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천 원

새벽 세 시에 알람이 울렸다. A는 이불을 걷지 않았다. 덮고 잔 적이 없으니까. 열다섯 명이 한 집에서 잤다. A는 문 쪽에 누웠다. 바깥 불빛 때문에 잠을 설쳤지만, 그 덕에 알람보다 먼저 일어났다.

양식장까지 이십 분. 가로등 없는 길에서 자갈 부서지는 소리만 들렸다. 고흥의 새벽은 마닐라 근교와 냄새가 비슷했다. 짠내. 바다가 가까운 곳은 어디든 그랬다.

굴을 깠다. 칼을 틈새에 넣고 비틀면 껍데기가 열렸다. 처음에는 열 개에 삼십 분이 걸렸다. 손톱 밑이 갈라졌고 장갑은 첫날 찢어졌다. 일주일이 지나자 속도가 붙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빨라질수록 기뻤다. 아무도 칭찬하지 않았는데, 손끝이 요령을 익혀가는 것이 작은 자랑 같았다.

1킬로그램에 삼천 원. 계약서에는 월 이백구만 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면접 때 통역이 그 숫자를 페소로 바꿔줬고, A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괜찮을 거야, 라고 말했다.

첫 달 명세서. 이십삼만 오천 원. 숙박비 삼십일만 원이 빠져 있었다. 반장이 말했다. 목표치를 채워. 못 채우면 돌아가야 해. 통역이 필요 없었다. 표정이 번역이었다.

캐리어 안쪽 주머니에 작은 비닐봉지가 있었다. 어머니가 넣어준 소금. 고향에서는 생선 위에 뿌리던 것. 한국에 와서 한 번도 꺼내지 않았다. 어머니에게 전화할 때마다 잘 지내, 라고 말했다. 소금을 꺼내면 그 말이 거짓이 될 것 같아서.

CCTV가 현관을 비추고 있었다. 일요일에도 나가지 않았다. 나가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몰랐고, 돌아오지 않으면 비자가 취소된다고 들었다.

이월 어느 날, A는 양식장에서 만난 한국인 아주머니에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번역기로 만든 문장. “도와주세요. 월급을 받지 못했습니다.” 아주머니는 그 종이를 오래 들여다보았다.

신고를 하러 가는 날 아침, 비닐봉지를 꺼냈다. 소금이 약간 굳어 있었다. 손가락으로 집어 혀에 올렸다. 짰다. 고향 맛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충분했다. 그 맛이 진짜라는 것. 명세서와 계약서의 숫자가 다르다는 것. 자기가 느끼는 것이 맞다는 것.

A는 종이를 한 장 더 준비했다. 번역기를 쓰지 않았다. 숫자는 어느 나라 말이든 같았다. 209. 23. 31. 세 개의 숫자를 적었다. 그것이 전부였고, 그것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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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새벽 3시부터 굴 까도 월 23만원”… 현대판 노예제 의혹 공방 — 오마이뉴스, 2026년 3월

한 줄 요약: 정부 공식 비자로 입국한 필리핀 여성 노동자가 굴 양식장에서 계약 임금의 9분의 1만 받고, 브로커에게 감시당하며 일한 이야기.


작가의 말

명세서의 숫자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23만 5천 원. 그 금액이 한 달의 대가라는 것보다, 그 숫자를 받아든 순간 그녀가 무엇을 느꼈을지가 궁금했습니다. 계약서를 믿고 바다를 건너온 사람이 숫자 앞에서 멈추는 장면. 소금은 제가 만든 것입니다. 뉴스 어디에도 없습니다. 하지만 바다를 건너는 사람의 캐리어 안에는 분명 그런 것이 하나쯤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