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여자는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났다. 누가 깨운 것은 아니다.

부엌 서랍에서 젓가락 한 벌을 꺼냈다. 나무 젓가락. 끝이 갈라져 있다. 사 년 전에 딸이 쓰던 것이다. 설거지하다 떨어뜨렸다. 새 걸 사야지, 하고 딸이 말했다. 사지 않았다.

여자는 젓가락을 수건으로 감싸 앞치마 주머니에 넣었다. 보라색 앞치마. 왼쪽 끈에 작은 구멍이 나 있다. 작년에도 있었다.

서대문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창밖으로 이대 앞 골목이 보였다. 딸 또래인 사람들이 걸어다녔다. 여자는 세지 않으려 했다. 셌다.

식당 지하 계단을 내려갔다. 키오스크 옆에 종이를 붙였다. “상은이 생일 축하주세요.” 글씨가 조금 비뚤었다. 연습을 했는데도.

열한 시에 손님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자는 “드시고 가세요” 하고 말했다. 미소를 지었다. 진짜 미소였다. 이 사람들이 밥을 먹으면, 딸도 어딘가에서 먹고 있을 것 같았다.

김치찌개가 백팔십네 그릇 나갔다. 여자는 한 그릇도 먹지 않았다. 딸 생일에 엄마가 먼저 먹으면 안 될 것 같았다.

포스트잇이 벽에 쌓였다. “거기서는 아프지 말고.” “생일 축하해, 덕분에 맛있는 점심 먹고 간다.” 여자는 읽지 않았다. 나중에 읽을 것이다. 집에서. 딸 방에서.

세 시에 누군가 기타를 쳤다. 생일 축하 노래가 울렸다. 여자도 따라 부르다가 멈췄다. 이름을 부르는 부분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젓가락 끝이 손가락에 닿았다. 갈라진 부분이 거칠었다.

저녁이 되어 식당을 정리했다. 벽에 걸린 목판화를 마지막으로 보았다. 그림 속 딸이 웃고 있었다. 여자도 웃었다.

버스를 탔다. 주머니에서 젓가락을 꺼내 무릎 위에 놓았다. 서른. 서른이면 뭘 하고 있었을까. 밥은 잘 먹고 있을까.

창밖이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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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올해 서른이 된 상은이 생일 축하해”…올해도 ‘딸 없는 생일상’ 차린 이태원참사 유족 — 경향신문, 2026년 6월 26일

한 줄 요약: 이태원 참사로 딸을 잃은 어머니가 딸의 서른 번째 생일을 맞아, 또래 청년들에게 김치찌개 184그릇을 대접했다.


작가의 말

키오스크에 붙은 종이 한 장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상은이 생일 축하주세요.” 생일인데 축하받을 사람이 없고, 엄마는 백팔십네 그릇을 내보내면서 자기는 한 그릇도 먹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축하와 추모가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