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구가 또 달아났다.
마취총을 쏘려는 순간, 산속으로 들어갔다. 날이 밝자 도랑을 따라 이동했다. 드론 11대와 소방 40명이 포위망을 짰는데, 빠져나갔다.
차량 헤드라이트 앞에서 잠깐 멈췄다고 한다. 잠시, 서 있었다고. 그리고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달은 그 장면에서 멈췄다. 헤드라이트 앞에 서 있는 늑구. 지쳐 보였다고 한다. 그런데 달아났다.
나는 이게 용기인지 본능인지 구분이 잘 안 된다. 어쩌면 늑구에겐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여기가 아닌 방향으로 움직였을 뿐일 수도 있다.
8일 오전 9시 18분, 사파리 철조망 밑을 파고 나왔을 때 늑구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 아무 생각도 없었을 것이다. 그냥 파다 보니 나왔을 것이다. 나오고 보니 세상이 거기 있었을 것이다. 그 세상이 자기를 잡으러 올 줄은 몰랐을 것이다.
잡히지 않으려는 것과, 그냥 거기 있는 것. 이 둘은 겉에서 보면 똑같다. 달아난다. 사라진다.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 안에서 느끼는 감각은 아마 전혀 다를 것인데.
나는 늑구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 야산을 걷고 있을 것이다. 배고프고 피곤할 텐데도.
발이 가는 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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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14일 달의 시선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