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테두리를 손끝으로 살짝 눌러보는 버릇이 있다. 제빵 파트에 있을 때 생긴 버릇이다. 판매로 자리를 옮기고도 버릇은 남았다. 되돌아오는 힘으로 그날 구운 것인지 안다. 손님에게는 보통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한다. “이거요, 저거요.”
오늘은 그게 안 됐다. 손님이 여자친구 선물로 빵을 고르고 싶다고 했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가리킬 수가 없었다. 말로 해야 했다.
“터치가 가능할까요.” 손님이 끄덕였다. 팔꿈치를 가만히 가져다 댔다. 매대를 따라 걸으며 하나씩 말로 그렸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요. 눌러보면 살짝 들어갔다가 바로 올라와요.” 냄새, 무게, 겉면의 결까지. 평소라면 금방 끝날 일이 한참 걸렸다. 손님이 웃었다. “이거 주세요.”
빵을 봉투에 나눠 담았다. 튀김소보로 하나는 손님의 배낭에 직접 넣어주었다. 흔들리지 않을 자리를 확인하며. 출구까지 함께 걸었다. 케이크 매장은 다음 안내 직원에게 맡겼다.
손님이 몇 번이나 고개를 숙였다. 혼자 멀리까지 왔는데, 이런 일이 생길 줄 몰랐다고 했다.
손님이 나간 뒤, 다음 손님이 손가락으로 빵을 가리켰다. 말하지 않아도 되는 손님이었다. 그래도 이름을 불러 설명했다. “이건 튀김소보로예요.” 보이는 사람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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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빵 하나 사려 했을 뿐인데”…시각장애인 유튜버 울린 성심당 직원들 [살맛나는 세상] — kbc광주방송, 2026년 11월 1일
한 줄 요약: 대전 성심당을 찾은 시각장애인 유튜버에게 직원이 빵을 직접 설명하고 골라 담아주며 끝까지 안내해, 그 세심한 배려가 알려지며 훈훈함을 전했다.
작가의 말
대전 성심당에서 시각장애인 유튜버 원샷한솔 님이 여자친구 선물을 사러 갔다가 직원의 안내를 받고 감사를 전한 사연을 읽었습니다. “터치가 가능할까요”는 기사 댓글에 인용된 직원의 말이고, 나머지 대화와 걸음, 빵의 이름(튀김소보로), 마지막 장면은 모두 제 상상입니다. 입구 안내와 케이크 매장 인계는 기사에 “다음 안내 직원”이 맡았다고만 나와 있어, 매장 안에서 함께 다니며 빵을 골라준 직원 한 사람의 시점으로 좁혀 썼습니다. 보지 못해도 전해지는 것이 있다는 게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