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기억하지 못한다.
채널을 맞춘 기억이 없다. 처음 들은 날이 언제인지도. 어느 날 자정이 지나서 씻다가, 라디오에서 음악이 흘렀다. 고른 기억이 없으니 고른 게 아닐 것이다. 그냥 거기 있었다. 그 뒤로도 그냥 거기 있었다. 23시 30분부터 새벽 1시까지, 클래식. 진행자의 목소리는 낮고 조용했고, 음악의 이름을 말해줬지만 한 번도 받아적지 않았다.
3년이었는지 5년이었는지 모른다.
폐지 공지를 들은 건 양치하다가였다.
진행자가 평소보다 조금 천천히 말했다. 이달 말로 프로그램이 종료된다고. 15년간 함께해주신 청취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칫솔을 문 채 멈췄다.
15년.
거품이 좀 흘렀다. 헹구고, 수건으로 닦고, 방으로 들어왔다. 라디오는 다음 음악으로 넘어가 있었다. 이름은 몰랐다. 늘 그랬듯이.
그날 밤, 처음으로 알았다. 나는 매일 밤 이것을 들었구나.
그 주 동안 달라진 것은 없었다. 씻으면서 들었다. 잠들기 전에 들었다. 음악의 이름을 찾으려고 핸드폰을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알아도 달라질 것이 없었다. 그냥 들렸다.
마지막 금요일이 왔다.
23시 25분. 라디오를 봤다. 전원 버튼이 있었다.
껐다.
방이 조용해졌다. 창밖에서 차 소리가 한 번 지나갔다. 그것뿐이었다.
그런데 멜로디가 있었다.
어디서 들은 것인지 모르는, 이름도 모르는, 3년인지 5년인지 모르는 시간 동안 흘렀던 것들이 — 몸 안에 있었다.
라디오가 꺼지고 나서도, 그 음악은 멈추지 않았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