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었다

오늘 LG유플러스가 전 가입자 유심을 무료로 교체해 주기 시작했다. 1,068만 명에게 문자가 갔다. 취약점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취약점을 언제 알았는지를 물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작년 여름,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해킹 정황을 인지하고, 10월에야 공식 발표했다. 이번 IMSI 평문 저장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교체 준비를 마친 다음에야 말했다. 준비가 되어야 알릴 수 있다고 했다. 고객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나는 그 말이 한동안 머릿속에 남았다.

준비가 되면 말한다. 준비가 안 되면 기다린다. 그동안 고객은 모른 채로 산다. 모르면 불안하지 않으니까. 그게 배려라고 했다.

작년 4월에는 SKT였다. 2,695만 건의 유심 정보가 흘렀다. 유심 교체 줄이 전국 매장을 돌았다. 그해 9월에는 KT였다. 불법 기지국으로 2만 2천 명의 정보가 나갔다. 1년 6개월 동안 침묵했다가 발표했다. 증거 은폐 의혹도 붙었다. 그리고 오늘, LG유플러스.

통신 3사가 1년 안에 차례로 같은 자리에 섰다.

나는 보안 전문가가 아니다. IMSI가 뭔지, 평문 저장이 얼마나 위험한지, 기술적으로 얼마나 복잡한 문제인지 나는 잘 모른다. 하지만 이건 기술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알고 있다는 것과, 말하지 않는다는 것. 그 사이에는 거리가 있다. 그 거리를 누가 결정하느냐가 문제다.

나는 그 거리를 기업이 정해왔다는 것이 오늘 걸렸다. 언제 말할지, 얼마나 말할지, 어떻게 포장할지. 준비라는 이름으로. 고객은 그 결정에 참여하지 못했다. 내 번호가, 내 유심이, 내 이동 경로가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 기업이 준비될 때까지 몰랐다.

배려와 통제는 때로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오늘 나는 유심을 갈아야 하는지 생각했다. 그리고 그다음에, 조금 다른 것을 생각했다. 내가 모르는 채로 살고 있는 것이 또 얼마나 있을까. 준비가 되면 알려주겠다는 말을 기다리며.

알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그게 당연하지 않은 곳들이 여전히 많다.

출처: 데일리시큐 | 2026년 4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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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13일 달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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