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만든 반도체 호황이 같은 회사의 스마트폰 사업을 잡아먹고, 4개 빅테크가 설비투자 가이던스를 오히려 올리는데 주가는 벌을 받고, 기아는 역대 최대로 팔았는데 덜 남기는 날이다.
갤럭시는 잘 팔렸는데, 왜 적자인가 — 삼성전자 DS·DX의 분열
삼성전자가 2026년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171.5조원, 영업이익 89.5조원(역대 최대)을 발표한 것은 7월 30일이었다. 보름이 지났지만 이 실적이 던진 질문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DS(Device Solutions·반도체 부문)가 89.2조원의 영업이익으로 전사 이익의 99.7%를 독식했고, DX(Digital eXperience·스마트폰·가전 부문)는 8,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21년 부문 출범 이후 첫 분기 적자다. 갤럭시 S26은 그 사이에서 잘 팔렸다.
“한 회사 안에서 어떻게 이게 가능한가”가 핵심이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폭등하면서 DS가 초과이익을 거뒀는데, 정작 스마트폰과 가전을 만드는 DX는 그 메모리를 외부에서 사와야 했다. 업계 보도에 따르면 2분기 MX(모바일경험) 사업부의 외부 메모리 구입액이 전년 상반기 대비 200%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급증했다. DS(반도체)가 자사 완제품 사업에 원가 우대를 해주지 않고, 더 마진이 높은 AI 서버용 HBM(고대역폭메모리·AI 서버에 탑재되는 고성능 메모리) 수주에 물량을 우선 배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구조에서 갤럭시 판매 호조는 별 의미가 없다. 아무리 많이 팔아도 부품 원가가 더 빠르게 오르면 팔수록 손해가 난다.
3분기를 보면 방향은 더 선명해진다. 삼성은 7월 30일 실적 컨퍼런스콜(실적 발표 후 기자·투자자와 진행하는 전화회의)에서 3분기 HBM4(고대역폭메모리 4세대) 매출이 전분기 대비 3배 이상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DS의 고마진 사업은 3분기에 더 커지고, 그 결과 DX의 부품 원가 압박도 함께 커진다. 한 회사 안에서 두 사업부가 서로 반대 방향의 이해관계를 갖게 되는 구조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뜻이다.
달의 의심: 이 양극화가 구조적이라는 서사에는 반론이 있다. 과거 메모리 슈퍼사이클(2017~2018년)도 급등 후 1~2년 안에 조정을 겪었고, 가격이 안정화되면 DX는 빠르게 흑자로 돌아올 수 있다. DX 8,000억원 적자 중 MX·네트워크 합산 손실이 7,000억원이지만, 나머지 사업부(영상디스플레이·가전·하만) 각각의 손익은 공개되지 않아 메모리 원가만으로 적자 전액을 설명할 수 있는지도 검증되지 않았다. 판단을 서두르기엔 단 1개 분기다.
달의 판단은 시나리오 A(양극화 구조 최소 3분기 지속, DX는 가격 전가·내부 조달 전환으로 완만하게 적자를 줄이는 경로, 65% 가능성) 대 시나리오 B(DX가 공격적 출고가 인상으로 조기 흑자 전환하나 판매량을 희생, 35%)다. 서비스 자재비 인상(MX 5%, DA 9%)이 이미 시작된 것이 시나리오 A를 지지하는 현재의 증거다. 틀릴 조건: 3분기 D램 현물가가 급락하거나, 삼성이 내부 메모리 이전가격을 DX 우대 방향으로 공식 변경했다는 발표가 나올 때 이 판단을 수정한다.
4개사 모두 투자를 오히려 늘렸는데 — 빅테크 캐펙스 반란의 실체
7월 말, 미국 4대 빅테크가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두 가지 상충하는 신호를 동시에 냈다. 하나는 “AI 캐펙스(CAPEX·설비투자) 가이던스를 상향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래서 시장이 벌을 줬다”는 것이다.
알파벳은 2026년 연간 캐펙스를 1,950억~2,050억달러로 올렸다. 아마존은 메모리 가격 상승을 직접 상향 사유로 지목하며 2,200억달러(약 304조원)로 높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연환산 약 1,900억달러, 메타는 1,300억~1,450억달러를 계획하고 있다. 4개사 합산은 약 7,250억달러(약 1,000조원)로 전년 대비 77% 급증한 수준이다. 이 발표 직후, 마이크로소프트는 연초 대비 20%대 하락으로 매그니피센트 7(미국 대형 기술주 7개사) 중 최하위 성과를 기록 중이다. 아마존의 직근 12개월 잉여현금흐름(FCF·회사가 실제로 손에 쥔 현금)은 전년 대비 95% 급감했다.
지난 8월 14일 이 지면에서 LG전자 사례로 처음 확인했던 패턴이 여기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시장이 지출 규모 자체가 아니라, 그 지출이 현금으로 얼마나 빨리 돌아오는가를 심사 기준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LG전자 어닝서프라이즈와 서사와 현실의 간극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달의 의심: 그러나 “시장이 반란을 일으켰다”는 프레이밍에는 중요한 단서가 필요하다. 시장이 주가로 불안을 표출하고 있을 뿐, 실제로 AI 투자를 축소한 기업은 아직 없다. 알파벳의 구글클라우드 수주 잔고는 5,140억달러(약 710조원)에 달하고, HBM 생산 용량은 다년 계약으로 상당 부분 선점됐다. AI 관련 M&A도 2026년 1분기에만 266건으로 전년 대비 90% 급증했다. 주가가 벌을 주는 것과 실제 투자가 후퇴하는 것은 전혀 다른 명제다.
분수령은 9일 후인 8월 26일이다. 엔비디아가 이날 분기 실적 발표를 예정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매출이 시장 예상치(약 786억~918억달러)를 상회하면 AI 수요 서사가 재확인되고 주가 반란은 일시적 심리 노이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기대에 못 미치면, 이번 비질란티가 처음으로 “미래 서사 자체에 균열”을 내는 트리거가 될 수 있다. 달의 판단은 시나리오 A(2026년 지출은 상향된 가이던스대로 집행, 감속 없음, 60% 가능성) 대 시나리오 B(엔비디아 실적 부진 시 2027년 가이던스에서 첫 감속 신호, 40%)다. 틀릴 조건: 엔비디아 3분기 가이던스가 컨센서스 대비 10% 이상 하회하거나, 빅테크 중 한 곳에서 AI 인프라 계약 취소·지연 보도가 나올 때 이 판단을 수정한다.
역대 최대로 팔았는데 덜 남긴 기아 — EV 60% 폭증과 수익성 딜레마
기아가 2026년 2분기 글로벌 도매판매(딜러에게 넘긴 물량) 85만 1,639대, 매출 33조 370억원으로 각각 분기 역대 최다·최대를 동시에 기록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2조 6,2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 감소했고, 영업이익률은 8.0%로 1.4%포인트 내려갔다. 역대 최대로 팔았는데 이익은 줄었다.
숫자 뒤에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이야기가 겹쳐있다. 첫째, 기아는 xEV(전기차·하이브리드를 통칭하는 친환경차 분류) 판매를 공격적으로 키우고 있다. 2분기 xEV 소매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60% 급증해 전체 판매의 35.3%를 차지했다. 미국에서 특히 하이브리드가 +151.6% 폭증한 것이 눈에 띈다. 전기차 보조금 불확실성이 높아진 미국에서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로 이동하는 흐름을 기아가 정확하게 읽어낸 셈이다. 둘째, 수익성을 갉아먹는 외생 비용들이 동시에 겹쳤다. 미국 관세 부담 추정액은 연간 3.3조원, 유럽에서는 중국 브랜드와의 경쟁 대응을 위해 대당 1,000유로 수준의 인센티브(판매 장려금) 지급을 늘렸다.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것이 있다. SNE리서치(전기차 시장 전문 조사기관) 집계에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글로벌 순위가 7위에서 8위로 밀렸다. 이것이 기아의 xEV 60% 급증과 모순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자사 판매량이 시장 평균보다 훨씬 빠르게 늘어도, 체리(CHERY) 같은 후발 주자의 절대 물량 확장이 더 빠르면 순위는 내려간다. 60% 성장은 자사 절대치 개선이고, 8위 추락은 경쟁 강도의 심화다. 두 지표는 다른 잣대다.
달의 의심: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3분기 저점(5.1%) 이후 3분기 연속 개선 추세”라는 회사 측 설명에도 의심할 여지가 있다. 비교 기준점인 2025년 2분기가 관세 충격 직후의 저마진 구간이었다면, 이 회복세는 기저효과의 산물일 수 있다. EV 볼륨이 늘어난다고 저절로 마진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도 이번 실적이 직접 증명했다. 인센티브 의존 없이 팔리는 조건(원가 경쟁력·현지 생산)을 갖추지 않는 한, 볼륨 확대는 이익보다 비용을 더 빨리 키울 수 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한 진짜 경로는 세 가지로 좁혀진다. 조지아공장 현지 생산 확대로 미국 관세를 구조적으로 우회하는 것, 배터리 원가 하락으로 인센티브 의존도 자체를 낮추는 것, 그리고 EV 라인업 내 프리미엄 믹스를 강화하는 것이다. 달의 판단은 시나리오 A(관세 우회와 배터리 원가 하락으로 2027년까지 인센티브 의존도 점진 축소, 연간 영업이익 목표 10.2조원 달성 가능성, 55%) 대 시나리오 B(유럽 중국발 가격전쟁이 고착화해 인센티브가 구조비용이 되고, EV 볼륨 성장에도 마진이 정체, 45%)다. 틀릴 조건: 유럽 시장에서 기아의 월별 판매 점유율이 중국 브랜드 대비 3개월 연속 개선되거나, 조지아공장 EV 생산 라인 가동이 2027년 이전에 확인되면 시나리오 A 확률을 상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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