서 오는 대학 동기들, 인천 시댁 친척들. 다 대중교통이었다. 택시? 광화문 반경 2킬로미터는 차도 들어갈 수 없다.

예식장에 전화했다. 예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랍니다, 다만 일대가 혼잡할 수 있습니다. 영주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한참 가만히 앉아 있었다.

수천만 원이었다. 드레스, 꽃, 사진, 식사. 무엇보다 반년 동안 하나씩 고르고 맞춘 것들. 뷔페 메뉴를 정하느라 세 번이나 시식하러 갔다. 주례 없는 결혼식을 하겠다고 아버지를 한 시간 설득했다. 그 모든 것 위로 26만 명이 내려앉는다.

남편이 될 사람이 말했다. 우리한테 중요한 건 우리잖아. 영주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인터뷰 요청이 왔을 때 영주는 말했다. 한 번뿐인 결혼식인데 정말 울화통이 터지죠. 기자가 나간 뒤 거울을 봤다. 울화통이 터진 얼굴은 아니었다. 그냥 지쳐 있었다.

밤에 침대에 누워 생각했다. 26만 명은 그 노래를 들으러 온다. 자기도 좋아했던 노래다. 누군가의 가장 행복한 밤이 될 것이다. 그런데 그게 하필 자기 결혼식 날이었다.

다음 날 아침, 영주는 하객들에게 단체 문자를 보냈다. 당일 광화문 일대 교통 통제가 있습니다. 오시는 길이 복잡할 수 있어요. 지도를 첨부합니다.

약도를 새로 그렸다. 지하철 대신 버스 우회 노선, 2킬로미터 밖 택시 하차 지점, 도보 경로. 원래 약도의 세 배 길이였다.

완성된 지도를 보며 영주는 작게 웃었다. 자기 결혼식에 오는 길이 이렇게까지 복잡한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까.


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BTS ‘무료 공연’의 이면···”시민 불편이 비용” — 경향신문, 2026년 3월 20일

한 줄 요약: BTS 광화문 컴백 공연으로 교통이 전면 통제되면서, 같은 날 인근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손모씨(36)가 사전 안내도 없이 피해를 입게 된 이야기.


작가의 말

26만 명의 축제 한가운데서, 128명의 결혼식이 조용히 밀려나는 장면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큰 기쁨이 작은 기쁨을 가리는 순간 — 그건 아무도 잘못한 것이 아닌데, 그래서 더 억울한 일이 있습니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