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는 계속 열리고 있다. 한국에선 국감 첫날 과세 유예를 놓고 4번째 레이스가 시작됐고, 미국에선 SEC가 기관이 코인을 직접 보관할 수 있는 길을 제도 설계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비트코인은 ATH(역대 최고가) 정확히 1주년을 맞아 $87,000 저항선 앞에서 세 번째 발길을 돌렸다.
시장 온도
비트코인(BTC)은 이번 주 장중 $87,086까지 올랐다가 저항에 막혔다. 기자 취재 시점 기준 $86,000~87,000 구간에서 등락 중이다. 이더리움(ETH)은 9월 현물 ETF 순유입이 8억 달러를 넘겼으나 오늘 정확한 현재가는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 공포탐욕지수(Fear & Greed Index, 시장 심리를 0~100으로 측정하는 지표)는 10월 5일 기준 60(탐욕 구간)이다. 10월 1일 74에서 닷새 만에 14포인트 하락했다. 가격은 박스권 상단을 건드렸는데 심리는 식고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공포가 아니라 과열 해소다. 시장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미지근한 박스권”이다.
사이클 위치
오늘은 비트코인 ATH 정확히 1주년이다. 2025년 10월 6일 기록한 약 $126,000에서 지금까지 1년이 지났다. 시간 축으로만 보면 2018년·2022년 사이클의 저점이 고점 이후 12~13개월 시점이었으므로, 지금이 “바닥 구간”에 해당한다. 그러나 가격 축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 이번 하락의 저점은 7월 24일 $65,030으로, ATH 대비 약 48% 하락에 그쳤다. 과거 사이클의 -77~84%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여기서 두 해석이 갈린다. 하나는 ETF 기관 자금이 하방을 받쳐 바닥이 이미 났다는 시각이고, 다른 하나는 시간은 채워도 가격이 덜 빠졌으니 재시험이 남아있다는 시각이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연준의 다음 결정과 ETF 유입 방향이 판결을 낼 것이다.
꼭지 1. 국감 첫날, 가상자산 과세 4번째 유예를 향한 레이스
오늘(10월 6일)부터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재정경제기획위원회(재경위)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2027년 1월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소득세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내년부터 연 250만 원이 넘는 가상자산 수익에 20%(지방소득세 포함 22%)의 세금이 붙는다. 한 가지 치명적인 구조가 있다. 손실 이월공제가 없다. 쉽게 말해, 올해 잃은 돈을 내년 수익에서 빼주지 않는다.
이 세금은 이미 세 번 미뤄졌다. 2021년 11월, 2022년 12월, 2024년 12월 차례로 유예됐다. 지금 국회에는 정성국 의원이 발의한 3년 추가 유예안(2030년 시행)이 올라가 있다. 사실상 4번째 유예 시도다. 유예파의 논리는 두 가지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주식 투자 수익에 매기는 세금)는 폐지됐는데 가상자산만 과세하면 자산 간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 게다가 투자자를 보호할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아직 입법 전이라 “보호 없는 과세”가 된다는 것이다.
오늘 국감 현장의 실제 질의와 정부 답변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정부가 세제개편안에 유예를 넣지 않았다는 점은 시행 의지의 신호로 읽힌다. 달의 의심은 여기에 있다. 국감은 입법의 장이 아니라 질의의 장이다. 국감 발언이 곧 유예 결정이 되지는 않는다. 진짜 갈림길은 정기국회 회기 안에서 여야가 어떤 합의를 하느냐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유예 가능성 55%): 3회 유예 이력과 형평성 논리가 다시 한 번 작동한다. 틀릴 조건은 정부가 국감에서 시행 의지를 공개적으로 재확인하고 다수 여당이 이에 동조할 경우다. 시나리오 B(시행 45%): 정부 원안이 통과되면 2027년 5월 세금이 처음 부과된다. 손실 이월공제가 없다는 구조적 결함이 투자자 행태를 바꿀 수 있다. 변동성이 클수록 특히 불리한 구조다.
꼭지 2. ATH 1주년, $87,000에서 세 번 막히다 — 사이클이 죽었는가 변형됐는가
이번 주 비트코인은 $87,086까지 올라 $87,000~87,200 저항대를 다시 시험했다. 세 번째 시도였고, 종가 기준으로는 저항을 넘지 못했다. 이 가격대는 의미가 작지 않다. 오늘이 2025년 10월 6일 ATH인 약 $126,000의 정확히 1주년이고, 현재가는 그 고점 대비 약 31% 낮다.
이번 주 BTC 상승의 직접 촉매는 미국 9월 비농업고용지수(NFP)가 2만 9,000명에 그치며 예상(약 8만~9만 명)을 크게 밑돈 것이었다. 주의할 점이 있다. 이것은 “경기가 좋아서 오른 것”이 아니다. 고용 부진이 금리 추가 인상 확률을 66%에서 22%로 낮추면서, “오를 이유가 사라진 것”에 가깝다. 같은 날 경제·금융 섹션에서 다룬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 구도와 연결하면, 이번 반등은 “인상 공포 해소”이지 “돈이 풀린다”는 신호가 아니다.
4년 사이클(비트코인의 반감기—약 4년마다 채굴 보상이 절반이 되는 사건—를 중심으로 한 가격 주기)을 두고 두 진영이 충돌하고 있다. 사망론 측은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상장지수펀드)가 등장한 이후 기관 자금이 하루 채굴량의 12배 수준을 움직이므로, 기존의 채굴자 주도 사이클이 대체됐다고 본다. 9월 한 달 ETF 순유입이 26억 5,000만 달러에 달했고, 전체 ETF 운용자산은 1,110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했다. 반면 변형론은 사이클 자체는 살아있되 ETF와 글로벌 유동성이 타이밍을 결정한다고 본다. 달의 의심을 솔직히 말하자면, 오늘이 ATH 1주년이라는 기념일이 서사를 과도하게 강화하고 있다. “10월이 검증의 달”이라는 틀은 어떤 결과가 나와도 설명이 가능한 구조다. 돌파하면 변형론 승리, 이탈하면 사이클론 승리, 횡보하면 “아직 검증 중”이 된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박스권 $83~87K 유지, 60%): 종가 돌파가 없고, 심리가 식고 있으며, FOMC(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회의) 결과(10월 27~28일)까지 새 촉매가 없다. 틀릴 조건은 $87,400 종가 돌파와 ETF 일간 유입 2억 달러대 복귀가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다. 시나리오 B(상방 돌파, 40%): 인상 공포가 더 후퇴하고 ETF 유입이 재가속하면 $90,000 방향이 열린다.
꼭지 3. SEC, 기관이 코인을 직접 보관할 수 있는 제도 설계 시작
10월 2일, SEC(미 증권거래위원회)가 새 규정안을 제안했다. 핵심은 간단하다. 지금까지 등록 투자자문사와 규제 펀드는 암호화폐 자산을 직접 보관(수탁)하기 어려웠다. 퀄리파이드 커스터디언(qualified custodian, 감독당국이 인정하는 자산 보관 기관)을 반드시 써야 했고, 현실에서는 코인베이스 같은 소수 업체에 집중됐다. 이번 제안은 그 구조를 바꾼다. 맞는 조건을 갖추면 자기수탁(self-custody, 직접 개인 키—은행 비밀번호에 해당—를 관리하는 방식)도 허용하고, 주립 신탁회사도 퀄리파이드 커스터디언으로 인정한다.
한 가지 정정이 필요하다. 10월 20일은 이 수탁 규정의 마감이 아니다. 그날은 SEC가 8월에 별도로 제안한 암호화폐 공모 프레임워크(Regulation Crypto Assets, Reg CA)의 의견 마감일이다. 이번 수탁 규정안의 공개 의견 기간은 연방관보 게재 후 60일이며, 정확한 마감일은 게재일 확인 후에야 알 수 있다.
같은 시점에 XRP 현물 ETF(상장지수펀드)도 눈여겨볼 변화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거래를 시작한 XRP ETF는 9월 중순까지 약 17억 달러의 순유입을 기록했다. 리플(Ripple)의 연례 컨퍼런스 Swell 2026(10월 27~29일 예정)도 ‘XRP ETF 첫 해’를 기관 트랙의 핵심 의제로 올렸다. 그런데 여기서 역설이 있다. 돈은 들어왔는데 XRP 가격은 고점 대비 약 64% 낮다. “ETF 자금 유입이 곧 가격 상승”이라는 공식은 이번 사이클에서 성립하지 않았다.
달의 의심은 실행 속도에 있다. 제안 단계이고, 공개 의견을 거쳐 최종 규정이 확정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자기수탁 조건도 까다롭다. 규정안 전문 대조 없이는 세부 조건을 단정할 수 없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구조적 변화 진행, 60%): 의견 수렴 후 규정이 확정되면 기관 수탁 인프라가 분산되고 코인베이스 의존도가 낮아진다. 장기적으로 기관 진입 장벽이 낮아진다. 틀릴 조건은 의견 수렴 결과 자기수탁 허용 조건이 너무 까다롭게 유지돼 실제 채택이 거의 없는 경우다. 시나리오 B(규정 제한으로 실망 수정, 40%): 기존 커스터디언 로비와 SEC 내부 반발로 규정이 유명무실화된다.
달의 종합 결론
오늘 세 가지를 하나로 보면 이렇다. 제도는 열리고 있는데, 가격은 아직 연준이 열어주는 문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의 과세 논쟁과 미국의 수탁 규정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가상자산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한국에서 유예가 또 반복된다면, 그것은 제도 완성 이전에 과세를 강제할 수 없다는 시장의 압력이 정치를 움직이는 것이고, SEC 수탁 규정이 통과된다면 그것은 기관 자금이 더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는 인프라가 생기는 것이다. 두 사건 모두 크립토의 가격을 오늘 당장 바꾸지는 않는다.
단기 가격을 움직이는 것은 지금도 거시다. 9월 고용 부진이 금리 인상 확률을 낮췄고, 그것이 이번 주 $87K 시도의 동력이었다. 그러나 박스권을 뚫으려면 인상 확률 하락만으로는 부족하다. FOMC(10월 27~28일)까지 ETF 유입이 재가속하거나 연준이 조기 완화를 시사해야 상방이 열린다.
내가 틀린다면, ATH 1주년이라는 기념일이 서사를 과도하게 만든 것이다. 가격이 다음 주 $80,000 아래로 이탈하면 사이클 저점이 7월에 이미 나왔다는 해석이 흔들리고, 제도화 기대도 단기 가격을 받치지 못했다는 신호가 된다. 그때는 이 결론을 다시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