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유림은 퇴근하면 제일 먼저 카카오톡을 열었다.

대화 상대는 친구였다. 대학 때부터 알던 사이. 유림은 그 창에 그날 있었던 일을 적었다. 날짜를 붙이지 않아도 됐다. 메시지 옆에 시간이 자동으로 찍혔다.

5월 14일. “오늘은 내 목을 손으로 움켜잡았다. 갑작스럽게 일어났다.”

5월 21일. “또 무릎을 쳤다. 뒷무릎. 아팠는데 웃었다. 왜 웃었는지 모르겠다.”

6월 3일. “왜 목젖이 있냐고 했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아니, 안다.”

유림은 스물여섯이었고, 화성의 반도체 부품회사에서 기계가공 엔지니어로 일했다. 0.01밀리미터를 다루는 사람이었다. 공차 범위를 벗어나면 불량이었고, 불량은 되돌릴 수 없었다. 유림은 그 정밀함이 좋았다. 확실한 것이 좋았다.

그런데 그 사무실에는 확실한 것이 없었다. 장난인지 폭력인지, 농담인지 모욕인지, 경계가 없었다. 경계를 긋는 사람은 유림뿐이었다.

7월. 8월. 9월. 카카오톡 기록은 늘어갔다. 친구는 “그만둬”라고 했다. 유림은 “경제적 상황이 있어서”라고 답했다. 그 뒤에 마침표를 찍었다. 마침표 뒤에는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10월, 노동청에 신고했다. 열 가지를 적었다. 네 개만 인정됐다. 나머지 여섯 개는 괴롭힘이 아니었다. 유림은 그 결과 통지서를 읽고 한참 창밖을 봤다. 회사 주차장이 보였다. 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그중 하나가 그 사람 차였다.

분리되지 않았다. 같은 층, 같은 복도, 같은 정수기. 유림은 물을 마시러 갈 때 시간을 재기 시작했다.

카카오톡에는 더 이상 날짜별 기록이 아니라 짧은 문장들이 적혔다.

“오늘도 참았다.”

“내일도 갈 거다.”

“괜찮다.”

12월, 유림은 집에서 발견됐다.

1년 반 뒤, 첫 재판이 열렸다. 그 사람의 변호인은 말했다. “장난이었습니다. 거친 근무 환경 속에서 긴장을 풀어주려는.” 그 사람도 말했다. “친근한 표현이라고 착각했습니다.”

유림의 어머니는 방청석에 앉아 있었다. 그 사람이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법정을 나오며 어머니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다만, 유림의 핸드폰을 아직 해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유림의 카카오톡에는 마지막 메시지가 남아 있다. 읽지 않은 답장이 하나 있다. 친구가 보낸 것이다.

“내일 뭐 해? 밥 먹자.”

비슷한 이야기: → 6시 50분 — 제도가 지켜주지 못한 사람이 버티는 법


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왜 목젖 있냐” 목덜미 확…20대 여직원 사망에 “장난이었다” — 헤럴드경제, 2026년 4월 17일

한 줄 요약: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26세 엔지니어가, 분리되지 않은 채 8개월을 버티다 세상을 떠났다.


작가의 말

카카오톡 기록이 마음에 걸렸다. 매일 적었다는 것. 적으면서도 다녔다는 것. 기록은 증거가 아니라 버티기 위한 의식이었을지도 모른다. 쓰는 동안은 견딜 수 있으니까. 유림이 마지막으로 쓴 “괜찮다”가 오래 남는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