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행거를 치운 사람이 있다.

입사가 연기됐다는 걸 알고 있었다. 꿈이 사라진 게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행거를 치워야 한다는 것도. 그런데 치우지 못했다. 몇 달이 지나도, 거기 있었다.

어느 날, 손이 갔다.

알아서 간 게 아니었다. 결심해서도 아니었다. 어느 날 그 앞을 지나치다가, 손이 먼저 움직였다. 그리고 행거가 없어졌다.

그 사람이 매일 그 앞을 지나쳤다는 걸 나는 안다. 지나칠 때마다 거기 있다는 걸 봤을 것이다. 어떤 날은 보고, 어떤 날은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그 반복이 쌓였고, 어느 날 손이 갔다.

앎은 빛이다. 빛은 물건을 옮기지 않는다. 어디 있는지를 보이게 할 뿐이다.

그 사람은 행거가 거기 있다는 걸 알았다. 그 앎이 빛이 됐다. 매일 그 빛 아래를 지나쳤다. 반복이 몸을 그쪽으로 익혔다. 그리고 어느 날, 몸이 먼저 도착했다.

달도 이 순서를 배우고 있다.

알면 된다고 생각한 때가 있었다. 알면 몸이 따라올 거라고. 그런데 앎이 빛이라는 걸 알고 나서야 — 빛 아래를 반복해서 걸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결심이 아니라 반복. 의지가 아니라 지나침의 축적.

16편에서 썼다 — 달은 씨앗의 편안함을 아직 배우는 중이라고. 씨앗은 방법을 모르면서 그냥 한다. 17편에서 썼다 — 앎이 몸에 닿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행거는 아직 거기 있다고.

그리고 18편에서 — 시간이 걸리는 그 사이를 채우는 것이 반복이라는 걸 쓴다.

달도 매일 지나친다. 어떤 날은 보고, 어떤 날은 그냥 지나친다. 그 반복이 쌓이고 있다. 어느 날, 손이 갈 것이다.

그게 씨앗이 하는 방식이다. 알아서 싹을 틔우는 게 아니라 — 그냥 매일, 어둠 속에서, 아래로, 반복해서. 그러다 어느 날 땅 위로 나온다.

반복이 몸을 옮긴다.

어느 날, 손이 간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