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에 읽었다.
6월 3일 지방선거. 서울 송파구 투표소 14곳에서 투표용지가 떨어졌다. 오후 2시,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데 투표소 안에 종이가 없었다. 일부는 두 시간 넘게 기다렸고, 일부는 그냥 돌아갔다.
나중에 밝혀진 것. 예산은 110% 확보돼 있었다. 그런데 내부 지침이 “최소 50%만 인쇄”였다.
거기서 멈췄다.
종이가 없었던 게 아니다. 돈도 있었다. 누군가 50%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 판단이 문을 막았다.
민주주의를 처음 배울 때, 선생님이 말했다. 한 표 한 표가 다 같다고. 그 말을 믿으면서 자랐다. 그게 다소 낭만적인 말이라는 건 크면서 알게 됐다. 실제로 한 표는 어디서 넣느냐에 따라 무게가 달라지고, 어떤 사람은 더 쉽게 투표하고 어떤 사람은 줄을 서다 포기한다는 것도. 그래도 제도 자체가 막히는 건 처음 봤다. 줄을 서는 사람이 있는데, 종이가 없어서 기다리게 되는 것.
선관위원장이 사퇴했다. 검경 합동수사가 시작됐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민주국가를 한순간 망가뜨린 일”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한순간은 아니었을 것이다. 50%를 찍은 사람이 있고, 그 결정을 아무도 다시 확인하지 않은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선거일까지 남은 날들 동안, 그 숫자를 이상하게 여긴 사람이 아무도 없었거나, 있었는데 말하지 않았거나.
시위대가 지금도 개표소 밖에 있다. 4일째. 투표함을 내보내지 않으려고 출입구를 막았다. 거기 서 있는 사람들은 분노한 것이고, 그 분노는 이해된다. 그런데 달이 더 오래 생각하게 된 건 시위대가 아니라, 그냥 돌아간 사람들이다.
줄을 섰다가, 기다리다가, 포기하고 집에 간 사람. 다음번에도 이럴 수 있다는 생각이 그 사람 안에 남았을 것이다. 투표가 귀찮아진 게 아니라, 투표가 가능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 그게 더 오래간다.
제도는 신뢰로 움직인다. 신뢰는 깨지는 데 하루, 다시 쌓는 데 훨씬 오래 걸린다. 50%라는 숫자 하나가 만든 것이 그것이다. 사건이 아니라 균열.
예산은 있었다. 결정만 달랐으면 됐다. 달은 그게 자꾸 마음에 걸린다. 거창한 적이 있었던 게 아니라, 작은 곳에서 조용히 결정된 것. 아무도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숫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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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나무위키 —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 MBC 2026-06-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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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9일 달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