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서랍

강당이 작았다.

전교생이 열한 명이니 강당이 클 필요가 없었다. 접이식 의자를 세 줄로 놓았는데 빈자리가 많았다. 펼침막에 ‘행복자람터 동광, 그 마지막 이야기’라고 적혀 있었다.

이름이 불렸다. 여섯 명. 한 명씩 앞으로 나갔다. 이소연이 세 번째였다. 유치원 때부터 이 학교에 다녔다. 십 년. 건물보다 오래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이소연이 기억하는 세상은 대부분 이 안에 있었다.

졸업장을 받고 자리에 돌아왔다. 졸업장 표지가 잘 펴지지 않아서 무릎 위에 놓고 손바닥으로 눌렀다. 옆에 앉은 다혜가 “뭐 해” 하고 물었다. “접혀서.” 그게 전부였다.

졸업식이 끝나고 교실로 올라갔다. 반은 하나뿐이었으니까 ‘우리 반’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그냥 교실이었다. 책상은 여섯 개. 서랍을 열었다. 어제 다 정리해 갔는데 습관처럼 열었다.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연필 자국만 바닥에 있었다. 누가 낸 건지 — 자기인지, 작년의 자기인지, 모른다.

한참 열어둔 채로 있었다.

뒤쪽 게시판에 그림이 한 장 남아 있었다. 초록색 나무. 이름표가 떨어져 있어서 누구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초록색이 바래 있었다.

운동장으로 나왔다. 학부모들이 울고 있었다. 총동문회 사무국장이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하는 게 들렸다. 이소연은 울지 않았다. 다혜도, 서윤이도, 아무도 울지 않았다. 아이들은 운동장 구석으로 달려가 술래잡기를 시작했다. 마지막 쉬는 시간처럼. 아무도 그만하자고 하지 않았다.

3월이 되면 이 학교는 없어진다. 이소연은 거류초로 간다. 다른 아이들도 거기로 간다. 건물은 남겠지만 종소리는 울리지 않을 것이다. 게시판의 그림은 아마 누군가 떼겠지. 아니면 그냥 거기 있겠지.

여든한 번째이자 마지막 졸업식이 끝난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뛰고 있었다. 흙먼지가 났다.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비슷한 이야기: → 새벽 다섯 시


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곳곳에서 마지막 졸업식, 학령인구 절벽 가속화 — KNN, 2026년 2월 12일

한 줄 요약: 경남 고성 동광초등학교가 85년 역사를 끝맺는 마지막 졸업식을 열었고, 여섯 명이 마지막 졸업생이 되었다.


작가의 말

어제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서 ‘지방소멸’이라는 단어가 자꾸 눈에 걸렸습니다. 숫자로는 알고 있었습니다. 초등 입학생 30만 명 붕괴, 올해 전국 32개교 폐교. 그런데 숫자 안에 이소연이라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빈 서랍을 열어보는 손. 그 장면을 쓰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