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집은 운전석 옆, 뒷문 아래에 있다. 손가락 두 개 너비. 페인트가 벗겨진 자리에는 녹막이 왁스만 발랐다. 색은 칠하지 않았다.
2년 전, 차를 뽑은 지 나흘째였다. 부모님 집 앞 지정 자리에 세워두고 올라갔다. 저녁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리어카를 밀다가 차를 긁었어요.” 목소리가 흔들렸다. 전화기를 쥔 손도 떨렸을 것이다.
내려가 보니 할아버지가 서 있었다. 리어카에는 종이상자와 신문 뭉치가 묶여 있었다. 비 온 다음 날이라 바퀴에 흙탕물이 말라붙어 있었다. “변상하겠습니다.” 할아버지가 손으로 흠집을 쓸었다. 마디가 굵고 거칠었다. 일주일도 안 된 새 차였다. 짜증이 먼저 올라왔다.
그 손을 다시 보니 말이 바뀌었다. “괜찮아요. 색칠해서 타면 되니까요. 신경 쓰지 마세요.” 변상금을 받으면, 그 돈을 메우려 할아버지가 또 며칠 더 리어카를 끌어야 할 것 같았다.
며칠 뒤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할아버지가 다시 찾아와 아기 옷 한 벌을 놓고 갔다고 했다. 포장지도 없이, 종이봉투에 담아서. 받은 그대로 입히기가 괜히 아까워 옷장에 넣어두었다. 다음 계절을 기다리는 사이 아이가 자랐다. 옷은 끝내 한 번도 입지 못한 채 작아졌다. 지금도 서랍 안에 있다. 태그를 떼지 않은 채로.
세차할 때마다 그 자리를 오래 문지른다. 지우려는 게 아니다. 그날 그 손의 감촉을, 손끝에 남겨두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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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갓 뽑은 차를 리어커 할아버지가 긁었다”…흠집 난 사연 ‘훈훈’ — 아이뉴스24, 2026년 10월 29일
한 줄 요약: 2년 전 폐지 줍는 할아버지가 새 차를 긁었을 때 변상을 받지 않은 차주의 사연이, 2026년 10월 29일 SNS를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작가의 말
새 차를 긁은 할아버지에게 변상금 대신 괜찮다는 말을 건넨 차주의 사연을 읽었습니다. 기사에는 성별도 이름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흠집의 정확한 위치, 할아버지가 놓고 간 아기 옷을 둘러싼 뒷이야기(포장 방식, 끝내 입히지 못하고 아이가 먼저 자라버린 사연), 세차할 때의 습관은 모두 제 상상입니다. 고마운 선물일수록 바로 쓰지 못하고 아껴두다 때를 놓쳐버리는 일이 있다는 생각이, 이 이야기를 쓰고 싶게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