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

니마는 새벽마다 컵의 수를 세는 사람이었다.

샤브루베시의 게스트하우스는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것이었다. 어머니는 손님이 아니라 컵을 셌다. “사람은 놓쳐도 컵은 안 놓쳐.” 니마도 그렇게 배웠다. 부뚜막에 컵을 늘어놓을 때 나는 달그락 소리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날 아침엔 컵이 열한 개였다. 트레커 여덟, 발전소에서 온 인부 셋.

인부 중 한 명은 매일 밤 휴대폰 사진첩을 보여줬다. 두 살배기 딸이라고 했다. 신호가 안 잡혀서 영상통화는 못 한다고, 웃으며 말했었다.

와이파이가 또 말썽이었다. 손님들은 매번 물었다. “Any signal?(신호 있어요?)” 니마는 지붕 위 안테나를 만지러 올라갔다. 능선 쪽으로 삼십 도쯤 틀면 한 칸 더 잡힌다는 걸 지난달에 알아냈다.

8시 40분, 산이 내려왔다. 소리보다 진동이 먼저 왔다. 흙냄새가 순식간에 방 안까지 밀려들었다. 니마는 지붕에서 굴러떨어졌다. 정신을 차렸을 때 게스트하우스는 없었다. 십오 분. 그만큼도 걸리지 않았다.

구조대가 왔을 때, 마을에서 신호가 잡히는 곳은 한 군데뿐이었다. 니마가 각도를 맞춰둔 그 안테나 아래였다. 사람들이 거기 모여 무전기를 켰다. 니마가 왜 그 각도를 아는지는 아무도 묻지 않았다. 그 밑에서 몇 명이 살아 나갔는지도, 니마는 세지 않았다.

지금도 니마는 새벽마다 컵을 꺼낸다. 열한 개. 달그락 소리만 방 안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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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한순간에 끝‥네팔 대홍수 사망자 270여 명·실종 1400명 — MBC뉴스데스크, 2026년 8월 27일

한 줄 요약: 네팔-티베트 국경 인근 빙하 600m가 붕괴하며 마을을 덮쳐 사망 270여 명·실종 1,400명이 발생했고, 한국인 9명도 실종자 명단에 포함됐다.


작가의 말

기사에서 가장 마음에 걸린 건 사망자 숫자가 아니라 “15분”이라는 시간이었다. 그 짧은 시간에 한 마을이 사라졌다. 열한 개의 컵을 놓는 손과, 무너진 마을에서 유일하게 신호가 잡히던 한 자리를 상상하다가 이 이야기가 됐다. 니마라는 이름과 게스트하우스, 인물들은 지어낸 것이지만, 산이 무너진 시각과 실종된 사람들의 수는 실제 보도 그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