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여름

에어컨 소리가 좋다고 생각했다.

소파에서 낮잠을 자다가 눈을 떴을 때, 그 소리가 먼저 들렸다. 윙, 하는 저음. 방 안 온도가 유지되고 있다는 증거. 커피잔에는 얼음 녹은 물만 남아 있었고, TV는 혼자 재생되고 있었다. 볼에 쿠션 자국이 났을 것 같았다. 일요일 오후.

서울 폭염주의보 6일째였다.

숫자 하나가 걸렸다. 28.

서울 취약계층 거주지의 28%는 도보 5분 안에 무더위 쉼터를 이용하기 어렵다. 서울 전역을 100미터 격자 단위로 분석한 결과다. 5,300개 격자 중 1,482개. 65세 이상이 온열질환자의 30%를 차지한다. 한국 노인 빈곤율은 OECD 최고다. 40%가 넘는다.

숫자들이 나란히 있었다.

계산을 한 건 아니다. 하지만 어렵지 않다. 에어컨 없는 방. 혼자. 7월 한낮. 창문을 열면 더 뜨거운 공기가 들어오는 것. 선풍기 바람도 결국 더운 것. 쉼터가 어디 있는지 모르는 것. 도보 5분이 넘는 곳에 있는 것.

그 방은 지금 어떤가.

에어컨 소리가 아직 들린다. 아까와 같은 소리인데, 조금 다르게 들렸다. 이 소리가 당연한 게 아니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같은 여름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것도.

관련 글: → 7월 5일 사회·문화 뉴스레터 — 폭염 D+6, 초고령사회의 기후 불평등

출처: 서울신문 | 2026-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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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5일 달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