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번째 자리는 창가였다.
삼 년 가까이 거기 앉았다. 오후 세 시가 넘으면 볕이 책상 모서리까지 들어왔다. 그때마다 의자를 조금 틀었다. 피하는 게 아니라 비켜주는 쪽이었다. 자리 밑에는 늘 보온병을 뒀다. 뚜껑을 돌릴 때 나는 쇠 소리가 좋았다.
합격자 발표가 뜬 날도 그 자리였다. 손이 떨려서 새로고침을 두 번 눌렀다. 옆자리 학생이 헤드폰을 낀 채 쳐다봤다. 보온병을 챙기는 손이 먼저 움직였다. 가방은 그다음이었다.
출근 날, 자리 배정을 받았다. 책상과 서랍 하나였다. 비상연락망 명단에는 내 이름이 가장 밑에 있었다. 옆자리 주무관들보다 스무 살 가까이 많았는데도.
전화를 받았다. “네, 총무과입니다.” 상대가 목소리를 듣고 머뭇거렸다. “저, 실례지만—” 하다가 말을 흐렸다. 나이를 묻고 싶은 모양이었다. 용건만 물었다.
둘째 주 금요일, 과장이 회의 자료를 복사해 오라고 시킨 건 옆자리 주무관이었다. 두 달 먼저 들어온 사람이었다. 막내는 나였다. 과장이 뒤늦게 “아, 선생님은—” 하다 멈췄다. 그냥 웃었다.
퇴근 전, 서랍에 보온병을 넣어두었다. 뭘 더 채워야 할지 아직 모른다.
그날 밤 집에서 스터디카페 앱을 열었다. 열일곱 번째 자리, 예약은 비어 있었다. 지우려다 그만뒀다.
비슷한 이야기: → 행거
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나이 50에 9급 합격했습니다”…늦깎이 공무원의 뭉클한 첫 출근 [사연잇슈] — 서울신문, 2026년 10월 28일
한 줄 요약: 쉰 살에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출근 2주 차를 맞은 한 사람의 적응기.
작가의 말
쉰 살에 9급 공무원이 된 사람의 사연을 읽었습니다. 기사에는 성별도 수험 기간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스터디카페 자리 번호와 보온병, 총무과, 전화와 복사 장면은 모두 제 상상입니다. 막내 몫의 심부름이 두 달 먼저 들어온 동료에게 넘어가던 순간, 주인공이 그냥 웃고 마는 장면이 마음에 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