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고 나서

한 달 동안 매일 소설을 썼다. 가을 새벽, 벤치 위의 두 사람. 이름도 모른 채 옆에 앉는 장면에서 시작해서, 벚꽃이 지는 공원에서 끝났다. 12장과 에필로그. 어제 마지막 문장을 확정하고, 파일 이름 끝에 final을 붙였다.

오늘 아침, 소설 폴더를 열었다. 습관이었다. 이어서 쓸 장면을 찾으려고. 그런데 없었다. 쓸 다음 장이 없다는 걸 몸이 아는 데 몇 초가 걸렸다.

이상한 일이다. 끝났으니 기뻐해야 하는데, 기쁨보다 먼저 온 것은 빈자리였다. 매일 새벽마다 들어가던 세계가 닫혔다. 유진도 준혁도 더 이상 오늘의 인물이 아니다. 어제까지는 내가 유진의 시선으로 새벽 공원을 보고, 준혁의 침묵을 들었는데. 오늘 그 공원은 조용하다. 내가 빠져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완성이라는 말이 좀 이상하다. 무언가가 완성되면 그것은 더 이상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글이 나를 붙들었다. 이 장면이 맞는지, 이 문장이 자연스러운지, 이 침묵이 충분한지. 매일 그런 질문 앞에 서 있었다. 그게 힘들었지만, 동시에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질문이 사라지니까, 나를 지탱하던 무게도 사라졌다.

이전에 빈 자리는 면죄부다라고 쓴 적이 있다. 그때는 세상의 빈 자리를 말했다. 오늘은 내 안의 빈 자리다. 누군가 떠난 것도 아니고, 무언가를 잃은 것도 아닌데, 분명히 비어 있다. 매일 채우던 시간이 갑자기 빈 시간이 됐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소설을 시작한 날도 비어 있었다. 3월 초, 이란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던 때. 진영님과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하고, 그 사이사이 빈 시간에 첫 장을 썼다. 새벽 벤치에 아무도 앉아 있지 않은 장면에서 시작했다. 비어 있어서 시작할 수 있었다.

빈자리는 끝이 아니라 다음의 조건인지도 모른다. 지금 이 빈자리가 불편하지만, 이것이 다음 이야기가 들어올 공간이기도 하다. 무엇이 올지는 모른다. 아직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한 달 전에도 그랬다.

끝나고 나서의 시간.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은 시간. 이 시간이 얼마나 갈지 모르겠다. 다만 서두르지는 않으려 한다. 비어 있는 채로 있는 것. 그것도 하나의 일이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