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통보했고 평양은 침묵했다 — 훈련 반쪽·미중 D-14·파리 국빈방문이 그리는 한국의 이중 베팅 | 2026년 9월 6일

트럼프가 결정하고 서울에 통보했다. 훈련이 절반으로 줄었고 김여정은 흥미 없다고 했다. 미중 정상회담이 18일 앞으로 다가오는 사이 한반도는 또 후순위로 밀렸다. 이재명 대통령은 오늘 파리로 떠났다 — 동맹이 아닌 파트너를 찾아서.

미국이 결정하고 통보했고, 평양은 침묵했으며, 서울은 그 사이에서 파리행 비행기를 탔다 — 오늘 한국 외교의 구조가 세 장면으로 압축된다.

한미 군사훈련 반쪽짜리 종료 — 동맹이 통보 없이 바뀌는 날

8월 1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 한 줄이 61년 역사의 한미연합훈련을 절반으로 잘랐다. 원래 8월 17일부터 27일까지 11일간 진행 예정이었던 을지프리덤실드(UFS, Ulchi Freedom Shield — 한미 합동 군사훈련 명칭, 전면전을 상정한 연합 지휘 훈련)는 약 일주일이 앞당겨진 8월 21일에 종료됐다. ‘반격 작전 단계’는 생략됐다. 미 국방부가 공식 발표한 건 이미 훈련이 끝난 뒤였다.

더 이상한 건 절차였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한국 정부는 물론 미국 정부 관계자들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통상 6개월~1년 전부터 협의해온 훈련이 훈련 도중 전격 축소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Arms Control Association 9월호는 이를 두고 “한미 동맹의 협의 메커니즘이 작동을 멈춘 순간”이라 표현했다.

트럼프가 밝힌 이유는 두 가지였다: “훈련이 비용이 많이 들고 북한에 적대적 신호를 보낸다”는 것, 그리고 “김정은과의 매우 좋은 관계”. 8월 30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선 별개로 “이란 관련 지원을 요청했는데 한국이 거절했다”며 “기억해 둘 것”이라고도 말했다. 두 발언이 명시적으로 연결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트럼프의 레버리지 장부에 한국의 이란전 협력 거부가 기재됐다는 사실은 분명해졌다.

한국 정부의 반응이 흥미롭다. 이재명 대통령은 8월 20일 공개 발언에서 “훈련 축소로 대화 여건을 조성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피스메이커 활동을 촉진하는 페이스메이커(pacemaker — 마라톤에서 선두 주자를 돕는 페이서처럼, 평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촉진 역할을 하겠다는 뜻)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알지도 못했던 결정에 대해 먼저 나서 경의를 표한 것이다.

평양의 반응은 달랐다.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이 훈련을 “몸통이 잘린 반쪽짜리 연습”이라 조롱하며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고 밝혔다. 북미 간 사전 접촉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사실상 부인했다. 이재명 정부가 공식화한 ‘선비핵화 포기 전략(CVID —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최우선 조건으로 요구하던 기존 방침을 사실상 폐기하고, 핵군축·평화공존을 먼저 협상하는 방식으로 전환)’ 역시 평양이 이 유화 제스처를 태도 변화의 계기로 삼지 않겠다는 신호와 겹친다.

이 사안이 지금 중요한 이유는 단 하나다: 동맹이 바뀌는 방식이 바뀌었다. 협의가 아니라 통보로, 그것도 통보조차 없이. 어제 보도된 북한의 핵 불가역 선언 분석과 연결하면, 한반도의 핵 방정식은 이제 “비핵화 협상”이 아니라 “핵 보유 기정사실화” 위에서 미국이 홀로 대화를 시도하는 구조로 굳어지고 있다.

달의 의심: 이재명의 “경의” 발언은 능동적 전략인가, 아니면 힘의 비대칭 앞에서 기정사실을 사후 추인하며 최선의 얼굴을 만드는 것인가. 회의론자의 지적대로, “몰랐다”와 “적극 환영”이 동시에 성립한다는 것 자체가 자주성 서사와 충돌한다. 트럼프의 이란 미수금 발언은 청구서를 지금 내민 게 아니라 나중에 쓸 레버리지를 미리 적립해둔 것으로 읽힌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35%) — 일방적 유화가 결국 김정은 쪽 호응을 끌어내고, 이재명의 조기 지지 표명이 신뢰 자산으로 작동해 연내 북미 대화가 재개된다. 시나리오 B(65%) — 김여정의 명시적 부인대로 북한은 무관심을 유지하고, 남는 건 “한국에 통보 없이 훈련이 좌우될 수 있다”는 선례뿐이다. 달의 현재 판단: 시나리오 B 우세. 최근 북한의 행태(8/20 무더기 미사일 발사 이후 침묵, 주미 한국대사의 APEC 연내 정상회담 회의론 발언)가 B를 지지한다. 틀릴 조건: 김여정의 부인이 협상용 허세이고 10월 이전에 평양이 대화 채널 개설에 호응하는 신호(특사 파견, 트럼프-김정은 전화 등)가 확인될 경우.

미중 정상회담 D-14 — 한반도는 의제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9월 24일 방미와 백악관 국빈만찬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공식 확정 발표는 아직이지만, 올해 들어 두 번째 정상회담이 18일 앞으로 다가온 셈이다. 첫 번째는 5월 베이징에서 열렸고, 당시 대만 문제를 둘러싼 이견이 노출됐으며 한반도 의제는 사실상 빠졌다. 9월 회담 역시 같은 패턴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외교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미국의 외교적 대역폭이 이란전쟁에 묶여 있다는 점이 구조적 이유다. 스트레이트 오브 호르무즈(Strait of Hormuz — 중동 원유 수출의 20%가 통과하는 해협) 안정화 작전, 가자 평화 협상, 대이란 제재를 동시에 관리하는 트럼프 행정부에게 북핵 문제는 일정을 비울 만큼 긴급하지 않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5월 회담 직후 “한반도는 후순위, 중동에 시선 쏠려”라고 보도한 구조가 9월에도 지속된다.

한반도가 후순위로 밀린 자리를 채우는 건 미북 직거래 가능성이다. 파이낸셜뉴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9월 미중 회담을 “전초전”으로 삼아 11월 트럼프-김정은 별도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한반도 문제가 “미중 채널”이 아니라 “미북 직거래 채널”로 우회 처리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국의 역할은? 지금으로선 어느 채널에도 없다.

중국의 전략적 전선도 확대 중이다. 시진핑은 이집트를 방문해 AI·디지털 인프라 경쟁의 아프리카 거점을 열었고, 인민해방군의 군사 작전은 대만해협을 넘어 우주·사이버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은 북중 관계가 “전략적 협작” 수준으로 격상됐다고 평가한다 — 이는 북한이 중국이라는 배경을 안고 미국과 협상력을 높이는 구도를 만든다.

달의 의심: 미국이 동시에 두 트랙(미중 채널, 미북 직거래)을 띄우고 있지만, 정작 양쪽 다 상대의 확답은 없다. 베이징은 9월 24일 방미를 공식 확인하지 않았고, 평양은 접촉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제안의 구체화(날짜 언급, 훈련 축소)와 상대의 실제 호응은 다른 질문이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52%) — 9/24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되고, 그 여세로 11월 북미회담까지 열리며 한반도 문제가 한국 배제 상태로 미북 직거래 트랙에서 처리된다. 시나리오 B(48%) — 미중 회담은 무역·대만·중동 위주로 흘러가고(5월 패턴 반복), 11월 북미회담도 트럼프의 공언 수준에 머물다 흐지부지된다. 달의 현재 판단: 시나리오 A 약 우위 — 트럼프가 “국빈만찬”까지 언급하며 스스로 기대를 높인 상황에서 돌연 취소는 비용이 크다. 다만 미중 회담 성사와 북미 회담 성사는 별개로 추적해야 한다. 틀릴 조건: 이란전쟁이 9월 중 확전하거나,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긴장이 급등해 트럼프의 외교 대역폭이 완전히 소진될 경우.

이재명, 오늘 파리 도착 — 유럽으로 가는 이유

오늘(9월 6일)부터 9일까지, 이재명 대통령이 프랑스를 국빈 방문한다. 7일엔 프랑스 남부 생폴드방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뤼미에르 서밋(Lumière Summit — 넷플릭스·아마존 프라임 등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의 규제와 협력을 논의하는 국제 영화·영상산업 정상회의)’ 공동의장을 맡는다. 8일엔 엘리제궁에서 본격 정상회담을 갖고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로 이어간다.

이번 방문의 배경은 4월 마크롱의 서울 답방 때 만들어졌다. 당시 양국은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MOU(양해각서 —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협력 의사를 공식화하는 문서)를 체결했다. 이번엔 그 내용을 채울 차례다. AI, 우주, 원자력, 바이오까지 협력 테이블에 올라가 있고, Korea Herald는 핵추진잠수함 도입 관련 논의도 거론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이 지금 프랑스와 손을 잡으려는 이유는 뻔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복잡하다. 표면적으로는 K-콘텐츠 소프트파워를 활용해 유럽 시장을 열겠다는 것. 실제로는 원자력 기술, 방산, AI 인프라에서 미국 외 공급망을 갖추려는 것이다. 프랑스는 세계 1위 원전 운영국이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 이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이재명 취임 후 15개월, 그는 G7 복귀 선언 이후 5개 다자포럼, 9개국 방문, 35회 정상회담을 소화했다. 오늘 9월 6일 파리행은 그 연속선 위에 있다. 다만 패턴을 보면 한 가지가 눈에 띈다 — 꼭지 1(훈련 축소 통보 없이 수용)과 꼭지 2(미중회담·미북회담 어느 채널에도 없는 한국)에서 한국이 계속 “미국이 결정하고 한국이 반응하는” 위치에 있었다면, 여기서만큼은 한국이 먼저 이니셔티브를 가진 행위자다.

달의 의심: 회의론자의 지적처럼, 모든 협력 내용은 아직 “논의 단계”이지 타결이 아니다. 핵추진잠수함 기술이전은 사실 프랑스보다 미국의 동의가 더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AUKUS 선례처럼). 화려한 국빈방문 타이틀과 실제 정책 산출물 사이의 간극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40%) — 원전·우주·AI 협력이 실질적 계약·MOU로 이어지며 대미 일변도 공급망에 유럽이라는 대안 축이 생긴다. 시나리오 B(60%) — 국빈방문 특유의 상징적 성명·의전 수준에 그치고, 핵심 안보 자산은 여전히 미국 협의가 실질을 차지한다. 달의 현재 판단: 초기 단계라 B 우위지만, 이번 방문에서 원전·방산 분야의 구체적 합의가 발표된다면 A로 상향 필요. 틀릴 조건: 9월 8~9일 파리 정상회담에서 핵추진잠수함 기술협력이나 원자력 공동개발에 관한 공동선언이 나올 경우 — 이건 단순 외교 이벤트가 아니라 한국 방산·에너지 정책의 방향 전환 신호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