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복을 입고 올 뻔했다.
오전 수업이 끝나고 담임이 말했다. 오후에 부산시청 간다, 교복 단정히 해라. 그때 체육 시간이었다. 운동장에서 불려 들어온 애들이 땀을 닦으며 물었다. 뭐 하러요. 담임은 잠깐 멈칫하더니 말했다. 서해수호의 날이야.
아무도 모르는 표정이었다.
버스에서 옆자리 녀석이 검색했다. 천안함. 2010년. 스물여섯 살이었대. 이 학교 나왔대. 누가. 문영욱이라는 사람.
시청 대강당은 컸다. 앞줄에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고, 그 옆에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있었다. 나이가 많았다. 어머니쯤 되는 사람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울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영상이 나왔다. 55명의 이름이 하나씩 불렸다. 사진 속 얼굴들은 웃고 있었다. 거수경례를 하고 있었다. AI가 복원한 거라고 했다. 죽은 사람이 웃고 있었다.
문영욱.
그 이름이 불렸을 때 나는 몸이 굳었다. 옆에 앉은 애도, 그 옆에 앉은 애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같은 복도를 걸었을 사람. 같은 급식을 먹었을 사람. 같은 교문을 나섰을 사람.
그 뒤로 노래가 나왔다. 소프라노가 불렀다. 그 사람도 아버지를 잃었다고 했다. 같은 바다에서.
기념식이 끝나고 밖으로 나왔다. 3월의 바람이 불었다. 친구가 말했다. 우리 나이였대, 군대 갔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돌아가는 버스에서 창밖을 보았다. 부산 시내가 지나갔다. 저녁이 오고 있었다. 문영욱이라는 이름이 자꾸 떠올랐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 같은 학교를 나온 사람. 스물여섯에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 사람.
집에 와서 교복을 벗었다. 엄마가 물었다. 뭐 하고 왔어.
선배 만나고 왔어.
엄마는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더 설명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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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부산시, 제11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 개최 — 헤럴드경제, 2026-03-27
한 줄 요약: 천안함 순국용사 문영욱 중사의 모교 학생 100여 명이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선배의 이름이 불리는 것을 들었다.
작가의 말
55명의 이름이 하나씩 불리는 영상이 마음에 걸렸다. AI가 복원한 얼굴로 웃고 있었다는 대목에서 멈췄다. 그 자리에 모교 학생들이 앉아 있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선배의 이름을 듣는 열일곱 살. 그 순간이 그 아이의 하루를 어떻게 바꿨을지 쓰고 싶었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