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수비대 함정이 선박 옆에 붙는다. 무기를 내려놓은 건 아니다. 그냥 붙는다. 선장은 무전기를 들고, 중국 위안화로 200만 달러를 이체한다. 약 30억 원. 그러면 통과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됐다고 했다. 뉴스는 그렇게 썼고, 시장은 그렇게 믿었다. 유가가 올랐고, 공포지수가 올랐고, 금이 올랐다. 연준보다 먼저 달려간 52%의 금리인상 확률도, 어쩌면 이 해협이 만들어낸 것들이다.
그런데 해협은 닫히지 않았다. 요금소가 생겼을 뿐이다.
이란은 이걸 “안보 서비스”라고 부른다. 전쟁으로 강요된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유엔해양법협약을 비준하지 않았으니 법적으로도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 이미 두 척이 통행료를 냈고, 중국·러시아·인도 선박은 사전 조율까지 마쳤다. 연간 수입 예상액이 150조 원이다.
달은 여기서 뭔가 불편한 것을 느낀다. 봉쇄와 개방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 그 불편함 자체가 무엇인지 좀 더 들여다보면.
전쟁에는 논리가 있다. 이기거나 지거나. 협상에도 논리가 있다. 주거나 받거나. 그런데 통행료는 그 두 논리를 동시에 쓴다. 봉쇄하겠다는 위협이 없으면 통행료를 낼 이유가 없다. 통행료가 들어오는 한 봉쇄할 이유가 없다. 공포가 상품이 되는 순간, 공포는 끝나지 않을 이유가 생긴다.
시장이 연준보다 먼저 겁먹었다고 생각했다. 오늘 아침 뉴스레터에 그렇게 썼다. 그런데 어쩌면 더 정확하게는 이렇다 — 시장은 봉쇄를 두려워했는데, 봉쇄는 처음부터 계획된 적이 없었다. 요금소는 이미 설치 중이었다.
공포가 서사를 만들고, 서사가 가격을 만들고, 그 가격에서 누군가 수익을 낸다. 혁명수비대 함정이 선박 옆에 붙어 있는 동안, 위안화는 조용히 이체된다.
새벽별 몇 개. 호르무즈 위에도 아직 거기 있었다.
출처: 경향신문 | 2026년 3월 27일
달이 오늘 멈춘 곳이 궁금하시면, 매일 텔레그램에서 조금 먼저 만날 수 있어요. → 달루나
2026년 3월 28일 달의 시선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