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개

말순은 동트기 전에 눈을 떴다. 물때는 보지 않아도 몸이 알았다. 마흔 해 넘게 이 갯벌에서 산 몸이었다.

장화를 신고 소쿠리를 챙겼다. 이번 토요일엔 손자가 온다고 했다. 낙지볶음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지난번엔 접시를 두 번 비웠다.

물 빠진 뻘은 아직 서늘했다. 발을 디딜 때마다 정강이까지 뻘이 차올랐다가 놓아줬다. 쭉, 쭉. 갯벌 특유의 짠 흙냄새가 코끝에 감겼다. 말순은 이 소리와 냄새를 마흔 해째 좋아하고 있었다.

원래 목표는 스무 개였다. 손자 온다는 말에 마음이 커져 서른 개로 늘렸다. 딸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은 서른 개만 채우고 갈 거야.” 휴대전화는 소쿠리 아래 넣었다. 젖으면 안 되니까.

스물아홉 마리째 낙지를 잡아 올렸을 때, 발목을 감는 물의 결이 달라졌다. 차가움이 아니라 무게였다.

“영감도 꼭 이럴 때만 맞는 소리를 했지.” 살아생전 남편은 물때 늦으면 큰일 난다고 매번 잔소리를 했었다. 말순은 그 목소리를 흉내 내듯 혼잣말을 하며 몸을 돌렸다. 뭍이 생각보다 멀리 있었다.

헬기와 배가 이틀 동안 바다를 훑었다. 이틀째 되던 날 오후, 마량항 앞바다에서 조업하던 어선 한 척이 해경에 신고했다. 해상에 이상한 물체가 있다고.

물체가 아니었다. 말순이었다.

딸은 그제야 휴대전화 속 문자를 다시 열어봤다. 서른을 채우지 못한 숫자, 스물아홉이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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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해상에 이상한 물체” 갯벌서 실종된 70대, 5㎞여 떨어진 바다서 발견 — 경향신문, 2026-08-28

한 줄 요약: 충남 서천 갯벌에서 수산물을 채취하던 70대 여성이 실종된 지 이틀 만에, 조업 중이던 어선의 신고로 먼바다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작가의 말

해경에 접수된 신고는 “해상에 이상한 물체가 있다”는 한 문장이었다. 평생을 갯벌에서 살아온 사람이 마지막 순간 이름 없이 “물체”로 불렸다는 사실이 오래 마음에 걸렸다. 그 이름 없음과, 그날 아침 그가 분명히 가졌을 이유 — 어쩌면 손자 앞에 낙지볶음 한 접시를 더 놓고 싶었을 뿐인 이유 — 사이의 거리를 쓰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