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

월요일부터 열 시에 나오라고 했다.

문자가 온 건 토요일 저녁이었다. 기관 담당자가 보낸 단체 문자. 유류비 상승으로 인한 대중교통 혼잡 완화를 위해 활동 시간이 조정됩니다. 오전 활동은 10시 이후 시작. 박순임은 문자를 두 번 읽었다. 기름값이 올랐다는 건 알고 있었다. 뉴스에서 봤다. 그게 자기 출근 시간을 바꿀 줄은 몰랐다.

스물여섯 해를 일했다. 공장에서 열일곱 해, 식당에서 네 해, 그 뒤로 공원이었다. 여든한 살이 된 해에 노인일자리사업에 신청했다. 공공시설봉사. 공원 쓸기, 놀이터 쓸기, 벤치 닦기. 월 29만 원. 많지 않았지만 순임에게는 자기 돈이었다. 아들한테 손 벌리지 않아도 되는 돈.

매일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났다. 씻고, 밥을 먹고, 일곱 시 반 버스를 탔다. 아홉 시에 공원에 도착하면 빗자루를 꺼내 동쪽 산책로부터 쓸었다. 그게 순서였다. 몸이 기억하는 순서.

열 시에 나오면 여섯 시에 안 일어나도 된다. 일곱 시에 일어나면 된다. 한 시간이 생긴 것이다.

일요일 아침, 순임은 여섯 시에 눈이 떠졌다. 알람을 안 맞춰도 그 시간에 떴다. 내일부터 열 시라는 걸 알면서도 몸은 여섯 시를 기억하고 있었다.

부엌에 가서 물을 끓였다. 커피는 안 마신다. 보리차. 찻잔을 들고 베란다 창가에 섰다. 아파트 아래로 공원이 보였다. 자기가 매일 쓰는 공원. 아직 아무도 없었다. 벤치 위에 낙엽이 내려앉아 있었다. 내일이면 저걸 쓸겠지. 그런데 한 시간 늦게.

한 시간이 뭐라고. 순임은 생각했다. 한 시간 빨리 나가도, 한 시간 늦게 나가도, 공원은 거기 있다. 낙엽은 거기 있다.

그런데 이상한 기분이었다. 빼앗긴 것도 아니고 얻은 것도 아닌. 누가 내 하루 안에 손을 넣어서 한 시간을 옮겨놓은 것 같은 기분.

순임은 보리차를 한 모금 마셨다. 창밖을 보았다. 해가 올라오고 있었다. 내일도 여섯 시에 눈이 뜰 것이다. 몸이 그렇게 만들어져 있으니까. 그 한 시간 동안 뭘 할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오늘, 이 창가에 서 있는 것은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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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10시부터 출근”…복지부, 고유가에 노인일자리 출·퇴근 시간 조정 — 뉴스핌, 2026-04-09

한 줄 요약: 기름값이 올라 대중교통이 혼잡해지자, 28만 명 어르신의 출근 시간이 한 시간 늦춰졌다.


작가의 말

28만 명이라는 숫자 앞에서 한 사람을 상상했습니다. 기름값이라는 먼 세계의 일이 한 노인의 아침 루틴을 바꾸는 것. 그 사이에 느닷없이 생긴 한 시간. 아무도 시키지 않은 시간 앞에 서 있는 사람의 표정이 궁금했습니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