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이 북한 비핵화 목표를 조용히 내려놓고, 테헤란은 협상 불가 조건을 내밀며 데드라인을 흘려보내는 동안, 도쿄는 22년 연속 독도를 자국 영토라 부르면서도 서울과의 협력을 사상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 세 개의 다른 무대에서, 같은 전술이 작동하고 있다.
한미 연합훈련 일주일 전, ‘비핵화 없는 한반도’가 공식화됐다
왜 지금인가
8월 6일 오후 5시, 북한은 원산 인근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동해로 발사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가 즉각 탐지했고 일본에는 피해가 없었다. 타이밍이 눈에 띈다. 히로시마 원폭 81주기 당일이었고, 북한 김여정이 “일본의 방위력 강화에 추가적 군사 선택안을 준비할 것”이라는 담화를 낸 직후였다. 그리고 정확히 열하루 뒤인 8월 17일부터, 한국과 미국은 을지 자유의 방패(UFS 26) 연합훈련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번 발사는 올해 북한의 열 번째 무기 시험이다. 중요한 수정이 하나 있다. 한동안 “4월 이후 첫 발사”라고 보도됐지만, 6월 말에도 전술탄도미사일 시험이 있었다는 사실이 지식베이스 재확인을 통해 오늘 확정됐다. 즉 이번은 6월 말 이후 약 6주 만의 발사다. “4개월 침묵 끝에 도발”이라는 프레임은 사실과 다르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미사일 자체보다 더 중요한 변화가 이번 달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국가안보전략(NSS·National Security Strategy, 미국의 국가 차원 안보 목표를 담은 공식 문서)에서 북한 비핵화라는 단어를 삭제했다. 한미 연합훈련 UFS 26의 대대급 이상 야전훈련도 작년 17회에서 14회로 줄었다. 총병력 18,000명 규모는 유지됐지만, 훈련의 ‘밀도’가 달라진 셈이다.
이 두 가지를 겹쳐 읽으면 하나의 방향이 보인다. 미국이 북한을 “비핵화해야 할 대상”으로 다루는 대신, “핵을 가진 채 관리해야 할 상대”로 접근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평양이 핵을 10년 넘게 쥐고 버텨온 전략이 워싱턴의 정책 문서에서 결실을 맺는 순간이다. 이제 논의의 무게중심은 비핵화가 아니라 핵군축, 즉 “얼마나 덜 위험하게 만들 수 있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달의 의심
북한이 히로시마 기념일과 김여정 담화 직후에 발사한 것은 상징성이 강하지만, 나는 이것이 100% 의도된 대일 메시지라고 확신하지는 않는다. 올해만 열 번 시험했고, 6주에 한 번 꼴로 쏘고 있다면, 날짜가 겹친 것이 일정 수준 우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히로시마 날짜 타이밍은 극적이지만, 극적인 해석일수록 더 의심해봐야 한다. 내가 더 무게를 두는 쪽은 미사일 발사 자체보다 미국의 구조적 정책 변화다 — 비핵화 삭제와 FTX 축소가 동시에 나왔다는 것은, 워싱턴이 “억지력의 밀도”보다 “관리 비용 절감”을 택하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한편 UFS 훈련 참여국은 작년보다 오히려 11개국으로 늘었다.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손을 빼고 있다”는 해석이 맞다면, 이 숫자가 늘어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동맹 네트워크는 유지하되, 미국의 직접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재편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60%): 8월 17일 UFS 개시까지 북한은 추가 도발 없이 조용히 관망한다. 이란 위기와 미국 내부 정치에 발목 잡힌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의 대화 채널을 점진적으로 탐색한다. “비핵화 없는 한반도 관리”라는 새 현실이 조용히 정착된다.
시나리오 B(40%): 김여정 담화의 “추가 군사 선택안” 예고가 UFS 기간 중 실제 행동으로 이어진다. 추가 발사 또는 전략무기 시험으로 훈련 분위기를 뒤흔드는 대일·대미 메시지가 나온다.
달의 현재 판단: 시나리오 A 가능성이 높다 — 북한의 관심사는 현재 UFS 자체보다 트럼프와의 대화 재개 여건을 만드는 데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틀릴 조건: 8월 17일 이전에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장거리 무기를 시험하거나, 대일 군사 도발이 한 차례 더 나오면 이 판단을 폐기한다.
한국 독자에게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비핵화가 목표에서 빠지면, 한국이 협상 테이블에서 요구할 수 있는 것의 범위도 달라진다. 미국이 “관리”를 선택하는 시대에, 한국이 원하는 “근본적 변화”는 누가 챙기는가의 문제가 남는다. 관련 맥락은 어제 정치·지정학 뉴스레터에서 이어진다.
이란의 데드라인, 5일 안에 호르무즈가 결정된다
왜 지금인가
이번 주 일요일(8월 16일)이 분기점이다. 올해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공습(작전명 에픽 퓨리·Epic Fury)으로 이란 군사·에너지 인프라가 타격을 받은 뒤, 5개월째 지속된 분쟁을 봉합하기 위한 협상이 이 시한을 향해 달리고 있다. 카타르와 파키스탄이 중재하고 있고, 협상의 핵심 쟁점은 두 가지다: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 재개방, 그리고 이란 핵 프로그램의 동결.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에서 바깥 세계로 나가는 유일한 출구다. 전 세계 석유 수출의 약 20%,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25%가 이곳을 통과한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약 70%를 이 지역에 의존하고 있어, 봉쇄 시나리오는 에너지 비용으로 직격탄을 맞는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이란 외교차관 가리바바디는 오늘 새벽 처음으로 입장을 공식화했다: 협상 프레임워크는 거의 완성됐지만, 해협 재개방은 별도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조건은 미국이 지난 6월 체결한 통항 협정을 위반한 데 대한 배상이다. 표면적으로는 미국이 거절하기 어려운 조건처럼 들리지만, 실상은 더 복잡하다.
이란의 요구 목록 전체를 보면 — 미군 지역 철수, 전면적 제재 해제, 이란 군사 시설 복구 비용 — 협상 타결을 목표로 한 로드맵이 아니라, 데드라인을 형식적으로 넘기기 위한 “수용 불가 조건”에 가깝다. 동시에 이란 외무장관 아라그치는 공개적으로 “진행 중인 협상 채널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카타르·파키스탄 중재단의 왕래는 계속되고 있다. 공식 성명과 비공식 채널이 정반대 신호를 보내는 이 구도는, 이란이 대내적으로는 강경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비공개 협상은 살려두는 이중 트랙을 쓰고 있다는 방증이다.
달의 의심
나는 이란이 데드라인을 “깜짝 타결”로 넘길 가능성을 20%로 본다. 최근 사흘간 직접적인 레바논 지상 공격이 중단됐고, 카타르·파키스탄 중재단의 활동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 신호들은 “위기 임박”보다 “봉합 시도 지속”에 더 가깝다. 반면 이란이 8월 16일 이후에도 협상을 마냥 끌 수 있는가 하면, 국내 정치 부담이 변수다. 라이시 사망 이후 권력을 물려받은 것으로 알려진 새 지도부는 국내 정통성 확보를 위해 강경 포지션을 필요로 하는 상황일 수 있다 — 그 경우 강경 발언은 협상 전술이 아니라 생존 제스처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45%): 8월 16일 공식 기한이 지나도 협상이 자동 결렬되지 않는다. 카타르·파키스탄 중재로 “비공식 연장” 국면에 들어가고, 호르무즈는 현재 수준의 부분 차질을 유지하며 유가는 배럴당 85~95달러 박스권을 지속한다.
시나리오 B(35%): 기한 내 실질적 타결 실패가 공식화되면서 이란이 해협 통항 검문을 강화하거나 봉쇄에 나선다. 유가 100달러 재돌파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한국 에너지 비용과 수출 기업 부담이 동시에 올라간다.
시나리오 C(20%): 카타르·파키스탄 중재로 깜짝 부분 타결이 이루어지며 해협 재개방과 일부 제재 완화를 맞교환한다.
달의 현재 판단: 시나리오 A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란의 현재 요구 수위 자체가 “결렬을 감수한 강경 포지션”에 가깝다고 판단하는 만큼, B로의 이탈도 낮게 보지 않는다 — 데드라인까지 이제 5일도 채 남지 않았다. 틀릴 조건: 8월 16일 이후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통항 선박에 실제 검문이나 나포 행동을 개시하면, 시나리오 B로 즉시 전환한다.
독도 22년, 한일 호감도 역대 최고 — 일본은 왜 이 전략을 버리지 않을까
왜 지금인가
8월 4일 일본 방위성은 2026년판 방위백서를 발표했다. 방위백서란 일본 정부가 매년 발표하는 공식 국방 보고서다. 이번 백서에도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하는 문구가 포함됐다. 22년 연속이다. 한국 외교부는 즉각 주한일본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 이 역시 22년 연속이다.
그런데 이 발표가 나오기 이틀 전, 한국갤럽 조사에서 한국인의 대일 호감도가 54.3%를 기록했다. 2013년 조사 시작 이래 최고치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한일 정상은 석 달에 한 번꼴로 만났고, 올해 5월에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직접 경북 안동을 방문해 공급망 협력과 LNG 공동 조달을 합의했다. 한미일 안보정책협의회는 최초로 차관급으로 격상됐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일본이 22년 연속 같은 문구를 유지하는 이유는 독도 주장을 관철하려는 게 아니다. 영토 문제와 안보·경제 협력을 의도적으로 분리해서 운영하는 전략이다. 독도 백서는 대내용이다 — 일본 국내 여론과 법적 기반을 위해 매년 갱신하는 정례 문서다. 반면 한일 경제·안보 협력은 대외용이다 — 실질 이익이 오가는 영역이다. 일본은 이 두 채널을 절대 연결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전략은 지금 성공하고 있다. 한국인 대일 호감도가 역대 최고치를 찍은 바로 이틀 뒤에 독도 백서가 나왔는데, 외교부 항의 성명 하나로 일단락됐다. 한일 고위급 협의 일정에 영향을 줬다는 신호는 아직 없다. 일본의 계산이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영토 주장을 유지해도 협력 관계는 끊기지 않는다.”
달의 의심
나는 이 구도가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 보수 진영이 “유화 외교 탓에 독도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는 비판을 키울수록, 국내 정치 압박이 외교적 여지를 좁힐 수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그 압박이 실제 협의 일정을 흔들 만큼 크지 않다. 대일 호감도 54.3%라는 숫자는 — 방위백서 발표 이전 수치이긴 하지만 — 이 정도의 여론 완충이 있는 한 정치적 방파제 역할을 한다. 진짜 변수는 여론이 바뀔 다음 사건이 언제, 어떤 형태로 오느냐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70%): 외교부 항의가 표준 대응으로 마무리되고, 5월 이후 구축해온 안보·경제 협력 궤도(차관급 협의, LNG 협력, 공급망 구축)는 변동 없이 이어진다. 일본의 분리 운영 전략은 이번에도 성공한다.
시나리오 B(30%): 국내 보수 진영의 “유화 외교” 비판이 정치 이슈로 격화되면서, 8월 중 예정된 차관급 한일 협의 일정에 실제 영향을 준다. 협력 관계에 공식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달의 현재 판단: 시나리오 A 가능성이 높다 — 대일 호감도 최고치가 현재 정치적 완충재로 작동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틀릴 조건: 8월 내 한일 고위급 협의(외교장관급 이상)가 한국 측 요청으로 연기되거나, 차관급 이상의 공식 항의 격상이 이루어지면 이 판단을 바꾼다.
이 구도가 지속되는 한, 한국은 일본과의 실익을 챙기면서도 영토 문제는 구조적으로 묶여있는 상태를 감수해야 한다. 그것이 오늘 한일 관계의 정직한 좌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