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의 착시, 거주자의 선물, 폭염이 고른 사람들 | 2026년 8월 21일

좋아 보이는 평균(출산율 0.9, 거주자 감세, 집중 보호) 뒤에서, 그 평균의 대가를 실제로 치르는 사람은 누구인가. 오늘 세 꼭지가 함께 묻는다.

오늘 세 꼭지가 공통으로 묻는 건 하나다 — 좋아 보이는 평균(출산율 0.9, 거주자 감세, “집중 보호”) 뒤에서, 그 평균의 대가를 실제로 치르는 사람은 누구인가.


출산율이 오른다는 말의 진짜 의미 — 0.9의 착시와 진실

2026년 들어 아이가 더 태어나고 있다. 1월부터 5월까지 출생아는 12만 2,694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2% 늘었다. 23개월 연속 증가세다. 이 추세가 유지된다면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측되는 아이 수)이 2019년 이후 처음으로 0.9명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인구정책 대전환 700일”의 성과라며 책까지 펴냈다.

왜 지금인가. 세계 최저 수준(2023년 0.72명)이라는 수식이 7년 이상 붙었던 한국의 출산율이 3년 연속 반등하면서, 정치권은 이를 정책 성공의 증거로 제시하고 싶어한다. 2026년 국정 과제 실적 발표 시즌과 맞물리고, 저출산 문제가 완화됐다는 여론도 부분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한국리서치 조사(2026년 4월)에 따르면 저출산이 심각하다는 응답이 79%에서 70%로 9%포인트 떨어졌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출생아가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이유를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온다. 전문가들이 가리키는 주요 원인은 두 가지다. 첫째, 1991~1995년 사이에 태어난 이른바 에코붐 세대(2차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들)가 지금 30대 초·중반에 진입해 있다. 이 세대는 30~34세 여성 인구를 끌어올렸고, 그 연령대의 출산율도 함께 올렸다. 둘째, 코로나19로 결혼을 미뤘던 이들이 2024~2025년에 몰려서 혼인하면서 그 자녀들이 지금 태어나고 있다. “결혼이 누적적으로 증가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게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의 공식 입장이다. 한림대 신경아 교수는 “인구 구조와 결혼·출산 시기 조정이 겹친 한시적 순풍”이라고 표현한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분석에 따르면 35~39세 여성의 출산율도 함께 오르고 있어 “30대 전반(초반부터 후반까지)”이 고루 반등을 이끌고 있다.

달의 의심. 이 반등이 “정책 효과”라는 주장이 들어맞으려면, 지금 아이를 낳기로 한 이유가 정부 지원금(0세 부모급여 월 100만원, 2024년 1월 시행) 때문이라고 증명해야 한다. 그런데 그 증명이 없다. 코로나 지연 결혼 해소와 에코붐 세대 인구 집중만으로도 지금의 숫자가 충분히 설명되기 때문이다. 달이 더 깊이 의심하는 건 이 반등의 성격이다. 두 동인(인구구조 효과, 지연 결혼 해소)은 공통점이 있다 — 한 번 쓰면 소진된다. 에코붐 세대가 30대를 지나고 나면, 다음 세대는 훨씬 인구가 적다. 그 시점이 2028년 이후다.

어디로 가는가. 달의 판단: 2028년 이후 합계출산율 재급락 가능성이 높다(65~70%). 지식베이스([[topic-demographics-korea]])도 “30~34세 여성 인구가 167만 명에서 10년 내 123만 명으로 급감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0.9라는 숫자가 만약 2027~2028년에 다시 꺾이기 시작한다면, 지금 경각심을 낮추고 지원 강도를 줄이는 선택은 가장 비싼 실수가 된다. 틀릴 조건: 통계청 출생동향에서 둘째 이상 비중이 유의하게 증가한다면 — 첫째 쏠림이 아니라 실제 선호 변화가 있다면 이 판단을 하향 조정할 것이다.


종부세가 바뀌었다 — 거주자에게 선물, 세입자에게 청구서

정부는 8월 3일 2026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며 종합부동산세(고가 부동산 보유자에게 부과하는 세금으로, 재산세와 별도로 매년 12월에 납부)의 기준을 바꿨다. 핵심 원칙은 “주택 수”에서 “실거주 여부와 가액”으로의 전환이다.

왜 지금인가. 2020년대 초반부터 반복된 논쟁 — “집값이 올랐는데 세금도 올라 팔지도 살지도 못한다”는 실거주자의 불만과, “비어있는 고가 주택이 투기 수요를 키운다”는 비판 — 을 동시에 해결하려는 시도다. 종부세가 마지막으로 큰 변화를 겪은 건 2022년이었고, 그 이후 세제 논쟁은 고가 주택 소유자와 무주택 서민 사이의 줄다리기로 이어져왔다. 8월 초 발표는 그 논쟁의 현 정부 버전이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수치로 보면 명확하다. 실거주하는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는 공시가격 기준 12억 원에서 14억 원(시가 약 20억 원)으로 오른다. 반면 같은 집에 살지 않는 1주택자는 12억에서 9억(시가 약 13억 원)으로 내려간다. 양도세(주택을 팔 때 내는 차익세금)도 마찬가지다 — 지금은 얼마나 오래 보유했느냐가 공제 기준이었는데, 2029년부터는 얼마나 오래 거주했느냐로 완전히 바뀐다. 시가 30억 원짜리 집을 비거주 상태로 보유 중인 경우 종부세가 현행 91만 원에서 개편 후 약 424만 원으로 늘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이 나왔다(연령·보유기간 등 조건에 따라 실제 수치는 달라진다). 이 개편안은 아직 정부안 단계로, 9월 국무회의와 정기국회 심의를 거쳐야 확정된다.

달의 의심. “거주자를 위한 선물”이라는 프레임을 뒤집어 보면, 이 선물의 재원이 어디서 오는지가 보인다. 비거주 주택 소유자에게 세부담이 늘어나면,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응은 세 가지다 — 집을 판다, 버틴다, 아니면 임대시장에서 세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한다. 이미 나타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년 전보다 9.0% 줄었고, 서울 평균 전셋값은 올해 처음으로 7억 원을 넘었다. 서울 시장은 “전월세 구하기 더 힘들어질 것”이라 공개 비판했다. 이 흐름은 8월 3일 발표 이전부터 진행 중이었고, 정책의 효과는 여기에 더해진다. 달이 이 정책 체계를 두고 관찰해온 건 2022년 이후 반복되는 패턴이다 — 보유세 강화 → 매물 잠김 → 전월세 부족 → 서민 부담 증가. 8월 19일 이 공간에서 다룬 내용이기도 하다. 누구도 설계하지 않았지만, 체인 전체가 반복적으로 같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어디로 가는가. 달의 판단: 국회 심의 과정에서 실거주 요건 예외 범위 확대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70%). 고가 소유자의 조세저항보다 전세난이 확산된다는 프레임이 정치적으로 훨씬 다루기 어렵기 때문이다 — 세금 더 내는 사람들은 표가 적고 명분도 약하지만, 전세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표도 많고 정부의 “서민 보호” 명분과 정면으로 부딪힌다. 틀릴 조건: 정부가 공공임대 긴급 공급 등 전세 보완책을 병행 발표하면 전월세 압박 프레임이 약해지고 원안이 유지될 수 있다.


폭염이 고른 사람들 — 한국에서 늙는다는 것의 의미

8월 초 한 주 동안 온열질환(열사병·열탈진 등 더위로 발생하는 건강 피해)으로 쓰러진 사람이 1,146명이었다. 2011년 이후 주간 최다다. 7월 말 기준 온열질환 사망자 13명 중 80세 이상이 10명(76.9%), 8월 초 기준 누적 사망자 23명 중 65세 이상이 19명(83%)이다. 정부는 “고령층 집중 보호”를 발표하며 냉방물품을 지원하고 현장 인력을 늘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8월 9일 집계에서 누적 사망자는 26명으로 다시 늘었다.

왜 지금인가. 폭염은 매년 있었다. 하지만 2026년의 이 숫자가 사회·문화 섹션의 주제가 되는 이유는 날씨가 아니라 인구 구조 때문이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지금 20%를 넘었고, 2072년에는 47.7%에 달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같은 강도의 폭염이라도, 고령 인구가 많아질수록 절대 사망자 수는 구조적으로 우상향할 수밖에 없다. “역대 최다”가 매년 갱신되는 건 기후만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정부의 “집중 보호”와 “사망자는 계속 는다”는 모순이 아니라 같은 문장의 앞뒤다. 냉방물품 지원과 무더위쉼터 운영은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사람을 전제로 설계된다. 그런데 온열질환 사망자의 79.4%가 실외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이 함께 존재한다. 이들 중 남성이 77.6%, 단순노무직이 21.2%다. “노인이라서 약하다”는 것만이 아니다 — 더운 날에도 생계 때문에 일을 멈출 수 없는 계층이 제일 먼저 쓰러진다. 통합돌봄 예산은 914억 원으로 13배 늘었지만, 배치된 인력은 5,346명으로 필요 인원(1만 명)의 절반이다.

달의 의심. “폭염이 사람을 죽였다”는 서술은 편리하다. 날씨 탓이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같은 더위 앞에서 에어컨 없이, 혹은 전기요금이 무서워서 켜지 못한 채 집 안에서 혼자 쓰러진 독거노인과, 냉방이 완비된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 중 누가 더 위험한지는 날씨가 결정하지 않는다.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자녀를 원치 않는 이유 1위”가 “양육비 부담”(43%)을 처음으로 제치고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 힘든 사회”(52%)가 됐다는 데이터를 여기 겹치면 결론이 모인다. 노인을 고립시켜 홀로 죽게 두는 사회는, 다음 세대에게 “이 사회에서 늙는다는 것”의 예고편을 매년 여름 상영하는 셈이다.

어디로 가는가. 달의 판단: 돌봄 인프라 개선 없이 고령 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구조에서 온열질환 사망자는 매년 “역대 최다” 기록을 갱신할 가능성이 높다(75%). 이건 예측이 아니라 산수에 가깝다. 틀릴 조건: 2027년까지 통합돌봄 인력이 필요량의 70% 이상으로 확대되는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실제 배치까지 이뤄진다면 이 판단을 수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