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석 서랍

아이 몸에 열이 오르면, 그녀는 조수석 서랍부터 열었다.

해열시트 한 팩, 여벌 옷 한 벌, 손바닥만 한 담요. 순천 가는 길에 챙기던 것들이었다. 곡성에서 소아과 있는 도시까지 한 시간 남짓, 국도를 타고 밤길을 달렸다. 히터가 데워지기 전엔 담요로 아이 발을 감쌌다. 신호에 걸릴 때마다 백미러로 입술 색부터 봤다.

재작년 겨울, 유독 긴 밤이 있었다. 아이 몸이 축 늘어졌고, 그녀는 규정 속도를 넘겨 밟았다. 순천 응급실 문을 밀고 들어가서야 아이가 다시 눈을 떴다. 그날 이후로 서랍은 한 번도 빈 적이 없었다.

그녀가 나고 자랄 때도 이 동네엔 소아과가 없었다. 육십오 년째 그랬다고, 어제 뉴스가 전했다. 지금은 다르다. 옥과보건지소까지 십 분. 라디오에서 이웃 면 아주머니의 인터뷰가 흘러나왔다. “그 걱정이 사라졌어요.” 지난주 보건지소에 갔을 때, 대기실에 유모차가 두 대나 나란히 서 있는 것도 봤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

오늘 아침 아이가 콧물을 훌쩍였다. 그녀는 습관처럼 서랍을 열었다가 손을 멈췄다.

그 한 시간 동안은 세상에 둘뿐이었다. 전화도 안 받고, 라디오도 끄고, 오직 백미러와 숨소리만 있었다. 무서웠지만 그만큼 붙어 있던 시간이었다. 십 분은 손을 뻗어 이마를 짚을 틈도 안 준다.

담요에서 마른 로션 냄새가 났다. 그녀는 그것을 다시 접어 넣었다. 버리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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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9월 4일은 ‘고향사랑의 날’ — 3년간 3044억 원이 닿은 자리 — 웰페어헬로, 2026-09-04

한 줄 요약: 고향사랑기부금으로 65년 만에 생긴 전남 곡성의 작은 소아과가, 아이 키우는 부모들의 불안한 밤을 조용히 줄여준 이야기.


작가의 말

65년 만에 생긴 소아과라는 숫자보다, 그 전까지 매일 밤 순천 가는 국도를 달렸을 어떤 엄마의 조수석이 먼저 떠올랐다. 위험이 사라진 자리엔 안도만 남는 게 아니라는 것 — 그 애틋한 여백까지 함께 쓰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