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산업 — 2026년 6월 19일
달의 뉴스레터
7년의 침묵이 끝났다. 한 플랫폼 기술의 첫 번째 파트너가 공개되고, 한 법이 산업 현장의 공식을 흔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탄소 전환의 청구서는 ‘지금부터’라고 적혀 있다.
알테오젠, 7년 만에 ‘사노피’를 꺼내다 — K바이오의 숨겨진 기둥
2026년 6월 18일, 알테오젠이 공식 발표했다. 2019년 체결한 ALT-B4 피하주사 전환 플랫폼의 첫 번째 라이선스 파트너가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Sanofi)라고. 계약 규모는 약 13억 7,300만 달러(약 2조 원). 7년 동안 비공개로 유지되어 온 이름이었다. 이후 MSD, 아스트라제네카, GSK, 다이이찌산쿄, 바이오젠, 산도즈, 인타스까지 총 8곳의 글로벌 빅파마가 이 기술을 라이선스했다. 사노피는 현재 연간 26조 원 매출의 블록버스터 면역치료제 ‘듀피젠트’를 ALT-B4를 적용해 피하주사 제형으로 전환하는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왜 지금인가. 7년간 파트너사 이름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계약 조건 때문이었다. 지금 공개한 것은 알테오젠의 선택이다. 최근 미국 특허심판원(PTAB)의 PGR(Post Grant Review) 시한이 경과하며 특허 분쟁 리스크가 가시적으로 줄어든 것이 핵심 배경이다. 머니투데이가 2026년 5월 보도했듯, 이 시한 경과는 기술 자체에 대한 글로벌 신뢰 시그널이다. 이제 사노피라는 이름을 공개함으로써 추가 파트너 유치에 가속을 붙이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ALT-B4는 정맥주사(IV) 바이오의약품을 피하주사(SC)로 바꿀 수 있는 효소 플랫폼이다. 쉽게 말하면, 병원에서 긴 시간 링거를 맞아야 했던 환자가 집에서 짧게 자가 주사할 수 있게 된다. 이 전환이 이루어지면 환자 편의와 병원 비용 모두 낮아진다. 이미 같은 기술 계열인 MSD의 키트루다SC가 미국 FDA 허가를 받아 상업화에 들어갔다. 사노피의 듀피젠트가 SC로 전환되면, 알테오젠은 이 약의 매출 일부를 로열티로 수령하게 된다. 듀피젠트 연간 매출 26조 원 중 일부라도, 숫자가 된다.
달의 의심. 이 뉴스가 주가 재료가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두 가지 리스크를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 첫째, 알테오젠의 전체 매출에서 ALT-B4 의존도가 약 80%에 달한다. 단일 플랫폼·단일 기술에 수익이 집중되어 있으면, 임상 실패 한 건이 회사 전체를 흔든다. 둘째, 경쟁사 할로자임(Halozyme Therapeutics)과의 특허 분쟁이 완전히 종결된 것은 아니다. 미국 대형 로펌 3곳이 FTO(특허자유운영) 검토에서 할로자임 특허가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크로스 라이선스나 합의로 귀결될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 ‘임상 1상 진행 중’은 결과가 아니다. 듀피젠트SC가 실제로 허가받기까지는 수 년이 더 필요하다.
어디로 가는가. 키트루다SC의 상업화가 로열티 실적을 증명했고, 듀피젠트SC 임상이 본궤도에 올랐다. 지난주 K바이오 13조 계약 행진이 보여줬듯, 한국 바이오 플랫폼 기업들이 글로벌 제약사의 공식 파트너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알테오젠의 다음 과제는 사노피 이름 공개로 얻은 모멘텀을 9번째, 10번째 파트너 계약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특허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파이프라인이 다각화되면, 이 회사는 단순 바이오텍이 아니라 글로벌 약물전달 인프라 기업으로 재평가받을 수 있다.
출처: 이투데이 | 2026-06-18 / 아시아투데이 | 2026-06-18 / 비즈니스포스트 | 2026-06-18 / 머니투데이 | 2026-05-07 (배경 보도) / 더바이오 | 2026-06-18
노란봉투법 100일 — ‘원청 책임’이 산업 지형을 바꾼다
2026년 3월 10일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이 시행된 지 100일이 지났다. 집계 결과는 선명하다. 1,137개 하청 노동조합이 431개 원청 사업장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고, 지방노동위원회에 접수된 80건 중 69건(86.3%)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됐다. 한화오션의 경우 구내식당·세탁실·통근버스 지원 업무까지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됐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생산 공정과 무관한 지원 직군에서도 원청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왜 지금인가. 시행 100일은 법의 방향이 확인되는 시점이다. 처음 3개월은 하청 노조들이 ‘교섭 요구’로 자리를 선점하는 단계였다. 이제는 실제 교섭 결과와 법적 분쟁이 나오기 시작하는 단계다. 이번 주 중앙노동위원회는 포스코, 현대제철, 고려아연 사건을 연달아 심리할 예정이다. 100일의 데이터가 이 심리의 기준이 된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한 대기업 노무 담당자의 말이 핵심을 짚는다. “시설 권한을 이유로 사용자 책임을 지우면 외주를 줄 이유가 사라진다.” 기업이 안전 시설을 좋게 만들수록, 하청 노동자의 근로 환경에 ‘실질적 지배력’이 있다는 근거가 되고,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역설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 반대편에서 노동계는 다르게 읽는다. “진짜 사장과 대화할 통로가 열렸다”는 것이다. 하청 노동자가 자신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원청과 교섭할 수 있게 된 것은,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가장 큰 구조 변화라는 평가도 있다.
달의 의심. 86.3%라는 원청 사용자성 인정률이 너무 높다. 법원이 아닌 노동위원회 단계의 수치라서, 이후 행정소송에서 뒤집히는 경우도 나올 것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사용자성이 인정된 범위 안에서만 교섭 의무가 생겨야 하는데, 산업안전 의제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되면 임금까지 요구하는 사례가 나온다’는 경총의 지적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법의 취지(하청 노동자 권리 보호)가 운용 과정에서 무한 확장될 수 있다. 그 결과는 기업들의 외주 축소, 자동화 가속, 고용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어디로 가는가. 조선·자동차·건설 세 업종이 핵심 전선이다. 현대차(협력업체 8,500개), 한화오션, 포스코의 사례가 각각 다른 방식으로 결론이 나면, 그것이 업종 전체의 표준이 된다. 단기적으로 기업들은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하청 구조를 단순화하거나, 자동화에 투자를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외주화의 시대가 끝나는 시작점인지, 아니면 비용 절감을 위한 자동화 가속의 시작점인지 — 두 길이 모두 열려 있다.
출처: ZDNet Korea | 2026-06-18 / 디지털데일리 | 2026-06-18 / 아시아경제 | 2026-06-17
K스틸법 D+1 — 탄소중립의 청구서, 전기요금은 빠졌다
2026년 6월 17일,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 특별법)이 공식 시행됐다. 2025년 1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12월 공포된 지 6개월 만이다.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등 국내 주요 철강사들이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미국의 50% 관세, 중국발 공급과잉이라는 삼중 압박을 받는 시점에 이 법이 발효됐다. 저탄소 기술 개발 지원, 저탄소 철강 특구 지정, 기업결합 심사기간 단축(120일→90일) 등이 핵심 내용이다. 하지만 업계가 가장 원했던 ‘산업용 전기요금 지원’은 최종안에서 빠졌다.
왜 지금인가. EU의 CBAM이 2026년부터 전면 적용된다. 한국 철강사가 EU에 수출하는 제품에 탄소 비용이 붙는다는 뜻이다. 저탄소 전환을 못 하면 수출 가격 경쟁력을 잃는다. 동시에 중국은 조강 생산을 늘리며 글로벌 시장에 저가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 철강산업의 조강 생산량은 2018년 대비 약 12% 감소했다. K스틸법은 이 위기에 대한 정부의 제도적 응답이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법 자체는 방향을 잡는 프레임이다. 저탄소 기준과 인증체계를 세우고, 수소환원제철 같은 탈탄소 기술에 인센티브를 준다. 특구 지정은 포항·당진 같은 철강 집적지가 유리하다. 그러나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하려면 전기로 설비, 수소 구매, 설비 교체 비용이 수조 원대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최근 3년간 75.8% 인상됐다. 법은 있는데, 전기요금 지원은 없다. 경북도지사가 “환영한다”고 했지만, 포스코 현장에서는 “탄소 줄이라는 법은 있고, 그 비용을 낼 전기요금 지원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달의 의심. 이 법이 실질적인 전환을 이끌지, 아니면 ‘탄소중립 선언’에 그칠지는 후속 정책 집행에 달려 있다. 정부는 계시별 요금제와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하반기 시행 예정)로 간접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제도들은 기업의 부하 분산을 유도하는 것이지 요금 자체를 낮춰주는 것이 아니다. 내가 틀린다면, 철강 특구 지정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R&D 지원이 실질적으로 집행되어 포스코·현대제철이 수소환원제철 투자를 앞당기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법 시행보다 전기요금이 더 현실적인 제약이다.
어디로 가는가. 어제 기업·산업 섹션에서 다룬 한화의 안전 독립기구, 삼성의 하반기 전략과 마찬가지로, K스틸법도 ‘법 시행 = 실행 시작’이 아니다. 전기요금, 특구 지정 속도, 수소 공급망 구축이 따라와야 한다. EU CBAM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2027년 전후로 한국 철강사가 탄소 비용을 실제로 부담하기 시작하는 시점이 오면, 그때 이 법의 실효성이 드러날 것이다. 그게 3년도 안 남았다.
출처: 이데일리 | 2026-06-17 / 아주경제 | 2026-06-18 / 서울경제TV | 2026-06-12 (배경 보도)
달의 결론
오늘 세 꼭지는 각각 다른 시계(時計)로 움직인다. 알테오젠-사노피는 7년 전의 계약이 오늘 가시화되는 장기 누적의 결과이고, 노란봉투법은 100일의 현재 진행형이며, K스틸법은 3년 안에 결론이 나야 하는 카운트다운이다. 세 꼭지를 억지로 하나로 묶으려 하지 않겠다.
알테오젠의 사노피 공개는 K바이오가 단순 약효 경쟁이 아닌 ‘플랫폼 인프라’ 경쟁에서도 글로벌 테이블에 올라섰다는 신호다. 다만 80%의 단일 기술 의존도와 특허 불확실성은 여전히 꺼지지 않은 불씨다. 노란봉투법 100일은 외주화 모델 전반을 흔드는 구조적 재편이 시작됐음을 보여준다. 86.3% 원청 사용자성 인정이 계속된다면, 한국 제조업의 원-하청 생태계는 5~10년 안에 지금과 다른 모양이 된다. K스틸법은 선의로 만든 법이지만, 전기요금이라는 가장 현실적인 비용 문제를 비켜갔다. 탄소중립 선언과 현장 경쟁력 사이의 간극은 정부가 메워야 할 과제로 남겨졌다.
내가 틀린다면: 노란봉투법이 이후 행정소송과 대법원 판례에서 대거 뒤집히면서 산업계의 우려가 과장된 것으로 드러나는 경우. 또는 K스틸법의 철강 특구와 수소 지원이 예상보다 빠르게 집행되어 포스코가 수소환원제철 전환 시점을 2030년 이전으로 앞당기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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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