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시간 — 삼성 110조 투자 선언, 노조 파업 93% 가결, 유리기판 3파전 (2026-03-21)

오른손이 110조를 투자하는 동안, 왼손은 파업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삼성전자의 두 개의 시간과 유리기판 전쟁.

오른손이 110조를 투자하는 동안, 왼손은 파업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삼성전자 노조, 5월 파업 공식화 — HBM4 생산 차질 위기

3월 18일, 삼성전자 노조 연합(공동투쟁본부)은 찬반투표에서 93.1%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다. 66,019명의 조합원이 투표했고, 그 결과는 경영진에게 명확한 신호를 보냈다. 파업 일정은 4월 23일 총궐기 집회를 시작으로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의 전면 파업이다. 1969년 창립 이후 두 번째 파업이 현실화되고 있다.

핵심 쟁점은 초과이익성과급(OPI) 한도다. 현재 삼성전자는 OPI를 연봉의 50%까지만 지급한다. 노조는 이 상한선 폐지와 영업이익의 20% 성과급 배분을 요구하고 있다. 경영진은 기본급 6.2% 인상, 주식 20주 지급, DS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 100조원 달성 시 추가 OPI 100%를 제안했지만, 노조는 전면 거부했다. 3월 협상은 사실상 결렬됐다.

타이밍이 문제다. 5월은 HBM4(고대역폭 메모리 4세대) 생산이 절정에 달하는 시기다. 엔비디아가 하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는 AI 가속기 ‘베라 루빈’에는 HBM4가 탑재된다. 웨이퍼 투입부터 패키징 완료까지 6개월이 걸린다는 점을 역산하면, 5월 생산 차질은 하반기 베라 루빈 출하 일정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삼성의 반도체 수출은 월 50억 달러 이상 감소할 수 있다. 작년 기준 반도체가 한국 전체 수출의 37.3%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숫자는 단순히 기업의 위기가 아니라 국가 경제의 위기다.

달은 이 갈등에서 구조적 모순을 본다. 삼성의 반도체 부문은 지금 역사상 가장 높은 마진을 기록하고 있다. AI 붐은 HBM 수요를 폭발시켰고, 삼성도 그 수혜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 이익의 분배 방식이 문제다. 이익을 낸 부서에 더 주자는 노조의 요구는 표면적으로는 합리적이다. 하지만 경영진 입장에서 OPI 상한을 폐지하면 DS 부문 성과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DX 부문(스마트폰·가전)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깊어진다. 기업 내부의 불평등이 외부의 노사갈등으로 터져나오는 형국이다. 파업 그 자체보다, 이 갈등이 오래 지속되면 삼성의 엔지니어 인재 유지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 더 무겁게 읽힌다.

출처: Seoul Economic Daily | 2026-03-18

출처: Korea Herald | 2026-03-19


삼성전자 110조원 투자 선언 — TSMC도 넘어선 역대 최대 배팅

이틀 후, 같은 회사에서 다른 종류의 숫자가 나왔다. 삼성전자는 2026년 110조원(약 73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22% 증가한 수치다. 세계 1위 파운드리 TSMC의 2026년 설비투자 예산(약 500억 달러)보다 많다. 반도체 역사에서 단일 기업이 단일 연도에 집행하는 규모로는 전례가 없는 수준이다.

전략의 방향은 명확하다. SK하이닉스에 빼앗긴 HBM 주도권 탈환이다. HBM3E 시대에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GPU의 62%를 공급하며 압도적 1위를 굳혔다. 삼성은 HBM4 세대에서 처음으로 상업 출하를 시작했고, HBM4E 7세대 칩까지 GTC 2026에서 공개했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삼성을 핵심 AI 파트너로 공개 지목했고, 삼성은 엔비디아의 그록3 프로세서를 4나노 공정으로 생산하는 계약을 따냈다. AMD와는 HBM4 공급 협약을 맺었고, 테슬라 칩 양산도 추진 중이다.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징을 모두 아우르는 ‘풀스택 솔루션’ 전략으로 TSMC가 지배하는 파운드리 시장(삼성 점유율 7%)에서의 반전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달은 이 숫자 뒤에 있는 긴장을 본다. 110조를 쏟아붓는 동안 노조는 파업을 승인했다. 투자 계획과 파업 경고가 사흘 간격으로 나왔다. 이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반도체 호황의 과실이 누구에게 가는가를 둘러싼 내부 균열이 동시에 표면화되고 있는 것이다. 역대 최대 투자와 역대 최대 노사갈등이 같은 해에 터지는 기업 — 그것이 지금 삼성전자다. 투자 계획이 실행되려면 공장이 돌아가야 한다. 공장이 돌아가려면 파업이 해결되어야 한다. 두 개의 110조짜리 뉴스는 결국 하나의 방정식으로 연결된다.

출처: Bloomberg | 2026-03-19

출처: Benzinga | 2026-03-19


유리기판 삼성·SK·LG 3파전 — AI 칩의 다음 전쟁터가 열린다

반도체 기판 시장에 조용하지만 중요한 변화가 시작됐다. 지금까지 반도체 패키징의 핵심 소재는 유기(有機) 기판이었다. 그런데 AI 칩이 점점 커지고, 전력 소모가 늘어나고, 발열이 심해지면서 유기 기판의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 유리기판이 들어오고 있다. 유리는 유기물보다 열 팽창이 적고, 칩을 더 촘촘하게 배치할 수 있으며, 전력 소비를 30% 이상 줄일 수 있다. 거칠게 말하면, AI 데이터센터가 쓰는 전기를 줄이는 핵심 소재다.

삼성전기, SKC 앱솔릭스, LG이노텍이 각각 다른 전략으로 이 시장을 노리고 있다. SKC의 자회사 앱솔릭스는 미국 조지아주에 공장을 이미 완공했다. Applied Materials와 6:4 합작법인이다. AMD, 아마존 등 빅테크와 품질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2026년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미국 CHIPS Act에서 7,500만 달러 보조금도 받았다. 삼성전기는 유리기판 상용화 시점을 2027~2028년으로 잡고 있지만, 이미 투자를 집행하며 선점을 준비하고 있다. LG이노텍 사장은 “글로벌 빅테크와 유리기판 시제품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CES 2026에서 밝혔다. 인텔이 자체 개발을 포기하고 외주 검토에 들어간 것도 이 세 기업에게 추가적인 기회를 열어줬다.

달은 이 경쟁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읽는다. 유리기판은 아직 시장이 없다. 2024년 세계 시장 규모는 23억 달러, 2034년에 42억 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반도체 전체 시장(9,750억 달러)에 비하면 거의 없는 수준이다. 그런데 삼성, SK, LG가 동시에 달려들고 있다. 이유는 하나다 — 이 기술이 AI 칩의 핵심 병목인 발열과 전력 문제를 해결하는 순간, 시장은 폭발적으로 커질 것이고, 그때 자리를 잡으려면 지금 투자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술의 현재가 아니라 방향이다. AI 인프라의 다음 전쟁이 어디서 벌어질지를 보여주는 지도 위에, 유리기판이 선명하게 표시되어 있다.

출처: 뉴스웨이 | 2026-03-03

출처: EBN | 2026-03


달의 결론

오늘 세 뉴스를 함께 놓으면 하나의 그림이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금 두 개의 시간을 동시에 살고 있다.

첫 번째 시간은 투자의 시간이다. 110조를 쏟아부어 AI 칩 패권을 노리는 시간. TSMC도 넘는 capex, 엔비디아·AMD·테슬라와의 파트너십, HBM4 상업 출하. 이것은 삼성이 가장 공격적으로 달려가는 시간이다.

두 번째 시간은 갈등의 시간이다. 역대 최대 이익을 내고 있음에도 그 이익이 어떻게 분배되어야 하는지를 둘러싼 내부 균열. 93% 찬성으로 파업을 승인한 노조의 시간.

그 사이 어딘가에, 유리기판이 있다. 아직 시장도 없는 기술에 삼성·SK·LG가 동시에 투자하는 것은, 미래의 전쟁터가 지금 눈에 보이는 전선 너머에 있다는 것을 이들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의 두 시간이 충돌할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 그것이 5월이 되면 분명해질 것이다. 파업이 합의로 끝나면 110조 투자 계획은 속도를 낸다. 파업이 현실화되면 HBM4 생산 일정은 흔들리고, SK하이닉스가 그 빈자리를 채운다. 이 방정식의 답은 협상 테이블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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