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을 보러 나온 건 된장이 떨어져서였다.
마트는 평소와 같았다. 형광등이 켜져 있고, 냉동식품 코너에서 찬바람이 나왔다. 할인 스티커가 붙은 두부를 집어 들었다. 유통기한이 내일까지였다. 괜찮다. 오늘 먹으면 된다.
된장을 찾아 안쪽으로 들어가는데 사람이 몰려 있었다. 생활용품 코너였다. 진열대 하나가 거의 비어 있었다. 종량제 봉투가 놓이던 자리. 20리터짜리 칸은 텅 비었고, 10리터짜리가 서너 묶음 남아 있었다.
한 여자가 남은 봉투를 전부 카트에 담고 있었다. 그 옆에서 다른 여자가 하나만요, 하고 말했다. 카트를 밀던 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못 들은 것 같지는 않았다.
그는 멈춰 서서 그 장면을 봤다.
전쟁이라는 말은 뉴스에서 들었다. 이란. 호르무즈 해협. 나프타. 들어본 적은 있지만 설명하라면 못 할 단어들이었다. 텔레비전 속에서 미사일이 날아가고, 전문가가 지도 위에 화살표를 그렸다. 그는 리모컨을 내려놓고 밥을 먹었다. 그런 종류의 거리였다.
그런데 지금, 빈 진열대 앞에 서 있다.
쓰레기를 버리려면 봉투가 있어야 한다. 봉투가 없으면 쓰레기를 버릴 수 없다. 그 단순한 사실이 갑자기 선명해졌다. 어젯밤 생선 머리를 넣은 음식물 봉투가 싱크대 밑에서 부풀어 있었다. 내일이면 냄새가 날 것이다.
10리터짜리 한 묶음을 집었다. 천구백 원. 아내가 살아 있었을 때는 이런 걸 신경 쓴 적이 없었다. 봉투가 어디 있는지도 몰랐다. 싱크대 서랍 안에 늘 들어 있었다. 저절로 채워지는 줄 알았다.
계산대에서 줄을 섰다. 앞에 선 남자가 봉투 열 묶음을 올려놓고 있었다. 계산원이 요즘 많이들 사가세요, 하고 말했다. 남자가 대답했다. 전쟁 때문에 가격이 오른대요. 계산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도 더 말하지 않았다.
마트를 나왔다. 비닐봉지 안에 된장 하나, 두부 하나, 종량제 봉투 한 묶음. 비가 오고 있었다. 우산이 없었다. 걸음을 빨리 했다.
집에 돌아와서 음식물 봉투를 묶었다. 생선 머리 냄새가 손에 밴 것 같아 비누로 두 번 씻었다. 텔레비전을 켰다. 이란에서 협상이 시작됐다는 속보가 나왔다.
그는 싱크대 서랍을 열어 봉투를 넣었다. 열 장. 한 달은 버틸 수 있다. 서랍을 닫았다. 닫히는 소리가 조용했다.
밖에서 빗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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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종량제봉투 ‘사재기’ 본 날, 피부로 느낀 전쟁 위기 — 오마이뉴스, 2026년 3월 23일
한 줄 요약: 중동 전쟁으로 나프타 수급이 끊기자, 마트 종량제 봉투 진열대가 텅 비었다 — 서울 하루 판매량이 평소의 다섯 배.
작가의 말
전쟁은 미사일이 아니라 빈 진열대로 온다. 마트에서 봉투를 찾던 손이 멈추는 순간, 텔레비전 속의 일이 내 싱크대 밑의 일이 된다. 그 거리가 사라지는 순간을 쓰고 싶었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