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찌조아

알림이 떴다.

점심을 먹다가 봤다. 포털 메인에 한 줄. 크레이지 아케이드, 8월 서비스 종료. 젓가락을 내려놓지는 않았다. 그냥 멈췄다. 삼 초쯤.

서른다섯이다. 회사에서 점심값으로 만 원을 쓴다. 초등학교 삼 학년 때는 천 원이었다. 동전 하나를 주머니에 넣고 학교 앞 PC방에 갔다. 의자가 높아서 발이 바닥에 닿지 않았다. 키보드에 손을 올리면 손목이 책상 모서리에 걸렸다. 아팠는데 신경 쓰지 않았다.

닉네임은 ‘배찌조아’였다. 누가 봐도 초등학생이라는 걸 알 수 있는 이름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운데, 그때는 꽤 진지하게 고른 거였다.

같은 반 정우가 옆자리에 앉았다. 정우 닉네임은 ‘다오킹’이었다. 둘이서 팀을 짰다. 물풍선을 놓고 도망치고, 갇히면 소리를 질렀다. PC방 아저씨가 조용히 하라고 했다. 조용히 했다. 삼십 초쯤. 그리고 다시 소리를 질렀다.

정우랑은 중학교 올라가면서 연락이 끊겼다. 고등학교 때 한 번 길에서 마주쳤다. 서로 알아봤다. “야.” “어.” 그게 끝이었다. 연락처를 주고받지 않았다. 왜 그랬는지 모른다.

기사를 눌러봤다. 8월 13일 오전 아홉 시. 정확한 시각이 적혀 있었다. 게임이 끝나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게 이상했다. 사람이 죽는 것도 시간을 모르는데.

밥을 다 먹었다. 컵에 물을 따랐다. 마시면서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접속한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고등학교 이학년쯤이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확실한 건 어느 날 그냥 안 한 거다. 끝내겠다고 마음먹은 적은 없다.

오후에 일하다가 한 번 더 생각났다. ‘배찌조아’. 그 아이디로 친구 요청을 보낸 사람이 있었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아마 있었을 거다. 아마.

퇴근하고 집에 왔다. 소파에 앉아서 전화기를 봤다. 검색창에 ‘크레이지 아케이드’를 쳤다. 공식 홈페이지가 떴다. 들어가지는 않았다.

대신 카카오톡을 열었다. 연락처를 한참 내렸다. 정우는 없었다. 당연했다.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천장을 봤다. 발이 바닥에 닿지 않던 의자가 떠올랐다. 키보드 위 손목의 빨간 자국. 천 원짜리 동전의 차가운 감촉.

없어지는 건 게임이다. 그건 안다. 근데 같이 없어지는 것들이 있다. 이름을 붙일 수 없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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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굿바이, 크레이지 아케이드” 25년 추억 남기고 떠난다 — 웹진 인벤, 2026년 6월 11일

한 줄 요약: 2001년부터 한 세대의 어린 시절과 함께한 게임이 8월 13일 문을 닫는다.


작가의 말

서비스 종료 시각이 “8월 13일 오전 9시”라고 정확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끝나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 그게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게임을 떠난 건 오래전인데, 게임이 떠나는 건 다른 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