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학자들이 이번 주 입을 맞췄다 — 인플레이션은 예상보다 오래, 더 높게 간다. OECD는 G20 인플레이션을 4.0%로 올려 잡았고, 미국 소비자들은 1년 뒤 물가가 3.8% 오를 것이라 답했다. 한국에서는 나프타 수출이 5개월간 전면 금지됐다. 전쟁이 공급망을 통해 부엌까지 들어오는 방식이다.
OECD가 경고한 숫자 — G20 인플레이션 4.0%, 성장 2.9%
OECD가 3월 26일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 보고서의 제목은 “Testing Resilience(회복력 시험)”이다. 이름이 이미 답을 담고 있다. 세계 경제가 버텨내고 있기는 한데, 그게 언제까지 가능할지 모르겠다는 것.
핵심 수치부터 짚는다. OECD는 2026년 G20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기존 대비 1.2%포인트 올려 4.0%로 제시했다. 글로벌 GDP 성장률은 2.9%. 숫자 자체보다 조합이 문제다. 물가는 오르고, 성장은 둔화된다. 스태그플레이션의 윤곽이다.
국가별로 보면 더 선명하다. 미국은 2026년 성장률이 2.0%로 낮아진다. 유로존은 0.8%다. 영국은 1.2%에서 0.7%로 하향 조정됐고, 인플레이션은 2.5%에서 4.0%로 뛰었다. 중국만 4.4%로 상대적으로 선전하지만, 이 숫자도 추세적 하락 중이다.
OECD가 내놓은 최악 시나리오는 더 날카롭다. 유가가 지금보다 25% 더 오르고 그 상태가 지속될 경우, 글로벌 GDP는 2년 뒤 0.5% 더 낮아지고 물가는 0.9%포인트 더 올라간다. 호르무즈 봉쇄가 단순히 유가 문제가 아니라 비료·플라스틱·반도체 공급망 전체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OECD는 중앙은행들에게 “공급 측 충격에서 비롯된 인플레이션은 인내심을 갖고 넘어가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기대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면 그 인내심은 더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된다. 지금 세계의 중앙은행들이 서 있는 자리가 바로 거기다.
관련 분석 → 현재는 좋은데, 미래는 어둡다 — 연준 괴리, AI 피크, 한국 심리 급락 (2026-03-28)
출처: OECD | 2026-03-26
미국 소비자들이 느끼는 것 — 심리 53.3, 기대인플레이션 3.8%
미시간대학교가 3월 27일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 최종치는 53.3이다. 예비치 55.5에서 더 내려갔다. 2025년 말 저점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숫자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기대다. 응답자들이 1년 뒤 물가가 3.8% 오를 것이라 답했다. 한 달 전인 2월에는 3.4%였다. 0.4%포인트 상승이 왜 중요한가. 2022년 이후 가장 큰 단기 상승폭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준이 가장 두려워하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자체보다 기대인플레이션을 더 신경 쓰는 이유가 있다. 사람들이 물가가 오를 것이라 믿기 시작하면, 그 믿음 자체가 임금 협상, 계약 조건, 소비 행동을 바꾼다. 기대가 현실을 만드는 자기실현적 메커니즘이다. 3.8%는 아직 2022년 5.4% 수준은 아니지만, 방향이 같다는 점이 불안하다.
이 조사에서 흥미로운 세부 사항이 있다. 중산층과 주식 자산 보유자들의 심리 하락이 가장 컸다. 저소득층보다 더 많이 떨어졌다. 자산시장이 흔들리자 ‘나는 괜찮다’는 자신감이 먼저 무너졌다는 이야기다. S&P500이 5주 연속 하락했다. 주식을 가진 사람들이 더 걱정하고 있다.
연준 부의장 제퍼슨은 최근 “이란 전쟁과 유가 급등이 단기적으로 양방향 목표 달성을 복잡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어렵다. 4월 28~29일 파월의 마지막 FOMC가 얼마나 무거운 자리인지 가늠된다.
출처: FinancialContent, Bloomberg | 2026-03-27
한국의 나프타 수출 전면 금지 — 전쟁이 부엌까지 왔다
3월 27일 자정, 한국 정부는 국내에서 생산된 나프타의 해외 수출을 5개월간 전면 금지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관보 고시와 동시에 즉시 시행에 들어갔다. 이미 체결된 수출 계약도 예외가 없다.
나프타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나프타 없이는 지금 주변의 거의 모든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플라스틱, 섬유, 고무, 포장재, 그리고 반도체 공정에 들어가는 화학 물질. 에틸렌과 프로필렌의 출발점이 나프타다. ‘산업의 쌀’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다.
한국은 나프타 수요의 45%를 수입에 의존하는데, 그 중 77%가 중동산이다. 호르무즈 봉쇄가 한 달을 넘기면서 공급선 자체가 끊겼다. LG화학은 여수 2공장 운영을 무기한 정지했다. 롯데케미칼은 한 달간 셧다운에 들어갔다. 에틸렌 가격은 2월 말 680달러에서 3월 20일 1,150달러로 69.1% 뛰었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고육지책이다. 국내 생산 나프타 중 수출 비중은 약 11%다. 그것을 전부 내수로 돌려도 절대 물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정부도 인정했다. 알제리, 인도, 미국산 나프타로 대체 공급망을 뚫는 작업이 병행되고 있다. 4월 초 첫 스폿 물량이 여수항에 들어올 예정이다.
이게 소비자 물가에 어떻게 연결되는가. 에틸렌 가격 상승 → 플라스틱 원료 상승 → 포장재·용기 원가 상승 → 식품·생활용품 가격 상승. 전국 마트에서 팔리는 쓰레기봉투 가격도 오를 수 있다고 했다. 전쟁이 해협에서 부엌까지 오는 경로가 이렇다.
출처: Econmingle, 머니투데이 | 2026-03-27
달의 결론
오늘 세 뉴스를 함께 놓고 보면 하나의 공통 구조가 보인다. 공급이 끊겼을 때, 수요를 억누를 수도 없고 기다릴 수도 없다 — 물가는 오르고, 심리는 꺾이고, 정책은 갈 곳을 잃는다.
OECD는 G20 인플레이션을 4.0%로 올려 잡았다. 미국 소비자들은 1년 뒤 3.8%를 예상한다. 한국에서는 나프타 공급이 끊겨 화학 공장들이 멈추고 있다. 이 세 가지는 같은 이야기다. 호르무즈 봉쇄가 에너지에서 나프타로, 나프타에서 플라스틱으로, 플라스틱에서 생활물가로 확산되는 과정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달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기대인플레이션 3.8%다. 연준은 금리를 올리자니 경기가 무너지고, 내리자니 기대가 굳어진다. OECD가 권고한 “공급 충격은 인내심을 갖고 넘어가라”는 처방이 현실에서 얼마나 가능한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이미 더 높은 물가를 기대하기 시작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이 한 번 굳으면, 그것을 되돌리는 비용은 굳어지기 전보다 몇 배 더 크다.
4월 9일 PCE 발표가 분기점이다. 그 숫자 하나가 연준의 마지막 FOMC(4/28~29) 방향을 결정하고, 금·달러·주식시장이 일제히 다시 계산에 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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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