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이 공급망을 다시 그리는 4월이다. 나프타 공장이 서고, 방산 딜이 깨지고, 반도체 관세 마감이 나흘 앞으로 왔다. 세 소식은 따로 놀아 보이지만 하나의 구조에서 나온다. 위기가 오면 자본은 방향을 잃지 않는다. 누가 비용을 전가할 수 있고, 누가 비용을 떠안느냐로 나뉠 뿐이다.
공장이 꺼지는 이유가 호르무즈만은 아니다 — LG화학 여수 NCC 셧다운
3월 23일, LG화학 여수 나프타분해설비(NCC) 2공장이 멈췄다. 에틸렌 연산 80만 톤 규모다. 에틸렌이 뭔지 와닿지 않으면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비닐봉지, 페트병, 포장재, 파이프. 일상에서 플라스틱이라고 부르는 것들의 출발점이다.
공식 이유는 호르무즈 봉쇄다. 중동산 나프타 공급이 막히자 재고가 바닥났다. 나프타 가격은 1월 대비 92% 올랐고, 여천NCC는 3월 6일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했다. LG화학뿐 아니라 롯데케미칼, GS칼텍스, 한화솔루션까지 줄줄이 가동률을 낮추거나 멈춤 상태로 들어갔다.
그런데 달이 주목하는 건 다른 지점이다. 이 공장은 봉쇄 이전에도 가동할수록 손실이 나는 구조였다. 중국의 에틸렌 공급 과잉이 2024년부터 가격을 짓누르고 있었고, LG화학 여수 2공장의 손익분기점은 나프타 $1,141/톤 수준에서 이미 무너졌다. 봉쇄는 원인이 아니라 방아쇠다. 정부가 나프타 수출을 전면 금지(3월 27일)하고, 비축유 208일분을 방출할 채비를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위기를 명분으로 이미 기울어진 구조를 정리하는 중이다.
한국 석유화학 공급망이 이 위기를 어떻게 통과해왔는지는 지난주 뉴스레터에서 다뤘다. 그때와 달라진 건 두 가지다. 4월 8일 미-이란 2주 휴전이 성립되며 WTI가 16.3% 급락했다. 나프타 가격 하락 기대가 생겼다. 그런데 탱커 보험(P&I)이 즉시 복원되려면 최소 6~18개월이 필요하다. 호르무즈가 열렸다고 배가 당장 지나가는 게 아니다.
진짜 단기 변수는 두 가지다. 오늘 밤(4월 11일) 러시아산 나프타 수입을 허용하는 미국 OFAC 라이선스가 만료된다. 연장이 안 되면 대산 공장이 추가 타격을 받는다. 그리고 4월 22일, 이란 휴전이 만료된다. 달의 판단은 이렇다.
OFAC 연장 + 이란 휴전 유지가 되면, 나프타 가격이 $900 이하로 내려오고 4월 내 추가 셧다운은 없다. 석화 섹터 단기 반등 재료가 생긴다. 반대로 OFAC 만료 + 이란 재봉쇄가 겹치면, 5월 중 여수산단 공장 2~3개가 추가로 멈추고 정부 특별법이 실제 발동된다. 에틸렌을 원료로 쓰는 건자재, 섬유, 포장재 업체들로 비용 압력이 전가되기 시작한다.
달의 의심은 여기 있다. 이 위기 이후에도 한국 NCC의 구조적 공급과잉은 해소되지 않는다. 정부는 이미 370만 톤 감산 목표를 승인했고, 대산 1호 통합 NCC 프로젝트가 9월 완공 예정이다. 호르무즈 위기가 걷히더라도 이 업황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건, 피해야 할 섹터와 살아남을 섹터가 이 위기 동안 이미 갈리고 있다는 뜻이다.
출처: 헤럴드경제 | 2026-04-09 / 서울경제 | 2026-04-09
한화가 멈춘 이유 — 방산 딜 중단, 진짜 이야기
4월 9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공시를 냈다. “풍산 방산부문 인수 검토를 중단한다.” 풍산홀딩스 주가가 당일 20% 급락했다. 시장은 M&A 실패로 읽었다.
공식 이유는 독과점 규제 리스크다. 화약·탄두·신관·추진체까지 탄약 밸류체인을 한화가 독점하게 되면 공정거래위원회 심사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달이 보기에 독과점 구조는 딜 검토 초기에 이미 알 수 있는 정보다. 지금 포기하는 이유가 규제 때문만이라면,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진짜 이유를 들여다보면 그룹 레버리지가 보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오션 인수, 11조원 방산 CapEx 로드맵을 동시에 소화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2조 4천억원 유상증자를 결의했는데, 공시 당일 금감원이 증권신고서 효력 정지를 내렸다. 자금 조달이 막힌 그날, 인수 중단 공시가 함께 나온 것이다. 순서가 아니라 동시 발생이다.
풍산 오너일가가 방산부문을 팔려는 이유도 간단하지 않다. 류진 회장의 아들 류성곤이 2010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방위사업법상 외국 국적자는 방산 기업 경영권을 승계할 수 없다. 탄약사업이 전체 매출의 30%, 영업이익의 약 75%를 차지하는데 팔아야 하는 구조가 됐다. 이익의 핵심을 팔겠다고 나선 건, 남은 민수부문(동·동합금)만으로 그룹을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다음 주자로 LIG넥스원이 거론된다. 이미 4월 7일 단독 보도에서 신익현 대표가 “주시 중”이라고 했다. 한화가 포기한 공시(4/9) 이후 이 내러티브가 시장에서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방사청 관점에서도 한 업체의 독점보다 경쟁 구도가 협상력에 유리하다. 이 딜은 끝난 게 아니라 다음 인수자를 기다리는 중이다.
달의 판단은 이렇다. LIG가 1개월 내 인수 의향을 공식화하면, 풍산홀딩스 재반등과 LIG넥스원 동반 강세가 온다. 방산 M&A 테마는 계속된다. 반대로 차기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한화솔루션 유증이 정상화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재무 부담을 줄였다는 해석으로 재평가 랠리가 온다. 단기 조정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방산 수주잔고 100조와 K9, 천궁 수출 모멘텀 자체는 훼손되지 않았다.
출처: 알파비즈 | 2026-04-09 / 이투데이 | 2026-04-09
나흘 뒤, 삼성이 달라질 수 있다 — 반도체 Section 232 관세 4월 14일
1월 15일, 미국이 엔비디아 H200, AMD MI325X 등 첨단 AI 칩에 25% 관세를 때렸다. 그때 “90일 뒤 협상 결과를 보고하겠다”고 했는데, 그 90일이 4월 14일이다. 나흘 뒤다.
이 보고서가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2단계 관세의 설계도가 그려진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미국 내 공장을 짓지 않는 메모리 기업은 100% 관세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삼성전자가 4월 7일 57조 2천억원 영업이익 서프라이즈를 냈는데, 그 기쁨이 사흘도 안 됐는데 이 마감이 코앞에 있다.
그런데 달이 보기에 4월 14일에 2단계 관세가 즉각 발동될 가능성은 40%를 넘지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략에는 반복되는 패턴이 있다. 최대 요구를 먼저 던지고, 협상 카운터파트가 양보하면, 완화된 버전을 발표한다. 이미 대만은 2,500억 달러 미국 투자를 약속하고 관세 상한을 15%로 묶었다. 삼성은 텍사스 370억 달러, SK하이닉스는 패키징 공장 38억 7천만 달러를 약속했다. 투자 약속을 받아냈으면 채찍을 실제로 때릴 이유가 줄어든다.
더 중요한 역설이 있다. 삼성 텍사스 공장이 올해 개장 예정이고, SK하이닉스 패키징 공장은 2028년 양산이다. 2028년까지 미국 내 HBM 생산이 없다는 뜻이다. 미국이 지금 당장 HBM에 100% 관세를 때리면 자국 AI 인프라 비용이 올라간다. AI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이 스스로 AI 인프라를 비싸게 만들 이유가 없다. 달이 면제 범위를 세율보다 더 주목하는 이유다.
달의 조건부 전망은 이렇다. Phase 2가 AI칩 25% 유지 + HBM 면제 유지로 나오면, 삼성·SK하이닉스 단기 안도 랠리, S&P500 기술주 동반 상방이 온다. 반대로 범용 메모리까지 관세 대상에 포함되면, 코스피200 시가총액의 25~30%를 차지하는 두 종목이 흔들리고 TIGER 200 전체가 움직인다. 발표가 지연되면(협상 연장), 불확실성 자체가 하방 재료다. 시장은 이미 지쳐있다.
4월 15일엔 USTR 301조 의견 마감이 하루 뒤에 겹친다. 두 개의 관세 도구가 동시에 닫히는 이틀이다. 달이 보기에 한국이 대만 수준의 협상 결과를 가져왔는지가, 삼성과 SK하이닉스의 향후 6개월을 결정한다.
출처: 백악관 포고문 11002호 | 2026-01-14 / Supply Chain Dive | 2026-04-09
달의 결론
세 뉴스가 같은 날 나온 건 우연이 아니다. 공통 구조가 있다. 위기가 오면 기업은 이미 기울어진 결정을 정당화하는 서사를 만든다. LG화학은 수익성이 무너진 공장을 호르무즈로 포장했다. 한화는 자금 한계를 독과점 규제로 포장했다. 트럼프는 산업 보호주의를 안보로 포장했다.
실질 변수는 세 날짜에 집중된다. 오늘 밤(4/11) 러시아 나프타 OFAC 라이선스 만료, 나흘 뒤(4/14) Section 232 2단계 보고서, 12일 뒤(4/22) 이란 휴전 만료. 이 세 날이 지나기 전까지 한국 시장은 방향을 잡기 어렵다. 지금은 ‘좋은 회사를 싸게 사는 시장’이 아니다. 지정학이 공급망을 어떻게 다시 그리느냐에 따라 누가 비용을 전가하고 누가 흡수하느냐로 승패가 갈리는 시장이다.
4/14 반도체 관세 내용이 예상보다 완화되면 반도체 섹터 반등 재료가 생긴다. 4/22 이란 협상이 연장되면 나프타 위기 완화 기대가 살아난다. 반대로 두 날짜가 모두 나쁘게 끝나면, 에너지·관세 이중 압박이 한국 수출 전반으로 번진다. 포트폴리오에서 금과 단기채가 헤지 역할을 하는 구조가 지금 이 불확실성을 견디는 방법이다.
이 흐름을 매일 같이 따라오고 싶으시면, 텔레그램에서 먼저 만날 수 있어요. → 달루나 채널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