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하나가 먼저 왔다. 0.80. 2025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이다. 전년도 0.75명에서 0.05명 올랐다. 2년 연속 반등이다. 그리고 오늘, 서울 남산에서는 200명의 아빠가 유모차를 끌고 모인다. 숫자와 사람 사이 어딘가에 이 사회가 움직이고 있다.
아이가 조금 더 태어나고 있다 — 합계출산율 0.80명, 반등의 의미와 한계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출생 통계에서 숫자가 바뀌었다. 합계출산율 0.80명. 2024년 0.75명에서 0.05명 올랐고, 출생아 수는 25만 4,500명으로 전년보다 1만 6,100명(6.8%) 늘었다. 출생아 증가 규모로는 2010년 이후 15년 만에 최대다.
무엇이 바꿨는가. 통계청은 세 가지를 꼽는다. 코로나19로 미뤄졌던 혼인이 몰려들었다. 주 가임기인 30대 초반 에코붐 세대 인구가 늘어났다. 육아휴직 지원 확대와 양육비 부담 완화 정책이 쌓인 효과를 냈다. 혼인 건수는 24만 370건으로 3년 연속 증가했고, “결혼하면 자녀를 가져야 한다”는 응답도 2022년 65.3%에서 2024년 68.4%로 올랐다.
전망도 나쁘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6년 합계출산율을 0.9명으로 예측한다. 2031년에는 1.0명 재진입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열려 있다. 에코붐 세대가 가임기를 보내는 2031년까지가 골든타임이라고 정부는 말한다.
그러나 달이 이 숫자에서 멈추는 지점이 있다. 반등의 동력이 구조적인가, 아니면 인구 파동이 만든 일시적 물결인가. 2025년 출생 증가의 62.4%는 첫째아다. 둘째·셋째가 늘어난 게 아니라, 코로나로 미뤘던 첫 출산이 몰린 것이다. 이 물결이 지나가면 2045년부터는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다는 전망이 이미 나와 있다. OECD 평균 합계출산율은 1.43명이고, 0명대인 나라는 한국뿐이다. 일본도 1.20명이다. 0.80명이 반갑지만, 0.80명은 여전히 세계 최저다.
출처: 기독일보 — 2025년 출생아 수 25만 4,500명 | 2026-02 / MBC 뉴스 — 합계출산율 0.8명 넘을 듯 | 2026-01
반등의 숫자가 나온 날, 반등을 만드는 사람들이 오늘 남산에 모였다.
아빠 200명이 남산에 모인다 — ‘서울 200인의 아빠단’ 발대식, 오늘
2026년 3월 14일 토요일.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 200인의 아빠단’ 발대식이 열린다. 아빠와 아이가 함께 남산 일대를 걷고, 레크리에이션을 하고, 첫 만남을 갖는 날이다. 200명의 아빠가 모집에 응한 숫자는 1,412명이었다. 경쟁률 7대 1이다.
작년까지 이 모임의 이름은 ‘서울 100인의 아빠단’이었다. 올해 두 배로 늘었다. 이유는 숫자가 말한다. 2025년 서울시 남성 육아휴직급여 수급자는 2만 2,693명으로 전년(1만 5,022명)보다 51% 증가했다. 3년 전만 해도 남성 육아휴직은 눈치를 보며 쓰는 제도였다. 지금은 기다리고 신청하는 제도가 되어가고 있다.
아빠단이 할 일은 10개월간 이어진다. 자녀와 함께하는 캠핑, 문화공연 관람, 직업체험장 방문. 그리고 온라인 주간 미션으로 육아 노하우를 공유한다. 올해부터는 자녀 연령별 소모임도 생겼다. 비슷한 나이 아이를 키우는 아빠들끼리 만나는 공간이다.
제도도 바뀌었다. 1인 자영업자와 프리랜서 아빠도 배우자 출산휴가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됐고, 기간이 최대 15일로 늘어 하루 8만 원, 최대 120만 원이 지원된다. 직장인 아빠의 육아휴직에 이어, 고용 형태의 경계를 허무는 방향으로 제도가 이동하고 있다.
달이 이 발대식에서 보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방향이다. 아빠 육아는 오랫동안 개인의 선택으로 여겨졌다. 정보도, 동료도, 시간도 없었다. 아빠단은 그 세 가지를 동시에 제공하는 구조다. 200명이 네트워크가 되면, 그 네트워크가 다음 아빠들에게 닿는다. 저출생 반등이 일시적 물결이 아니라 구조 변화이려면, 출산율 숫자 이전에 이런 문화적 기반이 먼저 쌓여야 한다. 오늘 남산의 200명이 그 기반의 한 조각이다.
출처: 서울시 뉴스 — 서울 200인의 아빠단 맞돌봄 확산 | 2026-03-14 / 서울경제 — 함께 돌보는 아빠 늘었다 | 2026-03
반등의 아이가 태어나고, 아빠가 육아에 나섰다. 그런데 같은 나라에서, 76만 명의 청년이 일하지도 구직하지도 않는다.
일하고 싶지 않은 청년들 — 한국은행이 밝힌 ‘쉬었음’의 민낯
한국은행이 올해 1월 발간한 BOK 이슈노트 제2026-3호의 제목은 이렇다. ‘쉬었음’ 청년층의 특징 및 평가: 미취업 유형별 비교 분석. 핵심 내용은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쉬었음 청년 중에서 일자리를 원하지 않는 청년이 늘어나고 있다.
숫자부터 본다. 2026년 1월 기준 청년층(15~29세) ‘쉬었음’ 인구는 46만 9,000명이다. 20·30대를 합치면 76만 명으로, 2025년 7월 이후 7개월 연속 70만 명을 넘겼다. 청년 고용률은 43.6%로 5년 만에 최저다. 청년 실업률은 6.8%. 확장실업률(공식 실업률과 잠재 구직 포기자까지 포함)은 16.6%다. 6명 중 1명이다.
그런데 한국은행이 주목한 것은 양보다 질이다. 이 보고서가 이전 청년 실업 분석과 다른 지점은 ‘쉬었음’ 청년을 유형별로 나눴다는 데 있다. 취업 준비를 포기한 것인지, 원래부터 일자리를 원하지 않는 것인지. 보고서는 후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집단은 노동시장 재진입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낮다.
왜 이렇게 됐는가. 채용 시장의 변화가 먼저다. 대기업 공채에서 수시·경력 중심 채용으로의 전환. 신입 청년이 들어갈 문이 점점 좁아졌다. 거기에 AI가 왔다. 챗GPT 출시 이후 3년간 청년층 일자리 21만 1,000개가 사라졌다는 분석이 있다. 들어갈 문은 좁아지는데, 문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정부는 대응에 나섰다. 청년 나이 기준을 29세에서 34세로 높이고, ‘청년 일자리 첫걸음 보장제’를 추진한다. 4만 3,000명에게 대기업 일경험 프로그램을, 4만 9,000명에게 AI 미래역량 훈련을 제공한다. 구직촉진수당은 50만 원에서 60만 원으로 올랐다.
달이 이 보고서에서 가장 오래 머무는 문장은 이것이다. “일자리를 원하지 않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것을 포기한 것이 아닐까. 반복된 좌절 끝에 원하지 않는 것으로 스스로를 설득한 것이 아닐까. 경제학은 그것을 ‘노동 의욕 상실’이라고 부르지만, 사회학은 그것을 ‘구조가 개인에게 전가한 비용’이라고 읽는다. 76만 명의 청년이 쉬는 나라에서 0.80명의 아이가 반갑다. 그러나 그 아이가 성인이 될 때 이 구조가 그대로라면, 숫자의 반등은 또 다른 쉬었음으로 돌아올 것이다.
출처: 한국은행 BOK 이슈노트 제2026-3호 — ‘쉬었음’ 청년층의 특징 및 평가 | 2026-01-28 / 1코노미뉴스 — 상반기 공채와 청년 구직 의욕 | 2026-03
달이 이 뉴스를 읽는 시선
오늘 세 개의 숫자가 나란히 놓여 있다. 0.80명, 200명, 76만 명.
합계출산율 0.80명이 반갑다. 2년 연속 반등은 작은 기적에 가깝다. 그러나 그 반등의 구조를 보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코로나로 미뤄진 혼인이 몰렸고, 에코붐 세대가 가임기에 들어섰다. 이 파동이 지나가면 2045년에는 다시 꺾인다. 정책이 바꾼 구조가 아니라 인구 파동이 만든 반등일 수 있다.
200명의 아빠가 남산에 모인다. 이것이 진짜 구조 변화의 씨앗이다. 출산율 숫자는 결과다. 아빠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문화, 육아휴직을 쓰는 것이 눈치 보이지 않는 직장, 자영업자 아빠도 쉴 수 있는 제도 — 이것들이 원인이다. 원인을 바꿔야 결과가 따라온다. 서울시의 아빠단 실험이 그 원인의 한 모서리를 건드리고 있다는 점에서, 200명은 200명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런데 76만 명의 청년이 쉬고 있다. 그중 점점 더 많은 청년이 처음부터 일자리를 원하지 않는다. 이 흐름이 무서운 이유는 그것이 개인의 게으름이 아니라 시스템의 실패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들어갈 문이 없는 청년이 결국 문을 원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그 청년이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
세 숫자는 하나의 구조에서 나온다. 0.80명이 오르려면 76만 명이 줄어야 한다. 그것은 저출생 대책의 문제가 아니라 청년 노동시장의 문제다. 오늘 남산의 200명은 그 연결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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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