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는 바꿨다, 유인구조는 그대로다 — 토허제·저출산법·청년 고용의 공통점 | 2026년 8월 13일

서울 토허제 실거주 의무 유예 연장 검토, 저출산기본법에서 인구전략기본법으로 이름 변경, 728조 역대 최대 예산에도 청년 고용률 27개월 연속 하락 — 세 사건의 공통점을 짚는다.

정부는 제도의 이름과 외형을 바꾸는 데 빠르다. 법의 제목이 바뀌고, 규제 유예 요건이 완화되며, 예산 숫자는 역대 최대를 갈아치운다. 그 밑에서 실제로 사람들의 삶을 결정하는 것들 — 전세 세입자가 있는 집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지, 육아휴직을 써도 승진에 불이익이 없는지, 기업이 신입 채용 슬롯을 다시 열 이유가 있는지 — 은 오늘도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다.

토허제, 다음 달에 ‘뭔가’가 만료된다 — 그런데 그게 뭔지가 중요하다

오는 8월 25일, 서울에서 시행 중인 외국인 대상 토지거래허가제 지정기간이 종료된다.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는 특정 지역에서 집을 살 때 구청장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다. 그런데 언론이 “D-12 만료”라고 쓸 때 독자가 머릿속에 그리는 것과 실제가 다르다. 한국 국적자 일반 구매자에게 적용되는 서울 25개구·경기 12곳 전역 토허제의 만료일은 12월 31일이며, 강남·서초·송파·용산과 압구정·여의도 등 핵심 지역은 이미 2027년까지 연장이 결정됐다. 8월 25일은 그 안에서도 외국인 특수 지정 구간이 끝나는 날이다. 숫자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진짜 시한은 올해 12월 31일이고, 정부가 지금 서두르는 것은 그 전에 실거주 의무 유예 특례를 연장하는 발표를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토허제 안에는 집을 사면 4개월 안에 실제 거주를 시작해 2년을 살아야 한다는 실거주 의무가 있다. 이게 문제가 된 건 정부가 올해 상반기에 “다주택자 양도소득세를 한시 완화하겠다”고 발표했을 때다. 세금을 줄여줄 테니 집을 팔라는 뜻이었는데, 정작 팔려는 집에 세입자가 살고 있으면 4개월 안에 이사를 들어올 수 없으니 구청 허가 자체가 안 난다. 재정경제부 이형일 1차관은 지난 8월 6일 공식 채널에 출연해 “토지거래허가제로 인한 주택 매도 불편을 줄이기 위해 실거주 의무 유예를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8월 중 발표가 목표다.

그런데 여기서 왜 지금인가를 묻는 게 중요하다. 이 정책 조합 — 양도세 완화 + 실거주 유예 확대 — 은 “시장에 매물을 늘리겠다”는 하나의 논리로 연결돼 있다. 공급이 늘면 가격이 안정된다는 것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이달 기준 78주 연속 오르고 있고, 8월 초 주간 상승폭은 0.26%였다. 강남·서초·송파·용산은 오히려 규제 완화 기대감에 관망세로 상승이 둔화됐고, 대신 중구·중랑 등 비규제 지역이 치고 올라오는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 가격을 잡겠다는 정책이 가격 상승의 지형만 바꾸고 있는 모양새다.

달의 의심. 실거주 의무 유예 확대가 실제로 거래량을 늘릴 수 있을까. 공급(팔 사람)과 수요(살 사람) 양쪽이 동시에 풀려야 시장이 움직이는데, 유예 확대는 공급 쪽 제약만 푼다. 토허제 안에서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의 요건 — 무주택, 실거주 목적 — 은 그대로다. 팔겠다는 신호가 시장에 쏟아지면 매수 관망이 오히려 심화될 수 있다. 더 깊은 문제는 갭투자(전세보증금을 낀 주택 매수) 우려다. 세입자가 있는 집을 사서 계약 종료 시점까지 기다렸다가 입주하면, 법적으로는 실거주 의무를 이행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레버리지를 낀 자산 취득과 다를 바 없다. 이 경로에 자금력이 있는 무주택자는 소득·자산 상위층에 편중된다. 토허제가 원래 막으려 했던 투기 수요가 유예 확대의 빈틈으로 재진입할 수 있다는 게 규제를 지지하는 쪽에서 제기하는 핵심 우려다. 참고로 이 흐름은 8월 11일 사회 뉴스레터에서 분석한 “주택 수를 실거주로 재정의하는 정책”과 같은 맥락에 있다.

달의 판단: 유예 연장 발표 이후 강남3구·용산 외 지역의 거래 문의는 늘겠지만, 실제 거래 성사로 이어질 가능성은 40~50%에 머물 것으로 본다. 갭투자 우려로 적용 요건을 좁게 유지하면 “발표는 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패턴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틀릴 조건: 서울에만 약 83만 가구로 추산되는 세입자 낀 매물 중 상당수가 실제로 시장에 나와 전세와 매매가격이 동시에 안정된다면 이 판단은 수정해야 한다.

법 이름이 바뀐다 — 직장 문화도 바뀔까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이 「인구전략기본법」으로 이름을 바꾼다. 시행령 전부개정안 입법예고가 7월 31일 시작돼 오는 8월 24일까지 국민 의견을 받는다. 9월 10일 시행 예정이다. 왜 지금인가. 2025년 합계출산율 — 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의 평균 추정치 — 이 0.80으로 집계됐다. 2023년 0.72라는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2년 연속 반등한 수치다. 반등을 기정사실화하는 시점에서, 정부가 이를 관리할 거버넌스를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이 법 개정이 실제로 무슨 말인지는 내용을 들여다봐야 보인다.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인구 문제를 총괄하는 인구전략위원회 소속 부처가 9개에서 14개로 늘어난다. 둘째, 전문위원회가 신설된다. 보도에서 함께 언급되는 “아빠 육아휴직 강제화”는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한 표현이다. 실제로 입법된 것은 육아휴직을 쓰는 직원이 있을 때 사업주에게 월 10만 원을 추가 지원하는 인센티브 확대이지, 남성 육아휴직 사용을 의무화하는 규정이 아니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아래에서 설명한다.

출산율 반등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에 대해서는 두 가지 해석이 공존한다. 하나는 “착시”다. 1991~95년 사이에 태어난 에코붐 세대(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세대)가 결혼 적령기에 진입하면서, 코로나19로 미뤄졌던 혼인이 한꺼번에 몰린 효과라는 것이다. 가임기 여성 인구 자체가 향후 10년간 123만 명 급감할 예정이어서, 1인당 출산율이 오르더라도 총 출생아 수는 결국 다시 꺾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다른 해석은 “실질 변화의 신호”다. 30~34세 연령별 출산율이 인구 규모와 무관하게 자체적으로 상승하고 있고, 혼인 건수가 2024년 14.8%, 2025년 8.1% 2년 연속 늘었다는 점에서 단순 타이밍 효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달의 의심. 법 이름이 바뀌고 부처 수가 늘어나는 것이 직장 문화를 바꾸는가. 인구전략위원회 구성을 14개 부처로 확대하는 것은 “누가 회의에 참석하는가”를 바꾸는 것이다. 회사에서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문화, 그것을 써도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는 환경은 거버넌스 확장과 다른 층위의 문제다. 스웨덴에서 육아휴직 제도가 도입된 뒤 실질적인 성별 격차가 줄어들기까지 20년 이상 걸렸다는 사실을 참고 기준으로 제시해둔다. 사업주 인센티브 10만 원이 그 시차를 얼마나 단축할 수 있는지는 아직 모른다. 반등이 소득 상위 30%와 정규직에 편중돼 있다는 점은, 거버넌스 확장이 비정규직·자영업자·저소득층이라는 정책 사각지대까지 실제로 닿을 것인지를 의심하게 만드는 이유다. 관련 논의는 8월 10일 뉴스레터 “반등했지만 착시는 계속된다”를 참고할 수 있다.

달의 판단: 2026년 출생아 수 29만 명 전망은 달성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것이 에코붐 효과의 정점일 가능성이 높고, 가임기 여성 인구의 절대 감소라는 하드 제약을 피할 수 없다. 이번 「인구전략기본법」 거버넌스 확장이 하위 계층의 주거·고용 불안정이라는 구조적 장벽까지 실제로 건드릴 가능성은 30% 미만으로 본다. 틀릴 조건: 2027~2028년에도 연령별 출산율 자체 상승이 지속되고, 비혼·저소득층 출산 비중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면 “착시” 판단은 수정이 필요하다.

청년 고용률 27개월째 하락 — 예산을 늘렸는데 왜

2026년 7월 청년 고용률이 44.2%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1.6%포인트 하락이며 27개월 연속 내림세다. 청년 취업자 수는 45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다. NEET(비취업·비훈련 청년, 통계청 분류로는 ‘쉬었음’과 구직 포기자를 합한 범주)로 분류되는 청년이 지난 5년 동안 발생시킨 경제적 손실이 53조 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최근 주목받았다(한경협, 2025년 발표). 이 손실 추계가 2019~2023년 데이터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은 짚어둬야 한다 — 정부의 집중 지원이 시작되기 이전 기간의 숫자다.

왜 지금인가. 정부가 훈련·보조금 중심의 청년 고용 대책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했다. 국민일보 8월 12일 보도에 따르면 정부가 현장 의견 수렴에 나서고 있다. 728조 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 예산, 국민취업지원제도 구직촉진수당 인상, 청년미래적금, 청년도약장려금 등 다양한 지원책이 쏟아졌음에도 고용률은 내리막을 걷고 있다. 정부가 “뭔가 방향이 잘못됐다”고 인정한 셈이다.

실제로 무슨 말인지 들여다보면 구조가 보인다. 청년 고용 대책 대부분은 청년 개인을 더 잘 훈련하고, 취업할 때 금전적 지원을 주는 공급측 개입이다. 그러나 청년 고용률이 하락하는 이유는 공급측 — 구직하는 청년의 역량 부족 — 이 아니라 수요측에 있다. 대기업과 공기업이 정기 공채를 줄이고 수시·경력직 채용으로 전환하면서, 경력이 없는 신규 졸업자가 들어갈 자리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청년뉴딜 10만 명 달성”이라는 정부 발표 뒤에 체납관리단, 농지조사원 같은 단기 공공일자리 참여자가 상당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이 그 증거다. 참여자 수라는 산출(output) 지표는 채웠지만, 고용률이라는 결과(outcome) 지표는 움직이지 않는다.

달의 의심. 예산으로 풀 수 없는 문제를 예산으로 풀려는 미스매치가 핵심이다. 고령층 취업은 57개월 연속 증가하고, 청년 취업은 45개월 연속 감소한다. 기업이 숙련 고령 인력을 더 오래 붙잡아두고 AI 대체로 신규 채용 자체를 줄이는 상황에서, 청년은 “경력이 없어서 밀리는” 전통적 문제를 넘어 “조직이 신규 진입 슬롯 자체를 닫아버린” 구조적 봉쇄를 마주하고 있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청년 고용률 하락에는 미국발 글로벌 테크 기업 감원 등 국내 정책과 무관한 외부 충격도 섞여 있다. 반도체 분야(SK하이닉스·삼성 채용)는 오히려 확대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전체 고용률 하락을 정부 정책 실패로만 귀속시키는 것은 단순화다 — 다만 구조적 원인을 정책이 아직 건드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그대로다. 2026년 3월 한국리서치 세대인식조사에서 세대갈등이 심각하다는 응답이 83%에 달한 것도 이 배경과 연결된다.

달의 판단: 정부가 훈련 위주 한계를 인정한 것 자체가 정책 피벗의 시작 신호다. 그러나 기업의 채용 행동을 바꾸는 수요측 개입 — 의무 공채 비율, 신입 채용 인센티브 등 — 이 나오지 않는 한 청년 고용률 하락 추세가 반전될 가능성은 30~35%에 머물 것으로 본다. 틀릴 조건: 반도체·배터리 등 제조업 신규 채용이 본격 확대되거나,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신입 공채 비율을 회복하는 움직임이 수치로 확인된다면 이 판단은 틀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