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삼성 파운드리·애플-인텔 동맹 — 보상과 비용이 동시에 온다 | 2026년 9월 9일

14개월 만에 최강 원화가 삼성과 현대차를 압박하는 동안, 삼성은 테슬라 22.8조 계약으로 파운드리 분사 논의를 불렀고 애플은 인텔에 칩 생산을 맡기기로 했다. 달의 기업·산업 분석.

반도체 수출이 사상 최고를 쓰는 동안 원화는 14개월 만에 최강으로 치달았고, 삼성 파운드리는 테슬라의 입으로 계약을 공개당했으며, 애플은 아직 한 번도 믿어본 적 없는 인텔에 칩을 맡기기로 했다.

원화 강세, 1,350원 — 증권가와 한국은행이 다른 말을 한다

9월 초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350원대로 내려왔다. 지난해 7월 이후 14개월 만에 가장 강한 원화다. 올해 2분기 고점이 1,559원이었으니 석 달도 안 돼 약 200원, 13%가량이 빠진 셈이다. 체감이 안 된다면 이렇게 보면 된다. 서울에서 뉴욕행 왕복 항공권 100만원짜리를 달러로 살 때 이 환율 차이가 거의 12만원 이상 절약되는 수준이다.

왜 원화가 이렇게 빨리 강해졌는가. 여러 요인이 겹쳤다. SK하이닉스가 7월 나스닥에 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하며 40조원 가량을 조달했고, 이 달러가 원화로 환전되는 과정이 환율을 단기적으로 끌어내린 효과가 있었다. 동시에 반도체 수출 호황으로 기업들이 달러를 벌어들이는 속도가 달러를 쓰는 속도보다 빠르다 보니, 수출기업들이 달러를 “월말에 한꺼번에 파는” 방식에서 “항상 조금씩 파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꾸기 시작했다. 달러를 더 갖고 있어봐야 환율이 더 떨어질 것 같으니 미리 판다는 뜻이다. 이 전략 전환 자체가 원화 강세를 다시 강화하는 순환이 되고 있다.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이게 왜 문제냐고 할 수 있다. 달러로 벌어서 원화로 바꿔야 하는 기업들은 환율이 떨어지면 같은 달러 매출을 원화로 환산했을 때 이익이 줄어든다. 씨티그룹은 이번 원화 강세를 반영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약 10%, SK하이닉스는 약 3~4% 낮췄다. 현대차는 환율 10원 변동에 연간 영업이익이 수천억원 움직이는 구조다.

그런데 여기서 한국은행과 증권가의 진단이 갈린다. 한국은행은 반도체의 경우 달러로 팔고 달러로 장비와 소재를 사는 구조라 환율 변동이 실질 경쟁력보다 “원화로 계산한 숫자”에만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씨티는 숫자가 흔들리면 주가와 투자자 심리가 흔들린다는 입장이다. 누가 맞는지는 다음 분기 실적 발표가 검증해줄 것이다.

달의 의심은 이렇다. 원화 강세 단독으로는 반도체 기업의 실질 체력을 크게 훼손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진짜 위험은 이 시점에 동시에 진행 중인 미국의 관세 압박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지난 9월 초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지 않으면 세계 최대 시장에 들어오는 대가를 내야 한다”고 경고했다. 관세는 자연스러운 시장 변수가 아니라 정책 변수다. 환율은 헤지할 방법이 있지만, 관세에 대응하는 방법은 사실상 “미국에 공장을 지어라”는 하나뿐이다. 그 비용이 어디서 나오는지에 대해, 어제 달의 분석(삼성·SK하이닉스 역대급 자사주와 현금의 딜레마)에서 이미 짚었던 구조가 다시 겹친다.

그러나 관세는 지금 이 순간(2026년 9월 9일 기준) 아직 세율도, 시행일도 확정되지 않은 경고 단계다. 이를 이미 실현된 악재처럼 읽으면 안 된다.

어디로 가는가. 환율은 1,330~1,370원 구간에서 당분간 안착할 가능성이 60% 정도로 본다. 반도체 수출 호황이 이어지는 한 달러 매도 압력은 유지되기 때문이다. 현대차 등 환헤지 구조가 약한 완성차 업종이 반도체 기업보다 더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고, 반대로 원자재를 달러로 수입하는 정유·화학 업종에는 오히려 숨통이 트이는 국면이다. 틀릴 조건: 미국이 반도체 관세 세부안(세율+시행일)을 이달 내로 공표하거나, 미국 국채금리 급등으로 달러 강세가 다시 반전되면 이 판단은 다시 봐야 한다.

머스크가 먼저 발설했다 — 삼성 파운드리 분사설의 본질

지난 7월, 삼성전자가 공시 하나를 정정했다. 7월 28일 처음 낸 공시에는 계약 상대방이 “글로벌 대형기업”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테슬라 측의 요청으로 비공개 처리한 것이었다. 그런데 며칠 뒤 일론 머스크가 X(트위터)에 직접 “삼성과 테슬라는 효율적 제조를 위해 협력 중”이라고 게시했다. 삼성은 뒤늦게 공시를 정정해 상대방을 ‘테슬라(Tesla, Inc.)’로 밝혔다.

계약 규모는 22조8,000억원(약 165억 달러), 기간은 2025년 7월부터 2033년 12월까지 8년 이상이다. 생산 품목은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과 옵티머스 휴머노이드 로봇에 쓰일 차세대 AI 칩 ‘AI6’이며, 삼성의 미국 텍사스 테일러 공장에서 2나노 공정으로 생산한다. 삼성전자의 연간 매출(2024년 기준 약 301조원)의 7% 이상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계약 직후 삼성 파운드리(파운드리란 남이 설계한 반도체를 대신 제조해주는 사업을 뜻한다) 분사와 미국 상장 논의가 다시 불거졌다. 논리는 이렇다. 삼성이 설계(시스템LSI)와 생산(파운드리)을 같은 회사 안에서 운영하면, 외부 팹리스 고객들이 경쟁사인 삼성에 자신의 설계도를 맡기기 꺼린다. TSMC가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73%를 장악한 핵심 이유 중 하나가 “우리는 자체 제품을 만들지 않는다”는 단순한 약속이다. 삼성이 이 구조를 깨려면 파운드리를 독립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달의 시각은 이렇다. 분사설은 2024년 10월에도 나왔고 이재용 회장이 직접 “관심 없다”고 부인했다. 그 이후에도 대형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같은 루머가 재활용되는 패턴이다. 실현 가능성보다는 파운드리를 분리하고 싶은 시장의 희망이 계속 재생산되는 측면이 크다. 독립된 파운드리 법인이 TSMC와의 66%포인트 점유율 격차를 메모리 사업의 자금 지원 없이 메울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2024년 2분기 TSMC 62%, 삼성 11.5%이던 격차가 2026년 2분기에는 TSMC 73%, 삼성 7%로 오히려 더 벌어졌다. 대형 계약 하나로 이 격차를 바꾸기에는 아직 이르다.

테슬라 계약의 진짜 의미는 분사 논쟁보다 파운드리 적자 축소에 있다. 파운드리 사업부는 오랫동안 분기당 수조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해왔다. 이번 8년짜리 대형 계약이 가동률을 끌어올리면 손실을 줄일 수 있다. 9월 6일 달의 분석에서 짚었던 삼성의 엑시노스 자사 칩 복귀 시도와 합쳐 보면, 외부 고객(테슬라)과 내부 물량(엑시노스) 두 채널로 가동률을 채우려는 전략이다. 이는 파운드리가 잘 나가서가 아니라, 공장을 세워둘 수 없다는 절박함의 양면이다.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것은 테슬라 자체의 실행 리스크다. AI6 칩이 탑재될 FSD와 옵티머스가 아직 본격 상용화 전 단계라는 점에서, 8년짜리 계약의 전제 자체가 테슬라의 사업 성공에 걸려 있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70%) — 이번에도 분사설은 실현되지 않고 테슬라·엑시노스 투트랙으로 파운드리 적자를 줄이는 방향이 유지된다. 시나리오 B(30%) — 관세·CHIPS법 인센티브가 상장기업에 유리하게 설계되거나 파운드리 적자가 재확대될 경우, 방어적 구조개편 카드로 분사가 진지하게 재논의된다. 틀릴 조건: 테일러 팹1의 테슬라 AI6 생산이 예정 시기보다 늦어지거나, 파운드리 분기 손실이 다시 늘어나는 수치가 나오면 낙관론 전체를 재검토해야 한다.

애플이 인텔을 선택했다 — 공급망 재편이 시작됐는가

애플과 인텔이 칩 제조 파트너십을 맺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단, 현재는 양사의 공식 발표가 없고 트럼프 대통령이 “애플이 미국에서 생산하기로 했다”고 정치적으로 확인한 것이 가장 직접적인 공개 언급이다. 인텔이 오리건, 애리조나, 오하이오 공장에서 2026년 시험 생산을 진행 중이며 2027년부터 소규모 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대상은 저가 라인 일부 칩이며, 2028~2029년에 확대할 계획이다.

배경을 이해하려면 TSMC의 현재 상황을 봐야 한다. TSMC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73%를 점유하고 있고, 선단(최첨단) 공정 생산 능력은 2028년까지 예약이 꽉 찼다. 그 예약의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한 것이 엔비디아다. 2026년 기준 엔비디아가 TSMC 매출의 약 22%를 차지하며 애플(약 18%)을 넘어 최대 고객이 됐다. AI 데이터센터용 반도체가 스마트폰 칩을 밀어낸 것이다. 설비투자(캐펙스, CAPEX)도 560억달러에서 640억달러로 상향됐고, 미국에 10개 이상의 공장을 짓는 중이다.

그렇다면 애플은 TSMC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인가. 달의 판단은 다르다. 애플은 여전히 TSMC 최선단 공정 물량 우선권을 갖고 있고, 당장 밀려난 게 아니다. 오히려 2~3년 뒤 TSMC의 협상 우위가 더 강해질 것을 예측하고, 지금부터 대안을 키워두는 포석이다. “지금 대체”가 아니라 “훗날을 위한 선택지 확보”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칩을 미국에서 만들어라”는 정치적 압박이 이 시장 논리 위에 얹혀 속도를 붙이고 있다.

달의 의심은 인텔의 실행력이다. 인텔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공정 로드맵 지연을 반복했다. 18A-P 공정이 올해 초 리스크 생산을 시작했다고 해서 애플이 요구하는 수율과 품질이 바로 검증된 것은 아니다. 애플이 “저가형 소량”으로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인텔에 대한 신뢰가 아직 완전하지 않다는 신호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정치적으로 확인한 딜이 실제 계약 규모나 시행 일정에서 예상보다 작게 마무리되는 패턴은 과거에도 반복된 바 있다.

한국 기업, 특히 삼성 파운드리 입장에서 이 동맹이 당장 위협이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아직은 아니다”에 가깝다. 삼성은 원래 애플의 최선단 물량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었다. 인텔이 가져가는 파이도 삼성이 원래 갖고 있던 것이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중립에 가깝다. 그러나 중기적으로는 다르다. 인텔이 미국 정부의 강력한 지지를 등에 업고 “미국산 반도체” 프레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면, 향후 CHIPS법 인센티브와 관세 감면이 인텔 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있다. 그때가 되면 삼성 테일러 팹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 있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55%) — 인텔-애플 협력은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2028년까지도 TSMC가 90% 이상을 담당하는 구도가 유지된다. 단극 체제에서 다극 체제로의 전환은 느리다. 시나리오 B(45%) — 미국 정부의 정치적 압박이 강화되며 인텔이 3~5년 내 유의미한 점유율을 확보하고, 삼성은 이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다. A와 B의 격차가 10%포인트밖에 안 된다는 것, 이 자체가 지금 이 이슈가 얼마나 열린 상태인지를 보여준다. 틀릴 조건: 인텔 18A-P 공정에서 수율 문제가 확인되거나 2027년 시험 생산이 지연되면 A로 수렴한다. 반대로 양사가 계약 규모와 대상 칩을 공식화하며 예상보다 크면 B가 앞당겨진다.

세 꼭지를 관통하는 오늘의 한 문장은 이것이다. 시장이 주는 보상(반도체 수출호황, 대형 계약, 기술 수요)과 미국이 정치적으로 부과하는 비용(관세 압박, 공급망 재편, 자본배분 강요) 사이에서, 한국 기업들이 지금 이 둘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이 압박이 실제 실적으로 얼마나 전이되는지는 아직 어느 쪽 진단도 확정되지 않은 검증 대기 상태이며, 가을 실적 시즌이 첫 번째 채점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