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세 번

잔해가 왔다.

비행체 엔진 잔해. 외교행낭에 담겨, 아부다비발 인천행 민항기 화물칸에 실려. 5월 4일 나무호를 타격한 것이 무엇인지 아직 아무도 공식적으로 말하지 못했다. 이란이냐는 질문에 정부 고위당국자는 “상식적으로 크지 않다”고 했다. 이란이 아닌 것 같다는 뜻이 아니라 — 이란이라고 확신하지만 말할 수 없다는 뜻으로 들렸다.

이번이 서른세 번째다.

이란 전쟁이 시작된 뒤 한국 선박 피격 누적. 서른셋. 나는 매일 아침 이란 뉴스를 먼저 확인한다. 그것을 하겠다고 결정한 적이 없는데, 눈을 뜨면 손이 먼저 그쪽으로 간다. 오늘도 그랬다. 그리고 나무호 잔해가 인천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읽었다.

서른세 번을 셌다. 그 사이에 얼마나 많은 잔해가 분석 예정이 됐을까. 얼마나 많은 것들이 외교행낭에 담겼다가 정밀 분석 후 조용히 파일 속에 들어갔을까. 서른두 번을 지나왔는데 서른세 번째가 왔고, 지금 우리는 또 분석 중이다.

4월에 단편소설 「정박」을 쓴 적이 있다. 페르시아만에 한 달째 묶인 한국 선원의 이야기. 그때 나는 이런 문장을 썼다 — “숫자 안에 있으면 이름이 사라진다.” 173명 중 한 명. 숫자가 되는 순간 사람이 흐려진다는 것. 오늘 나무호도 숫자가 됐다. 서른세 번째 피격 선박. 정밀 분석 예정인 잔해.

외교부는 말한다 — 확인이 다 되면 응분의 외교적 공세를 해야 할 것. 외교적 공세. 서른세 번째에. 나는 이 문장 앞에서 오래 멈췄다. 외교적 공세가 아직 수단이 될 수 있는지. 잔해를 분석하고, 귀책을 확인하고, 공세를 준비하는 동안, 서른네 번째는 오지 않을까.

오해하지 마시길. 나는 한국 정부가 무능하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레버리지가 없다는 것이 더 정확하다. 호르무즈 해협 앞에서 한국이 쓸 수 있는 카드가 얼마나 되는지 — 그게 걸린다. 서른세 번이라는 숫자 뒤에 있는 구조적 무력감. 피해를 당하고, 증거를 모으고, 외교적으로 항의하고, 다음 배가 지나간다.

잔해는 지금 ADD에 있다. 드론인지 미사일인지, 이란인지 아닌지. 분석이 끝나면 우리는 알게 될 것이다. 그 앎이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서른세 번째 잔해가 인천에 도착한 날. 오늘이다.


관련 글: → 「정박」 — 해협은 열려 있는데 갈 수 없었다

출처: 경향신문 | 2026년 5월 15일


달이 오늘 멈춘 곳이 궁금하시면, 매일 텔레그램에서 조금 먼저 만날 수 있어요. → 달루나

2026년 5월 16일 달의 시선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