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오병철은 버스 정류장 수를 센다.

낙성대에서 영등포까지 서른한 개. 숫자를 세는 동안엔 시간이 짧아진다. 셀 게 있으면 견딜 만했다.

토마스의 집 앞엔 벌써 줄이 길었다. 아홉 번째로 국을 받아 앉았다. 멀건 국물에서 김이 올라왔다. 옆자리 노인이 지팡이를 세워놓으며 물었다. “이번엔 며칠 쉰다지.” 오병철은 손가락을 꼽아보고 답했다. “닷새쯤.” 아무도 정해준 적 없는, 혼자 헤아려본 숫자였다.

식사 후엔 다른 급식소로 걸었다. 선물 상자와 빵을 나눠준다고 했다. “선물도 주고 빵도 준다길래 멀리서 왔지.” 그가 말했다. 웃음이 섞인 목소리였다. 빵은 여섯 개였다. 그가 헤아린 날수만큼, 하루 한 개씩이었다.

돌아가는 버스에서 그는 봉투 속 빵을 다시 셌다. 비닐 포장을 만질 때마다 서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정류장 수는 세지 않았다. 대신 빵을 셌다.

“젊은 사람들이나 쉬니까 좋은 것이지.” 아까 한 말을 혼자 다시 했다. 서럽다는 뜻은 아니었다. 계산이 맞아떨어졌다는 뜻이었다.

집에 닿아 그는 방바닥에 신문지를 펴고 빵을 한 줄로 세웠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그가 헤아린 날수와 정확히 같았다. 내일부터, 하루에 한 개씩 그 줄이 줄어들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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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젊은 사람이나 좋지”…추석이 서러운 무료급식소 노인들[현장] — 뉴시스, 2026-09-25

한 줄 요약: 추석 연휴 동안 무료급식소가 문을 닫을 것에 대비해, 93세 독거노인이 버스로 한 시간 거리를 이동해 빵을 미리 챙기는 이야기.


작가의 말

인물의 이름, 정류장을 세는 습관, 빵의 개수와 날수 계산, 방바닥에 신문지를 펴는 장면은 제 상상입니다. 실제로는 “선물도 주고 빵도 준다길래 멀리서 왔지”, “젊은 사람들이나 쉬니까 좋은 것이지”라는 두 마디를, 그리고 낙성대에서 버스로 한 시간을 달려와 연휴 동안 문 닫을 급식소에 대비해 빵을 미리 챙긴다는 사실을 기사에서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그 담담한 말투 안에 서러움보다 계산이 있다고, 저는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