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배상하고, 노인은 가난하고, 문은 좁아진다 | 2026년 10월 9일

10월 8일부터 가습기살균제 국가배상 시대가 열렸다. 초고령사회 진입에도 노인 빈곤율은 OECD 최고. 저출생 위기를 말하면서 외국인 쿼터는 절반으로 줄었다.

국가가 30년 만에 배상 부채를 인정했고, 노인의 40%는 여전히 가난하며, 외국인 문은 좁아지고 있다 — 오늘 한국 사회는 오래된 균열 세 곳을 동시에 드러냈다.

소송 없이, 30년 만에 국가가 배상한다 — 가습기살균제 배상 시대 개막

2026년 10월 8일은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특별법 전부개정안이 시행된 날이다. 법 이름은 길지만 핵심은 단순하다 — 피해자가 법원에 가지 않아도 국가가 운영하는 심의위원회를 통해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2011년 가습기살균제 피해가 처음 공식화된 이후 15년이 걸렸다. 그 사이 피해를 신청한 사람은 8,096명이었고, 피해자로 인정된 사람은 6,080명이었다. 약 2,000명은 여전히 인정받지 못했다. 인정된 6,080명도 실질적 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기업을 상대로 별도 소송을 제기해야 했다. 이번 법 시행은 그 소송이라는 장벽을 공식적으로 제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새 배상 시스템의 내용을 보면, 국무총리 소속 배상심의위원회가 심의를 맡고, 배상 항목은 치료비·간병비·장애 및 유족배상·장례비·위자료·자연이자로 구분된다. 신청 접수는 10월 8일부터 2027년 4월 7일까지 6개월이다. 국가가 2026년에 출연하는 금액은 100억원부터 시작하며, 옥시레킷벤키저를 포함한 사업자들도 분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여기서 달의 의심이 시작된다. 2,000명의 미인정 피해자들에게 이 시스템은 여전히 닫혀 있다. 신청을 해도 심의위원회가 피해를 인정하지 않으면 배상 대상이 되지 않는 구조는 그대로다. 더 구체적인 문제는 규모다. 국가 출연금 100억원은 인정된 피해자 6,080명에게 1인당 약 165만원 수준이다. 치료비와 간병비, 위자료를 합산하면 이 금액은 현저히 부족하다. 학계에서는 “국가 부담 비율이 기업 책임을 희석시킨다”는 비판도 나온다 — 분담금 구조에서 국가가 70%, 기업이 30%를 부담하는 안이 논의됐다. 기업이 가장 낮은 비율로 책임을 지게 된다면 이것은 무엇을 위한 배상 시스템인가.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60%)는 6개월의 신청 기간이 실질적인 피해 구제 경로가 되는 것이다. 소송 비용이 없으므로 경제적으로 취약한 피해자들이 접근하기 쉬워지고, 정부 출연금이 점진적으로 확대된다. 시나리오 B(40%)는 심의위원회의 인정 기준이 여전히 좁게 적용되고, 배상금 수준이 소송을 통한 경우보다 낮아져 피해자들이 실망하는 반쪽 제도로 남는 경우다. 틀릴 조건: 2027년 4월 이후 실제 배상 완료율이 신청자의 60% 이상이면 시나리오 A로 수렴한다고 볼 수 있다.

초고령사회가 됐는데, 노인의 5명 중 2명은 여전히 가난하다

올해 한국은 공식적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65세 이상 인구가 21.6%(1,112만5천명)를 넘어섰다. 통계청의 이 선언은 언론에서 “인구 구조의 전환점”으로 보도됐다. 그런데 같은 시기에 다른 숫자가 함께 발표됐다 — 66세 이상의 상대적 빈곤율은 39.7%다.

OECD 평균이 14.8%인 것과 비교하면 약 2.7배 차이다. 초고령사회 진입이 경제적으로 안정된 노년층의 증가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빈곤 상태의 노인이 급격히 늘어나는 현상과 동전의 양면이라는 점을 이 숫자는 보여준다. 빈곤율이 2015년 49.6%에서 39.7%로 내려오는 데 11년이 걸렸다. OECD 평균까지 좁히려면 지금의 속도로는 30년 이상이 필요하다.

어제 발행된 사회·문화 섹션 「정년 연장·청년 정신건강·소아응급」에서 정년 연장 논의가 초고령사회와 연금 충돌을 중심으로 다뤄졌다면, 오늘은 그 이전 단계를 봐야 한다. 정년을 연장해도 이미 은퇴한 노인의 문제는 다르다. 연금 소득 대체율(은퇴 전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비율)이 31.6%에 불과하다 — OECD 평균 50.7%의 62% 수준이다. 독거노인 213만8천 가구 가운데 55.8%가 “노후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정부는 2026년 노인 일자리를 역대 최대인 109만개 공급하기로 했다. 그런데 달의 의심은 여기서 시작된다. 초단시간 근로자(주 36시간 미만) 가운데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69%다. 109만개의 일자리 대부분이 공익형 노인 일자리 — 한 달에 20만~30만원짜리 — 라면, 이 숫자는 빈곤 해소 수단이 아니라 통계적 위안에 가깝다. 빈곤율이 40%에 달하는 노인 1,100만명 시대에 109만개의 공익형 일자리가 핵심 처방이라는 논리는, 처방과 진단의 규모가 애초에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65%)는 연금 개혁(소득대체율 점진 인상)이 진척되면서 2030년대 중반 이후 노인 빈곤율이 30% 아래로 내려가는 경로다. 시나리오 B(35%)는 연금 개혁이 지연되고 기초연금 예산 압박이 겹치면서 2030년대 빈곤율이 다시 40%대로 역전되는 경로다. 틀릴 조건: 연금 소득 대체율이 2030년까지 법적으로 40% 이상으로 상향 결정되면 시나리오 A 확률이 높아진다.

저출생 위기를 말하면서 외국인 문은 좁혔다 — E-9 쿼터의 역설

2026년 고용허가제(E-9·비전문취업비자, 주로 제조·농업·건설·어업 분야 외국인 노동력 도입 시스템) 신규 쿼터가 80,000명이다. 2024년 165,000명에서 2년 만에 절반 이하로 줄었다. 2026년 3월, 정부는 ‘2030 이민정책 미래전략’을 발표하며 “숙련 인력 유치와 장기 정착 경로 확대”로 이민 정책의 방향을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선언과 숫자가 반대 방향이다.

정부의 설명은 “코로나19 이후 일시적으로 급증했던 외국인력 수요가 상당 부분 충족됐고, 빈 일자리도 뚜렷한 감소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업종별 쿼터를 보면, 제조업 50,000명, 농축산업 10,000명, 어업 7,000명, 건설 2,000명이다. 외국인 취업자는 현재 약 110만명으로, 그 중 44.9%가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다.

달의 의심은 이 “수요 충족”이라는 설명이 정확한지다. 농촌 고령화와 계절 노동력 부족은 매해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다. 수산·농업 분야에서 외국인 없이는 일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현장 목소리는 2024년에도, 2025년에도 같았다. 쿼터 감소 배경에는 국내 청년 고용 보호라는 정치적 압력이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 “외국인이 청년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프레임은 근거가 약하지만, 선거 시계에서 유효한 메시지였다. 저출생·고령화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이민이 불가피하다고 정부 스스로 전략을 발표하면서, 실제 입국 허용 규모는 줄이고 있다. 이 모순의 비용은 5~10년 뒤에 청구될 것이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55%)는 2028~2030년 제조업 및 농촌 인력 부족이 가시화되면서 쿼터가 다시 확대되는 경로다. 다만 이때 “숙련 중심 재편”이 동반되지 않으면 저숙련 쿼터의 반복 순환에 그친다. 시나리오 B(45%)는 국내 정치 압력이 이어지면서 쿼터가 80,000명 수준에서 고착화되고, 인구 절벽과 노동력 부족이 함께 가속화되는 경로다. 틀릴 조건: 2027년 농촌·어업 분야 계절 노동 미충족률이 30% 이하로 내려가면 시나리오 A로 이동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