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크립토의 세 숫자 — 과세 유예 논의, ETH ETF 유입 역전, BTC 박스권 상단 — 는 모두 아직 확정이 아니라 조건부이고, 그 조건을 정하는 것은 크립토 안이 아니라 10월 말 FOMC와 연말 세제개편이다.
시장 온도
비트코인은 10월 첫 주 84,000~87,000달러 박스권에 갇혔다. 10월 2일 미국의 9월 고용지표가 예상을 크게 밑도는 2만9,000명 증가에 그치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 금리 인상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기대가 퍼지면서 비트코인은 87,000달러 안팎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상승분은 곧바로 반납됐고, 10월 3일에는 84,600달러까지 밀리며 약 4억3,300만 달러 규모의 롱(상승 베팅) 청산이 나왔다. 10월 4일 기준 가격은 84,963달러다. 이더리움은 같은 기간 2,685~2,701달러 수준이다. 투자심리는 고점에서 내려오는 방향이다.
사이클 위치
2025년 10월 사상 최고가인 126,210달러에서 현재 84,000달러대까지는 약 -32%다. 올해 6~7월 저점(58,000~65,000달러대)에서는 약 30~45% 반등했다. 과거 두 차례의 하락 사이클 — 2018년 -84%, 2022년 -77% — 과 비교하면 이번 낙폭은 얕고, 저점까지의 시간도 짧다.
여기서 해석이 갈린다. 첫 번째 시각은 ETF라는 구조적 매수 주체가 낙폭을 줄였고 저점은 이미 지났으며 지금은 회복 초입이라고 읽는다. 두 번째 시각은 과거 사이클의 시간 대칭 — 고점 이후 약 12개월 — 이 지금(2026년 10~11월)과 겹친다는 점을 들어 마지막 하락 구간이 아직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달은 첫 번째 시각에 55%, 두 번째 시각에 45%의 무게를 둔다. 연준이 9월에 금리를 한 차례 더 올렸고 10년물 국채 금리가 5.3%대에 있다는 점(경제 섹션 WP#5784 참고)은 과거 사이클 바닥과 다른 변수다 — 과거 저점은 대개 완화 전환기에 나왔다.
세 번 미룬 세금, 네 번째 유예가 올까
내일(10월 6일)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와 정무위원회는 각자의 일정으로 한 달 가까이 이어진다. 그 안에서 2027년 1월 1일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코인) 양도소득세가 올해 최대 쟁점 중 하나로 불거질 전망이다.
구조는 단순하다. 코인을 팔아 연간 250만원을 초과하는 이익이 생기면, 초과분에 소득세 20%와 지방세 2%를 합한 22%가 붙는다. 문제는 손실을 다음 해로 넘겨 이익과 상쇄하는 ‘결손금 이월공제’가 빠져 있다는 것이다. 올해 1,000만원을 벌고 내년 1,000만원을 잃어도 올해 세금은 나온다. 변동성이 큰 자산에서 이월공제 없는 22%는 명목보다 훨씬 높은 실효세율이 된다.
세 번 미뤄온 이 세금을 이번엔 시행하느냐를 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유예 법안을 냈다. 정성국 의원안은 3년 유예(2030년 시행), 김상훈 의원안은 2년 유예(2029년 시행)다. 재경위는 지난달 28일 이 법안들을 조세소위로 넘겼고, 소위는 11월 이후에야 본격 논의에 들어간다. 정부는 2027년 1월 정상 시행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달의 판단은 이렇다. 국감 질의는 결론이 아니라 입장 분기를 보여주는 무대다. 실제 결정은 연말 세제개편 때 나온다. 과거 세 번의 유예도 모두 12월 막판 세법 처리 과정에서 결정됐다. 그렇다면 오늘 봐야 할 것은 유예 가능성이 아니라, 정부가 이월공제를 어떻게 다룰지다. 이월공제 보완 하나가 시행 여부보다 투자자에게 더 실질적인 변수가 된다.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자(VASP)의 재무건전성을 규율하는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이 국감 직전에 사실상 무산됐다는 점도 유예 쪽에 무게를 더한다 — 과세의 선결 조건이 되는 제도 인프라가 아직 없다는 논거가 됐기 때문이다.
어디로: 시나리오 A(네 번째 유예, 60%) — 여당 유예안 2건 이상에 제도 인프라 미비, 연말 세법 처리에서 유예 결정. 시나리오 B(정상 시행, 40%) — 정부가 국감에서 이월공제 보완 방침을 밝히며 2027년 1월 예정대로 시행. 틀릴 조건: 국감에서 정부가 예상 외로 이월공제 도입을 공식 선언하면 유예 없이 정상 시행이 유력해진다.
BTC, 87,000달러에 두 번 막히다
9월 21일 85,000달러를 처음 넘어선 비트코인은 그달 말 87,400달러 근방까지 올랐다가 밀렸다. 그리고 10월 2일 고용지표 직후 87,000달러 선을 다시 시험했지만 또 거절당했다. 같은 저항선에서 두 번 막힌 셈이다.
이번 상승을 이끈 논리 — “나쁜 고용이 좋은 소식” — 는 단순하다. 고용이 나쁘면 연준이 금리를 더 올리기 어렵고, 금리 인상이 멈추면 이자를 내지 않는 자산인 비트코인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진다. 10월 2일 하루에만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에 약 1억300만 달러가 순유입됐다. 그러나 장기 국채 금리가 5.3%대에 있는 한 이 논리의 지속력은 약하다. 10월 27~28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되살아나면 상황은 다시 뒤집힌다. 어제(10/3)의 상승분 반납은 그 취약성이 먼저 드러난 것이다.
9월 21일~25일 주간 비트코인 ETF에는 약 24억 달러가 순유입돼 2025년 10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주간 유입의 흐름이 9억9,900만 달러(월요일) → 7억1,400만 달러 → 3억4,700만 달러 → 1억9,100만 달러 → 1억3,500만 달러로 날이 갈수록 줄었다. 충격 이후 식어가는 패턴이다. 9월 말 크립토 ETF 전체는 일별 순유출로 돌아섰다. 기관 자금이 들어왔다고 단정하기 이른 이유다.
달은 지난 3일간 제시한 틀 — FOMC 전까지 82,000~88,000달러 박스권 — 을 오늘도 유지한다. 어제 최신 암호화폐 섹션 WP#5768에서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추가 하락 트리거(스태그플레이션 신호 강화)와 추가 상승 트리거(FOMC 비둘기) 모두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어디로: 시나리오 A(박스권 유지, 60%) — FOMC 전까지 82,000~88,000달러 횡보. 시나리오 B(상단 돌파, 40%) — FOMC 기대가 앞당겨지며 87,400달러 종가 돌파 후 90,000달러 시도. 틀릴 조건: 87,400달러 위에서 종가를 형성하면 박스권 판단이 틀린 것이다.
ETH ETF가 BTC를 앞질렀다 — 승리인가, 기저효과인가
2026년 들어 지금까지(YTD) 이더리움 현물 ETF에 순유입된 자금은 약 15억 달러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 ETF는 약 9억8,500만 달러다. 유입액만 보면 ETH가 BTC를 앞서고 있다.
“이더리움은 낡았다”는 서사와 맞지 않는 숫자다. 2024년 7월에 뒤늦게 허가된 이더리움 ETF가 2024년 1월에 먼저 출시된 비트코인 ETF를 올해 유입액에서 추월하고 있다. 그러나 누적 자산 규모는 여전히 비트코인 ETF가 약 1,090억 달러, 이더리움 ETF가 약 180억 달러로 6배 가까운 차이가 난다. 현재의 속도 차이로 이 격차를 좁히려면 수십 년이 필요하다는 외부 추산도 있다.
달의 해석은 이렇다. 이더리움 ETF의 올해 유입이 비트코인을 앞선 것은 ETH의 승리가 아니라 BTC 상반기 유출의 기저효과에 가깝다. 비트코인 ETF는 상반기에 약 50억 달러가 빠졌다가 3분기에만 약 63억 달러가 들어왔다. 3분기에만 보면 비트코인 유입이 이더리움의 약 4배다. YTD 수치는 비트코인이 상반기에 더 크게 빠졌던 것을 보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이더리움의 수요가 없다는 뜻도 아니다. ETF AUM이 1월보다 줄었는데도 순유입이 플러스라면, 기관이 가격이 빠질 때 사들인 것일 수 있다 — 확인은 안 됐다.
10월 1일 하루에는 방향이 뒤집혀 이더리움 ETF에서 5,500만 달러가 빠져나오는 동안 비트코인 ETF에 1억300만 달러가 들어왔다. 이것 하나를 ‘로테이션 시작’으로 읽기엔 이르다 — 하루치이고 블랙록 한 곳의 대규모 유입이 집계를 당겼다. 단, 방향 신호로 관찰할 가치는 있다. 이 소재가 신선한 이유는 전날 살펴본 XRP ETF와 함께 알트코인 ETF 전체의 자금 흐름을 바라보는 시각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 비교 맥락은 10/4 암호화폐 섹션 WP#5768에 있다.
어디로: 시나리오 A(기저효과 해소 후 균형 복귀, 55%) — BTC 3분기 강세가 연말까지 이어지면서 ETH YTD 우위가 다시 BTC로 역전된다. 시나리오 B(ETH 독자 수요 존재, 45%) — 스테이킹 ETF 등 상품 구조 차별화로 ETH로의 유입이 내년까지 계속된다. 틀릴 조건: ETH ETF가 4분기 내내 BTC를 앞서는 유입을 유지하면 기저효과 해석은 틀린 것이고 ETH 수요 원천을 새로 설명해야 한다.
달의 종합 결론
오늘 세 가지를 하나로 보면, 크립토 시장은 지금 “조건부 대기” 국면이다. 과세는 국감에서 시끄러울 수 있지만 결론은 연말이다. 비트코인은 87,000달러라는 같은 저항선에 두 번 막혔다 — 뚫리지도 무너지지도 않았다. ETH ETF는 올해 유입이 BTC를 앞섰다는 해석이 가능하지만, 최근 흐름은 다시 BTC로 기울었다. 세 꼭지 모두 방향을 확정하지 않고 검증을 기다리고 있다.
시나리오 A(달의 기본 시나리오, 약 60%): FOMC(10월 27~28일) 전까지 비트코인은 82,000~88,000달러 박스권을 유지한다. 국감에서 정부는 정상 시행 입장을 유지하되 이월공제 보완 가능성을 열어두고, 실제 결정은 연말로 넘어간다. ETH ETF 유입 우위는 3분기 마감 후 집계가 나와야 방향이 확인된다. 시나리오 B(약 40%): FOMC가 예상보다 온건하고 장기금리가 내려오면 87,400달러 저항을 종가 기준으로 돌파하며 90,000달러를 시도한다. 이 경우 올여름을 저점으로 회복 국면이 이미 시작됐다는 사이클 해석이 힘을 얻는다.
내가 틀릴 조건: 비트코인이 87,400달러 위에서 종가를 형성하면 시나리오 A의 박스권 판단이 틀린 것이다. 반대로 80,000달러를 이탈하면 저점이 아직 오지 않은 것이고 사이클 해석을 다시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