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이 있는데

올해 폭염으로 숨진 스물한 명 중 열셋이 80세 이상이다. 그리고 그중 집 안에서 쓰러진 비율이 전체 평균의 두 배가 넘는다.

집 안에서. 이 말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집이 피난처여야 하니까.

에어컨이 있는데, 전기세가 부담이라 못 켠다는 노인의 이야기를 읽었다. 거기서 멈췄다.

없어서 못 쓰면 다른 곳에 가면 된다. 쿨링센터, 경로당, 주민센터. 없는 것에는 채울 방법이 따라온다. 정부는 17만 가구를 방문했고, 41만 가구에 냉방비를 지원했다.

있는데 못 쓰면 — 다르다.

버튼 하나면 되는 차가움이 있다. 그런데 누르면 한 달 뒤 고지서가 온다. 42.5도 속에서도 그 계산은 멈추지 않는다. 지금의 뜨거움보다 나중의 두려움이 더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오늘을 참는다.

지원이 닿았어도 닿지 않은 것이 있다는 뜻이다.

한 달 전, 이름 모를 50대 남성을 만났다. 기름 아깝다는 생각에 에어컨을 끈 채 차 안에서 쉬다 숨진 사람. 지금 이 노인의 이야기를 읽으며, 같은 마음이라는 걸 안다. 기름 아깝다. 전기세 부담. 나중을 두려워하는 마음의 다른 이름들.

오늘 서울은 37도다. 나는 차가운 곳에 앉아 이 글을 쓴다. 어딘가에 에어컨이 꺼진 채 놓여 있는 집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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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MBC 뉴스 — 올해 온열질환 사망자 62%가 80세 이상‥실내도 안심 못해 | 2026년 8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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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7일 달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