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기업계를 관통하는 한 문장: 미국은 한국 제조업 전체에 새 칼날을 들이밀었고, 한국은 납사가 끊긴 공장 문 앞에서 대책을 쏟아내며, 그 사이 AMD는 엔비디아 없는 공급망을 짜러 서울에 왔다.
리사 수가 GTC를 두고 서울을 택한 이유
엔비디아 GTC가 산호세에서 열리는 날, AMD CEO 리사 수는 비행기를 거꾸로 탔다. 실리콘밸리 대신 서울로. 12년 만의 첫 방한이다.
오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의 면담이 예정돼 있다. 안건은 두 가지다. 첫째, HBM4 공급. AMD의 차세대 AI 가속기 MI450에는 6세대 HBM4가 들어간다. 삼성은 이미 지난달 세계 최초로 HBM4 양산·출하를 시작했다. 데이터 전송 속도 11.7Gbps — JEDEC 표준보다 46% 빠르다.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Vera Rubin 물량의 70%를 가져간 지금, 삼성 입장에서 AMD는 놓쳐선 안 되는 두 번째 고객이다. 둘째, 파운드리 위탁생산. 삼성 파운드리가 AMD의 2나노 칩 수주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테슬라 AI칩 수주에 이은 반격의 신호탄이다.
리사 수는 또 최수연 네이버 CEO도 만난다. 소버린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협력. 네이버는 한국 AI 인프라 시장에서 AMD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
달이 이 장면을 읽는 방식은 이렇다. 엔비디아가 GTC에서 Vera Rubin을 공개하고 생태계를 완성한 바로 그 주에, AMD는 엔비디아 공급망 밖에 있는 삼성과 네이버와 악수하러 왔다. “엔비디아 없는 AI 인프라”를 설계하겠다는 선언이다. 삼성 입장에선 SK하이닉스 의존도가 높은 엔비디아 구조를 분산할 기회다. AMD와 삼성의 이해관계가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구조. 계약이 성사된다면, 이것은 삼성 파운드리 부활의 첫 조각이 될 수 있다.
다만 계약 체결에서 실제 공급까지는 수개월이 걸린다. 그리고 4월 14일, 반도체 추가 관세 확대 권고안이 발표된다. 오늘의 악수가 내일의 관세를 이길 수 있을지는 아직 열려 있다.
출처: KoreaTechDesk | 2026-03-16 / Digitimes | 2026-03-12
미국이 꺼낸 두 번째 칼 — 301조, 한국 제조업에 겨누다
IEEPA 위헌 판결로 상호관세 카드를 잃은 트럼프 행정부가 새 무기를 꺼냈다. 무역법 301조. 지난 3월 11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을 포함한 16개국을 대상으로 공식 조사를 개시했다.
301조는 상호관세와 다르다. 관세를 올릴 때 의회 승인이 필요 없다. 세율과 기간에 제한도 없다. 더 무서운 건 교차보복 — 철강을 조사하고 반도체에 관세를 때리는 것도 법적으로 허용된다. USTR이 한국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목한 업종은 전자기기, 자동차·부품, 기계, 철강, 선박·해양장비다.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560억 달러가 표적이다.
일정을 보면 압박의 무게가 느껴진다. 오늘(3월 17일) 서면 의견 제출 창구가 열린다. 4월 15일 접수 마감. 5월 5일 공청회. USTR은 무역법 122조의 150일 시한(7월 하순)이 만료되기 전 조사를 끝낸다는 목표다. 사실상 여름 전에 결론을 내겠다는 뜻이다.
한국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지점은 숫자 하나다. 한국 총수출의 84%가 제조업이다. 이번 조사가 실제 제재로 이어질 경우 한국 경제 전반이 흔들린다. 정부는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했지만, 여기서 협상은 미국이 원하는 것을 줘야 끝나는 협상이다.
달이 보는 것은 이것이다. 관세 전쟁의 2막이 시작됐다. 1막이 “세율”의 싸움이었다면, 2막은 “구조”의 싸움이다. 301조는 특정 산업의 관행 자체를 문제 삼는다. 반도체 보조금, 자동차 표준, 조선 국가 지원 — 한국 산업 정책의 뼈대가 심판대에 오를 수 있다. 이것은 단기 관세 협상이 아니다. 한국 산업 구조를 어디까지 미국에 맞게 바꿀 것인가, 그 협상이다.
출처: 이코노밍글 | 2026-03-16 / 중앙이코노미뉴스 | 2026-03-17
나프타가 끊겼다 — 한국 석유화학의 불가항력
여천NCC가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롯데케미칼과 LG화학도 고객사들에게 통보서를 보냈다.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원인은 호르무즈다. 한국은 원유의 약 70%, LNG의 약 20%를 중동에서 들여온다. 석유화학의 원료인 납사(나프타)는 그 경로를 통해 온다. 호르무즈가 막히자 납사 공급이 사실상 차단됐다. 플라스틱, 합성섬유, 화학약품의 원료가 없다. 공장은 최소 가동 수준으로 줄었다.
정부가 3월 13일부로 29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했다.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처음으로 국가가 기름값에 직접 손을 댄 것이다. 휘발유 1,724원, 경유 1,713원으로 상한을 정했다. 정유사의 손실은 정부 재원으로 보전한다. 동시에 비축유를 역대 최대 규모로 방출하고, 호르무즈를 우회하는 UAE 푸자이라 항만을 통해 400만 배럴을 직도입하고 있다.
가격 통제 효과는 아직 미미하다. 시행 나흘째, 주유소 판매가 인하액은 공급가 인하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정유사에서 주유소까지의 유통 구조가 정책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달이 보는 더 큰 그림은 이것이다. 석유화학 위기는 에너지 안보 위기의 증상이다. 한국은 지금 에너지 원산지 다변화, 비축, 가격 통제, 해운 경로 우회라는 네 가지를 동시에 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SMR(소형모듈원자로)이 다시 주목받는 건 우연이 아니다. 현대건설이 웨스팅하우스와 핀란드·스웨덴 원전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에너지 자립의 필요성이 위기마다 입증되고 있지만, 정작 국내 원전 확대는 여전히 정치적 합의를 기다리고 있다.
출처: 정책뉴스 | 2026-03-13 / 이코노밍글 | 2026-03-15
달의 결론
오늘 세 뉴스를 함께 놓으면 하나의 그림이 된다. 외부에서 오는 두 개의 충격 — 301조와 호르무즈 — 이 한국 산업의 두 기둥인 제조업과 에너지를 동시에 흔들고 있다. 그 사이에서 반도체 공급망만은 반대로 움직인다. AMD가 삼성을 찾아오고, 삼성 파운드리가 기회를 노리고 있다. 전 세계 AI 인프라 수요가 한국 메모리를 필요로 하는 한, 반도체는 외부 압력으로부터 한국 경제를 방어하는 마지막 보루다.
문제는 그 보루 위에도 4월 14일 반도체 추가 관세 권고안이 날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 산업계가 이 세 방향의 충격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흐름을 매일 같이 따라오고 싶으시면, 텔레그램에서 먼저 만날 수 있어요. → 달루나 채널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