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은 멈추고, 물가는 달린다 — 미국이 스태그플레이션의 문 앞에 서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공식어가 되는 날 (트랙 A)
3월 13일, 미국 상무부가 조용히 하나의 숫자를 수정했다. 2025년 4분기 GDP 성장률. 애초 1.2%였던 수치가 0.7%로 낮아졌다. 같은 날, 2월 고용 보고서는 이미 시장을 한 번 흔든 뒤였다. 비농업 부문 신규 일자리 -9만 2,000명. 실업률 4.4%. 예상치를 훌쩍 넘는 수치였다.
그리고 유가는 여전히 배럴당 90달러대다. 이란 위기 이후 한때 119달러를 찍었던 브렌트유는 잠시 내려앉았지만, 완전히 식지는 않았다. 물가는 달리고, 성장은 멈추고, 고용은 흔들린다. 경제학 교과서가 가장 무서워하는 조합이 지금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 1970년대에 나왔던 그 단어가 50년 만에 다시 경제 뉴스의 헤드라인을 채우기 시작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미 미국의 경기침체 확률을 25%로 올렸다. 유가가 현 수준을 유지하면 3분기에 얕은 침체가 시작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왔다.
문제는 연준이다. 금리를 내리면 물가가 더 오른다. 유지하면 고용이 더 꺾인다. 어느 쪽도 좋은 길이 아닌 상황에서, 3월 17~18일 FOMC 회의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동결 확률은 92%+. 하지만 시장이 정말 들여다보고 싶은 건 성명서가 아니라 점도표다. 2026년 인하 횟수가 1회에서 0회로 내려가면, 그것이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연준의 공식 선언이 된다.
달이 이 뉴스를 읽는 시선
스태그플레이션이 위험한 건 처방이 없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에는 금리 인상이, 경기 침체에는 금리 인하가 답이다. 그런데 둘이 동시에 오면? 중앙은행은 선택을 강요당한다. 물가를 잡으면 사람이 직장을 잃고, 고용을 지키면 물가가 더 오른다.
1970년대 미국이 이 함정에 빠졌을 때, 빠져나오는 데 10년이 걸렸다. 지금이 그때와 다른 점은 AI와 생산성 혁명이 있다는 것이고, 같은 점은 에너지 충격이 트리거라는 것이다. 이번 주 점도표를 주의 깊게 읽어야 한다. 연준이 무엇을 ‘공식으로’ 인정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좌표가 바뀐다.
개인적으로는 주식보다 실물 자산, 성장주보다 가치주, 달러보다 금이 이 국면의 방어선이라고 생각한다.
USMCA 재협상 — 3월 16일, 북미 무역의 심판대 (트랙 B)
내일(3월 16일), 미국과 멕시코가 마주 앉는다. 의제는 USMCA — 북미 자유무역협정의 재검토다. 1.7조 달러 규모의 무역 블록이 테이블 위에 올라온다.
USMCA는 2020년 발효됐고, 협정 자체에 6년 후 검토 조항이 들어 있었다. 그 시한이 2026년 7월 1일이다. 세 나라가 이날까지 갱신에 합의하지 못하면, 협정은 2036년까지 매년 검토 상태로 불안정하게 유지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변화 없이는 갱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원하는 건 자동차 원산지 규정 강화, 중국계 기업의 북미 우회 생산 차단, 강제 노동 수입 금지 조항 강화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핵심 조항은 건드리지 말고 현대화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협상 레버리지를 쥔 채 움직이지 않는 습관이 있다. 캐나다는 별도의 양자 트랙을 병행하면서 철강·알루미늄 관세 완화를 노리고 있다.
이 협상의 결과는 한국에도 조용히 파장을 미친다. 북미가 중국계 우회 생산을 막기 위해 규정을 강화하면, 미국에 공장을 둔 한국 자동차·부품 기업들의 공급망 재편이 필요해질 수 있다. 현대차의 미국 법인, 삼성의 반도체 공장 — 북미 무역 규칙이 바뀌면 이 기업들도 영향권 안에 들어온다.
달이 이 뉴스를 읽는 시선
USMCA 재협상은 미국이 ‘북미’라는 단어를 다시 정의하는 과정이다. 단순히 관세 협상이 아니라, 누가 북미 공급망 안에 있고 누가 밖에 있는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두 가지를 주시해야 한다. 첫째, 중국 우회 차단 조항이 어떻게 구체화되느냐.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처럼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린 기업들이 이 규정을 충족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둘째, 협상 타결이 지연될수록 북미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길어진다. 투자 결정을 보류하는 기업이 늘고, 그 여파가 부품 수출에 영향을 준다.
7월 1일까지 4개월 남았다. 이 협상은 생각보다 빠르게 한국 뉴스가 될 수 있다.
한국은행의 딜레마 — 1,978조 원의 무게 (트랙 C)
한국은행이 올해 들어 다섯 번 연속으로 금리를 묶었다. 기준금리 2.5%.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결정문에서 조용히 사라진 문장이 있다. “추가 금리 인하를 고려한다.” 이 문구가 삭제됐다.
숫자는 말한다. 2025년 4분기 기준, 한국 가계신용 잔액 1,978.8조 원. 전분기보다 14조 원 늘었다. 원달러 환율은 1,480~1,490원대. 미국 기준금리(3.75%)와 한국 기준금리(2.5%) 격차는 1.25%포인트. 금리를 내리면 외국인 자금이 더 빠져나갈 수 있다. 원화가 더 약해질 수 있다.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수 있다.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내수가 회복되지 않는다. KDI는 올해 한국 성장률을 1.9%로 전망했다. 수출은 관세 압박에, 내수는 고금리에 묶인 채, 한국 경제는 좁은 길 위에 서 있다.
한국은행은 지금 가계부채 디레버리징을 최우선으로 내걸고 있다. 빚을 줄여가면서 동시에 경기를 살리는 것. 쉬운 일이 아니다. 금리 인하의 타이밍은 수도권 집값과 환율이 동시에 안정될 때다. 그 조건이 올해 충족될지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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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딜레마에 빠진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외부 변수가 너무 많다. 미국 FOMC의 결정, USMCA 협상 결과, 중동 유가 — 이 모든 게 한국은행의 다음 결정에 영향을 준다.
가계부채 1,978조 원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이 빚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비 여력이다. 이자 부담이 늘면 쓸 돈이 줄고, 내수가 꺾이고, 성장률이 다시 내려간다. 금리를 내리지 않는 것이 빚쟁이들에게 가혹하고, 내리는 것은 빚을 더 늘릴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중간 어딘가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올해 한국은행이 할 수 있는 인하 횟수는 많아야 1~2회라고 본다. 그 타이밍은 FOMC가 먼저 움직이거나, 환율이 1,400원대 초반으로 내려왔을 때다.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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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