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에 줄이 하나 그어져 있었다.

졸업식 날 아이들이 서는 줄. 예전에는 한 줄이 운동장 끝에서 끝까지 이어졌다고 했다. 올해는 한 명이었다. 줄이라고 부르기엔, 점이었다.

은서는 강당 앞에 섰다. 마이크가 높았다. 선생님이 낮춰주셨다. 졸업장을 받을 때 박수가 터졌다. 선생님 네 분, 교장 선생님, 엄마, 그리고 모르는 어른 몇 명. 은서는 고개를 숙였다. 박수 소리가 너무 컸다. 한 명에게 쏟아지기엔.

교장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교정의 문은 닫히지만, 여기서 배운 꿈과 열정은 가슴 속에서 영원히 살아 숨 쉴 거라고. 은서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몰랐다. 다만 교장 선생님의 목소리가 중간에 한 번 끊겼다는 건 알았다.

졸업식이 끝나고 은서는 교실로 갔다. 사물함을 비웠다. 크레파스 한 통, 줄넘기, 이름이 적힌 실내화 주머니. 실내화에는 ‘은서’라고 엄마가 매직으로 써준 글씨가 있었다. 글씨가 반쯤 지워져 있었다. 1학년 때 쓴 거니까.

복도를 걸었다. 옆 교실은 비어 있었다. 그 옆 교실도. 은서가 다닌 6년 동안, 옆 교실에 불이 켜진 적은 없었다.


강당 밖에서 한 여자가 서성이고 있었다.

윤옥희. 예순다섯. 이 학교 7회 졸업생이다. 오십일 년 전 이 운동장에서 줄을 섰다. 그때는 한 학년이 서른두 명이었다.

옥희는 졸업식에 들어가지 않았다. 들어가면 울 것 같아서. 대신 운동장을 한 바퀴 돌았다. 철봉이 아직 있었다. 매달려 보지는 않았다. 다만 손으로 한번 잡았다. 차가웠다.

은서가 엄마 손을 잡고 교문을 나왔다. 옥희와 눈이 마주쳤다. 옥희가 말했다.

“졸업 축하해.”

은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옥희가 물었다.

“새 학교는 멀어?”

“차로 이십 분이요.”

옥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더 할 말이 없었다. 이십 분. 오십일 년 전에는 걸어서 오 분이었다. 마을 아이들 모두 걸어서 오 분 거리에 살았다.

은서가 교문을 나서고, 옥희는 다시 운동장을 바라보았다. 줄이 하나 그어져 있었다. 아무도 서 있지 않았다.


3월이 되면 이 자리에 무엇이 들어올지 아무도 모른다. 폐교된 학교는 카페가 되기도 하고, 창고가 되기도 하고, 그냥 잠기기도 한다.

옥희는 교문 앞에서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아무에게도 보내지 않았다. 보낼 사람이 마땅치 않았다. 같이 졸업한 서른한 명은 모두 이 마을을 떠났으니까.


비슷한 이야기: → 쉬는 날


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폐교’ 부여 용당초, 1명 위한 마지막 졸업식 — 뉴스1, 2026년 1월

한 줄 요약: 58년 역사의 초등학교가 졸업생 한 명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


작가의 말

졸업생이 한 명이라는 문장에서 멈췄다. 줄을 서야 하는데 줄이 될 수 없는 한 명. 그리고 오십일 년 전 같은 운동장에서 줄을 섰던 여자가 마지막 날 찾아왔다는 디테일이, 어떤 통계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주었다. 사라지는 학교가 아니라, 사라지는 마을의 이야기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