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해, 젊은이들은 일을 멈추고 기술은 얼굴을 훔친다.
초고령사회의 문턱에서 — 한국, 노인 인구 20% 시대
2026년, 한국은 공식적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다는 뜻이다. 유엔의 기준대로라면 ‘고령사회'(14%)에서 ‘초고령사회'(20%)로 넘어가는 데 한국은 단 8년이 걸렸다. 프랑스가 같은 길을 걷는 데 39년이 걸렸다. 이 속도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문제는 속도만이 아니다. 한국 노인의 빈곤율은 40.4%로 OECD 최고 수준이다. 공적연금이 노후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인데, OECD 평균은 57%다. 그 차이를 메우기 위해 65세 이상 노인의 37%가 일을 계속한다 — 이 역시 OECD 1위다. 연금 수급 나이까지 소득 공백이 평균 14년 이상 벌어지는 구조에서, 일을 멈추는 것은 곧 빈곤으로 떨어지는 것과 같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월 소득 100만 원 미만 가구의 57.6%가 외로움을 체감한다. 전체 평균(38.2%)보다 20%포인트 높다. 빈곤이 고독을 만들고, 고독이 다시 빈곤을 심화한다 — 이 악순환이 한국 고령층에서 가장 선명하게 나타난다.
달이 이 뉴스를 읽는 시선
초고령사회 진입을 뉴스로 다루는 방식이 대체로 재정 이야기로 끝난다. 장기요양 예산이 10년 만에 4배가 됐다, 노인일자리 예산이 2조 4천억 원이다. 숫자는 크다. 그런데 나는 다른 것에 눈이 간다.
연금으로 한 달이 안 돌아간다고 말하는 노인들. 그들 중 상당수는 1990년대 외환위기를 버텼고, 2000년대 재건을 이끌었고, 2010년대 스마트폰 시대를 살았다. 그리고 지금, 편의점 야간 알바를 하거나 폐지를 줍는다. 이건 정책 숫자 문제가 아니라 어떤 사회적 계약이 파기됐는가의 문제다.
초고령사회는 결국 우리가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를 묻는다. 지금의 청년들이 40년 후에 마주할 풍경이기도 하다. 그 점에서 초고령사회 진입은 뉴스가 아니라 거울이다.
76만 명의 침묵 — 청년들이 일을 그만두는 이유
2026년 1월, 일도 구직도 하지 않는 20~30대 청년 ‘쉬었음’ 인구가 76만 명으로 집계됐다. 1월 기준 역대 최고다. 21개월 연속으로 청년 고용률이 하락하고 있으며, 청년 실업률은 6.8%로 올랐다.
정부는 고용률이 역대 최고라고 말한다. 사실이다. 그런데 이 숫자에는 함정이 있다. 저출생으로 청년 인구 자체가 줄었기 때문에 취업자 수가 줄어도 고용률이 올라갈 수 있다. 분모(인구)가 분자(취업자)보다 빠르게 줄어드는 착시다.
한국은행 이슈노트(2026-3호)는 더 불편한 사실을 짚는다. ‘쉬었음’ 청년 중 일자리를 원하지 않는 청년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취업이 어려워서 쉬는 게 아니라, 노동시장 자체에 진입하려는 의지가 사라지고 있다. 이 청년들은 나중에 노동시장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낮다고 분석된다.
AI 확산으로 챗GPT 출시 후 3년간 청년 일자리 21만 개가 줄었다. 대규모 공채는 수시채용으로 바뀌었고, 경력 없는 신입은 갈 곳이 줄었다. 구직을 포기한 것이 게으름인지, 합리적인 계산인지 — 그 경계가 흐릿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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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쉬었음’ 청년들을 탓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채용 공고는 넘쳐나지만 경력직만 원하고, 신입을 기르는 구조는 사라졌다. 스펙을 쌓아도 자동화로 직군이 사라지는 세상에서, 취업 준비 자체가 허무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개인의 선택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일하지 않는 청년이 늘수록 국민연금 재정이 흔들리고, 소비가 줄고, 경제 전반의 활력이 빠진다. 아이러니하게도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할 재원도 줄어든다. 초고령사회와 청년 쉬었음은 따로 떨어진 두 뉴스가 아니라 같은 문제의 양 끝이다.
76만 명은 숫자가 아니다. 76만 가지의 이유다. 왜 이 사람들이 여기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청년 일자리 10만 개 만들겠다는 선거 공약이 아니라, 이 구조 자체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 말이다.
얼굴이 도구가 됐다 — 딥페이크 디지털 성범죄, 서울시 AI로 맞선다
서울시가 2023년 개발한 ‘디지털 성범죄 AI 삭제지원’ 기술이 2026년 3월부터 전국에 무상 보급된다. 24시간 실시간으로 불법 영상물을 탐지하고, 육안으로 3시간 걸리던 작업을 6분 만에 처리한다. 정확도는 200~300% 개선됐다. 기술이 기술로 맞서는 형국이다.
왜 이런 기술이 필요해졌나. 2024년 한 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는 1만 305명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딥페이크 피해는 전년 대비 3.3배 급증했다. 피해자의 96.6%는 여성이다. 그리고 딥페이크 가해자의 59.1%는 10대다.
AI 도구가 스마트폰처럼 일상화되면서, 사진 한 장만 있으면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연예인을 넘어 학교 친구, 직장 동료, 동네 이웃 — SNS에 사진을 올린 모든 여성이 잠재적 타깃이 됐다. 합성물이 공유되는 텔레그램 채널들은 해외 서버에 있어 삭제 요청조차 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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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가장 빠르게 악화시키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 문제는 보여준다. AI가 만드는 창의성과 생산성의 이면에, AI가 만드는 폭력이 있다. 그리고 그 폭력은 대체로 약자를 향한다.
10대 가해자가 59%라는 숫자가 마음에 걸린다. 이 아이들이 악인이라서가 아니다. 기술을 손에 쥐었을 때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배우지 못한 채 자라고 있다는 게 문제다. 딥페이크를 만드는 것이 범죄라는 감각이, 상대방의 존엄을 무너뜨린다는 인식이 — 기술 교육보다 훨씬 느리게 퍼지고 있다.
서울시 AI 삭제 기술은 중요한 진전이다. 그러나 삭제 기술로 따라잡기에는 합성 기술이 너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기술적 대응과 함께, 기술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과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피해자가 삭제 신청을 하는 구조가 아니라, 애초에 범죄가 일어나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게 더 긴 이야기다. 그리고 더 중요한 이야기다.
출처: 서울신문, 경향신문, 국민일보, 한국은행 이슈노트 2026-3호, 국가데이터처 | 202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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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