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

아난드는 알람보다 먼저 눈을 떴다. 다섯 시 사십 분. 옆방에서 룸메이트의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쉬는 날이라고 했다. 노동절. 한국에서 처음 맞는 공휴일이었다.

핸드폰에 메시지가 와 있었다. 반장님이었다. 어제 밤 열한 시.

「내일 물량 많음. 정상 출근 부탁」

‘부탁’이라는 단어가 이상했다. 부탁은 거절할 수 있는 것에 붙이는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그 단어는 다른 뜻이었다.

세수를 했다. 거울 속 얼굴이 삼 년 전 카트만두에서 비행기를 탔을 때보다 어두워져 있었다. 냉장고에서 전날 남긴 밥을 꺼내 김치와 먹었다. 처음엔 매워서 못 먹었던 것이 지금은 없으면 허전했다.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는 길. 아파트 베란다에 빨래가 널려 있었다. 아이 옷이 바람에 펄럭였다. 가족이 있는 사람들의 아침이었다.

공장 주차장에 차가 네 대뿐이었다. 한국인 직원들은 대부분 쉬고 있었다. 오늘 나온 사람은 아난드와, 미얀마에서 온 아웅, 베트남에서 온 투안이었다.

라인에 서서 두부를 포장하며 아난드는 생각했다. 네팔에서는 노동절에 모두가 쉰다. 공장도, 가게도. 어머니가 달바트를 만든다. 냄비에서 렌틸콩 끓는 냄새가 계단까지 올라온다.

손은 멈추지 않았다. 두부가 한 모씩 비닐에 싸여 나왔다. 쉬는 사람들의 식탁 위에 올라갈 것이다.

점심시간에 투안이 물었다. “형, 오늘 수당 나와?” 아난드는 고개를 저었다. 모른다고. 물어보지 않았다고.

오후 다섯 시. 버스를 기다리며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뭐 했어?” 어머니가 물었다. “일했어.” 거짓말은 아니었다. 빠뜨린 것이 있을 뿐이었다.

집에 돌아와 신발을 벗었다. 현관에 아난드의 운동화만 놓여 있었다. 룸메이트는 아직 없었다. 쉬는 날이니까.

핸드폰을 열어 반장님에게 답장을 썼다. 열두 시간 전에 받은 메시지에.

「네. 수고하셨습니다.」

보내고 나서, 그 말이 누구에게 하는 것인지 잠깐 생각했다. 곧 그만두었다. 내일도 다섯 시 사십 분에 일어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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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같은 노동자인데···가족과 밥 한 끼 먹는 게 소원” 노동절 공휴일, 누군가에겐 ‘그림의 떡’ — 경향신문, 2026년 5월 1일

한 줄 요약: 노동절이 법정공휴일이 된 첫해, 여전히 출근해야 하는 이주노동자들의 하루.


작가의 말

‘부탁’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거절할 수 없는 부탁. 기사에서 아난드 씨는 한 줄짜리 인터뷰로 존재했지만, 저는 그 한 줄 뒤에 있는 하루를 상상했습니다. 쉬는 사람들의 두부를 만드는 손. 그 장면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